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최초로 음속(마하 1.0, 약 1224㎞/h)을 돌파하며 경남 사천 상공을 힘차게 갈랐다. 음속을 넘는다는 것은 기체 속도가 비행 시 발생하는 충격파가 전달되는 속도보다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선 엄청난 힘이 기체 전면에 모여 커다란 압력이 발생해 정상적인 비행을 방해한다. 보라매는 음속 비행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기체 외형이 가진 구조적 안전성에 대한 검증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런 초음속 비행을 가능케 한 보라매의 ‘심장’은 한국의 것이 아니다. KF-21에 탑재되는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의 조립과 생산을 맡고 있지만, 설계와 관련한 원천 기술은 GE사에 있기 때문에 일부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부품 국산화율도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 항공기 엔진 시장은 미국 GE와 프랫&휘트니(P&W), 영국의 롤스로이스 등 3개 사가 독과점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전쟁을 겪으며 제트엔진을 국가 전략기술로 삼아 해외 기술 이전을 막으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서 생산한 엔진을 수입해 국내 생산 전투기에 탑재해도, 제3국으로 수출하려면 결국 엔진 개발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향후 KF-21이나 그 뒤에 개발될 미래의 전투기도 엔진 때문에 제3국 수출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도 제트기급 기체에 들어가는 엔진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야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트엔진 개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글로벌 엔진 제조사들은 수천명 규모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은 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유관 단체·기업의 연구 관련 인력을 모두 합쳐도 수백명에 불과하다.

개발에 착수한다고 해도 수십년에 걸쳐 수십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험난한 사업이다. 어떤 정부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임기 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할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제트엔진 개발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편익은 분명 적지 않다. 지난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도 “항공엔진의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개발 난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기술 자립을 통한 해외 의존성 탈피와 정책적 부합성, 미래 부가가치 창출 편익을 고려한다면 첨단 항공 엔진의 개발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 개발진들의 의지도 불타오르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장 일선에 있는 연구원들은 엔진 독자 개발 필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개발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0월 ‘12대 국가전략기술’과 ‘50대 세부 중점기술’을 발표하면서 그중 하나로 ‘첨단 항공가스터빈엔진·부품’을 선정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제트엔진 개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