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방식에 대해 법적으로 규정하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분양가와 분양전환 방식을 모두 사업자가 정할 수 있어 사업자가 감정평가액보다 비싸게 분양전환하거나, 예상보다 더 빨리 분양하더라도 수분양자들은 할 말이 없습니다."(연제헌 부동산전문 변호사)
정부가 중산층에게 장기간 주거환경을 보장하고,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자는 취지로 민간임대 아파트를 도입한 지 7년이 지났다. 지난 2015년 마련된 이 제도는 주택 건설 후 곧바로 분양하지 않고 일정기간 임대를 준 사업자에게 재산세를 감면해주고, 임대 종료 후 분양을 할 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지만, 임차인의 공급조건이나 분양전환 방식 등에 대해 제한이 없어 사실상 '무법지대'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의무임대기간이 지난 후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시중 분양가보다 높은 금액을 임차인에게 제시한 것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결국 정부는 제도 도입 5년만인 지난 2020년 9월 대폭 수정에 나섰다. 당초 단기(4년)·장기(8년) 유형으로 공급하던 것을 단기를 없애고 장기 유형도 의무임대기간을 10년으로 늘렸다. 임차인들이 더 오래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공공이 지원하는 대신 공공성을 강화한 10년 장기임대 상품인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추가로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건설형 민간임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와 장기일반민간임대로 나뉘게 됐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무임대기간만 늘렸을 뿐 운영 방식에는 여전히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전매·전대 제한이 없어 단타 투기족들이 몰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9월 계약자를 모집한 롯데캐슬 수지구청 민간임대 아파트의 경우 경쟁률이 227대1에 달했고, 분양전환 권리가 있는 임차권은 1억원을 넘는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임차권이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되는 사례가 많을수록 실수요자는 민간임대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당초 분양가보다 비싼 가격에 임차권을 사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분양전환 금액과 방식도 제각각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경우 분양전환시 복수의 감정평가와 표준건축비 등을 근거로 분양가를 결정해야하지만, 민간은 철저히 자율에 맡겨져 감정가보다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 분양 방식에도 제한이 없어 입주 9개월여만에 조기분양이 이뤄지기도 하고, 분양전환을 아예 안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사업장에서는 임대형으로 계약된 호실에 대해서도 투자자를 모집해 분양전환 권리만 따로 팔기도 한다. 시행사가 어떤 방식을 결정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분양자들은 사업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상품을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모집공고상 사업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사업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분양전환가를 높게 제시할 경우 경쟁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공고상에는 임대보증금만 공개하고 계약당일에야 분양전환금액을 공개한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시중에서는 "어차피 계약현장까지 가야 분양전환 방식과 금액을 알 수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돌고 있다.
민간임대아파트가 민간의 영역에서 거래되는 상품인 만큼 자율성을 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주택공급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단타족이 몰리고, 분양전환 방식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최소한 분양가 산정 및 분양전환 방식에 대해서만이라도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 불충분으로 인한 역선택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계약자를 모집하는 '깜깜이 모집'도 막아야 한다.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입는 수분양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5월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원회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전략 중 하나로 민간임대 활성화를 내걸고,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전신인 '뉴스테이'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취지에서는 좋은 결정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민간임대로 번진 열기가 더욱 거세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제도 활성화에 앞서 법적인 미비사항은 없는지, 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갈 여지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