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억원에 달하는 대출사기를 당했다는 한 피해자의 제보를 받았다. 피해자 A씨는 스물셋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사기 수법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A씨 휴대전화를 몰래 가져간 뒤 개인정보를 입력해 여러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대출금을 자기 계좌로 옮기는 식이었다. 기사화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A씨보다 더 많은 금액을 황당하게 빼앗긴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다.
A씨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공인이었다면 어땠을까. 피해자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던가 유명 가수·배우 또는 스포츠 스타였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유명인이 대출사기를 당했다면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에서 끝나지 않고 'OOO도 당한 대출 사기, 5년 사이 몇 퍼센트 증가' 같은 후속 보도까지 나왔을 것이다.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에 대한 기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조민씨가 어떤 병원에 이력서를 냈고, 언제 면접을 봤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끈질긴 취재가 스토킹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조민씨가 공인이 아니라는 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근거다. A씨가 당한 사기 사건이 기사화가 되지 않은 것처럼 조씨도 공인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이 관심을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민씨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이런 주장을 하는 항의 메일이 빗발친다.
조민씨가 공인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기자들도 조민씨를 공인으로 볼 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조씨 개인만 놓고 보면 공인인지 사인인지 명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자들이 기사에서 조씨를 처음 언급할 때 그냥 '조민씨'라고 쓰지 않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라고 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조민씨 본인이 공인이든 아니든 그건 기자들의 취재에서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언론이 조민씨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그의 아버지인 조 전 장관이 공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의 스펙을 위조해 의사로 만들려고 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이자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반대로 가정해보자. 대출사기를 당한 평범한 청년인 A씨가 사실은 의학전문대학원생이었고, 어머니가 대학교수로 재직중이며 아버지는 법무부 장관이었다면 A씨가 당한 대출사기는 당연히 기사화됐을 것이다. 언론이 조민씨에 대한 취재를 멈추지 않는 건 조씨의 부모가 공인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 때 수많은 언론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를 파고든 것도 마찬가지다. 정씨가 공인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A씨든 조민씨든 정유라씨든 이들이 공인인 부모의 도움으로 무언가 특혜를 받았다면 당연히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