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들은 기업들의 돈만 거둬갔다면, 문재인 정부에선 기업들의 심적 압박이 엄청났습니다. 탄소중립 등 각종 규제가 기업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기준으로 생겨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전 정부에서 문제삼지 않던 것까지 들여다 봤습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대부분의 기업이 공정위에 엄청나게 시달렸을 겁니다. 지난 5년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문재인 정부를 떠나보내는 소회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드러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정부인 만큼, ‘반(反)기업 정서’는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임기 시작 직후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과속 인상을 밀어붙였고, 공정경제를 확립하고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유통산업발전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줄줄이 제·개정했다.

5년 내내 기업들은 채용, 투자에 힘쓰며 정책 보조를 맞췄지만, 이들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악감정은 마지막까지도 해소되지 않았다. 최근 사면·복권 사태가 대표적이다. 경제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20여명의 사면·복권을 청원했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 조사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에 68.8%가 찬성하고 23.5%만 반대했다.

정부의 반기업적 태도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를 비롯해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배터리 등 국내 주력 업종의 세계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공급망 경색 등 각종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는 가운데 정부마저 기업을 옥죄니 성장세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한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국타이어그룹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비상경영 국면을 선언한 데에는 일정 부분 정부의 책임도 있다.

‘친 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막을 내리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는 핵심 국정 과제로 ‘민간 주도 성장’을 내걸었다. 규제를 풀고 세제 지원을 강화해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지켜보는 기업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과거 여러 정부도 비슷한 약속을 했지만, 결국 임기 후반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지난 5년처럼 기업들을 몰아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