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온정 기자

“역세권 청년주택 들어가는 게 456명이 참여하는 오징어 게임에서 이기는 것보다 힘들어요. 전용면적 17㎡짜리 주택 입주자를 2명 뽑는데 무려 1170명이 지원해서 최종 경쟁률이 585대 1이었습니다. 소형 평수이지만 요즘 전셋값이 워낙 올라서 어디든 넣어보자는 마음에 지원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참 씁쓸합니다.”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실시한 역세권 청년주택 2차 모집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직장인 A씨(31)의 말이다. A씨는 “내년 8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모집공고가 나올 때마다 지원하고 있는데, 매번 탈락하고 있다”면서 “공급 물량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생과 청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2016년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됐다. 사업은 민관 합작 방식으로 진행되며, 서울시가 용적률을 높여주면 역세권 토지주와 건설사가 주택을 지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운영권을 민간과 공공이 나눠갖는다. 공공과 민간임대 물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아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집을 원하는 청년에게는 좋은 주거상품이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매번 지적된다. 공공임대의 경우 올해 진행된 1차 모집에서 1만6505명, 2차 모집에서 3만4907명이 몰렸는데 공급물량은 각각 275실, 740실에 불과했다. 공공임대 물량을 잡지 못한 청년들은 민간임대로 눈을 돌리지만, 이 또한 공실을 찾기 쉽지 않다.

경쟁률이 치열하다보니 임대주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소득 1순위, 지역 1순위가 아니면 사실상 당첨되기 어렵다” 혹은 “입지가 나쁘거나 규모가 아주 작은 곳만 당첨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만든 제도가 역설적이게도 청년을 계층화하고 있는 셈이다.

상당수 공공임대가 외면받는 상황에서 역세권 청년주택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대안이어서일 것이다. 잘 구상한 정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8만실을 공급해 물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지만 다 된다고 해도 이걸로는 부족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거주했던 1인가구 중 20·30대는 총 67만2565가구다.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이라는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공급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