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예원 기자

"언론에 노출되는 건 조심스러운데, 잊히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안인득이 경남 진주에서 방화·흉기난동 살인 사건을 저지른 지 3년이 지났다. 조현병 환자의 잔혹한 대량 흉기난동 살인 사건으로 22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지금은 안인득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안인득에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관련 첫 재판이 열렸다.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분명했다. 국가가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안인득은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다. 오랫동안 조현병을 앓으며 폭력적인 성향을 노출했고, 이미 동네에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렸다. 지자체와 경찰은 안인득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국가가 조현병 환자를 방치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맡았다면 제2의 안인득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건 이후에도 법 개정 등 재발을 막기 위한 장치 마련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안인득 사건 이후 현장에 충돌한 경찰은 조현병 환자를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게 됐지만 일선 경찰은 "본인이 거부하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찰의 응급입원 신청 건수는 안인득 사건 직후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이후 다시 줄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난해 5월 남양주에서는 존속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남양주의 한 빌라에서 조현병을 앓는 아들과 함께 살던 A씨(60)가 아들이 자신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별다른 조치 없이 복귀했다. A씨는 한 달 만에 아들의 손에 목숨을 잃고 집 앞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안인득 사건 피해 유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에도 정부는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1월 12일 정부는 유족 측에 '아직 내용 검토를 하지 못했다. 추후 제대로 제출하겠다'는 요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소송이 제기되고 6개월 만에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장에서 유족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괴물 안인득에게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는 온데간데 없고 유족을 대신해 법정을 찾은 변호인은 "잊혀지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유족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2의 안인득을 막기 위한 첫걸음은 아직 내딛지도 못했다. 사람들은 안인득에 대해 엄벌을 요구했고, 대법원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조현병 환자로 인한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제2, 제3의 안인득 사건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볼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