약속 자리에 나가면 에코프로 이야기가 한 번쯤은 식탁 위에 오른다. 누가 에코프로에 투자해 얼마를 벌었다. 그때라도 샀어야 했다 등의 이야기가 오간다. 결국 종착지는 내일이라도 사야 하냐는 물음이다. 자리에 앉은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한다.

이 물음에 유일하게 명쾌한 답을 내리는 사람이 있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금양(001570)의 박순혁 홍보이사다.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K배터리 예찬론자’다. 2차전지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관련 기업 주가가 꾸준히 오른 영향도 있지만, 배터리 아저씨 역할도 컸다.

‘배터리 아저씨’는 유망한 2차전지 기업 8종목을 꼽고, 이에 대한 주가 전망도 과감히 냈다. 실제로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대표 종목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양극재 생산량이 2027년 기준 73만톤으로 늘고, 영업이익률도 2배가 돼 주가가 20배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 이사는 2차전지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할 것이고, 주가는 결국 이익에 수렴하기 때문에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도 맹점이 있다. 주가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과 비례해서 오르진 않기 때문이다. 주가를 산정할 때는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밸류에이션도 고려해야 한다. 밸류에이션은 기업이 처한 상황과 외부 변수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예컨대 넷플릭스 순이익은 10년간 40배 증가했지만, 주가는 10배 오르는 데 그쳤다.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밸류에이션 가중치인 주가수익비율(PER)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2차전지 기업들에 적용되는 높은 PER이 10년 뒤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10년 뒤에는 전기차 침투율이 60%를 넘어서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성장주라 할지라도 초기에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다가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성장률은 둔화하고, 밸류에이션도 함께 낮아진다.

그럼에도 배터리 아저씨는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 입을 빌려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의 주가 상승을 막을 순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터 린치는 피해야 하는 주식으로 ‘가장 인기 있는 업종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식’을 꼽기도 했다. 30년간 여의도에 있던 그가 이 사실을 모르리라 생각진 않는다. 참고로 그가 추정한 에코프로비엠의 2027년 적정 주가는 183만원이다. 판단은 각자 몫이지만, 지금 배터리업체에 적용되는 높은 PER이 영원히 유지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