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우 호서대 특임교수

중국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중국 자료는 과거의 역사적 기록에 그치며, 현재 중국의 실상을 보여 주는 생생한 정보는 철저히 제한돼 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필요와 목적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해 왔고, 외부 세계는 그 틀 안에서만 중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현재의 중국'을 정확히 읽지 못하고, 다가올 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응에서도 한계에 봉착했다.

필자는 이러한 정보의 장벽을 넘어설 실마리를 중국 인맥이라는 비공식 인적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서 찾고자 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노력과 우연이 선물한 행운과 맞물리면서, 문헌과 자료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중국의 심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단, 민감한 내용은 현재 상황을 고려해 아주 제한적으로 서술했음을 밝혀둔다.

◇중국 최고 인맥인 '전국구 인맥'은

중국과 같이 인구와 면적이 방대한 국가에서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인맥을 구축한다는 것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필자는 중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인맥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즉 '전국구 인맥'으로 공산당 당(党) 조직, 인민해방군 그리고 중앙 언론사 인사들을 인맥의 목표로 정했다.

문제는 이들 분야의 인사들을 어떻게 만나 인맥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였다. 과거 기업 주재원으로 중국에 근무할 때 구축한 인맥은 주로 행정부 소속으로, 한국으로 치면 중앙정부의 과장급 정도였다. 더욱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하는 상황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식사를 한번 하자"고 한 인맥 중 대부분은 끝내 만나지 못했고, 그나마 두세 명의 인사는 필자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인지 한두 번 식사 후 연락이 끊겼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의 타고난 운과 쌓아온 노력이 절묘하게 결합하며 심연의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전국구급 인맥을 구축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중국에서 당 조직과 행정부 조직 간의 업무 범위와 권한은 명확히 구분된다. 특히 권력의 차이는 매우 크다. 중국은 당이 국가 위에 군림하는 체제로, 인사와 이데올로기를 장악한 핵심 권력 기관으로 운영된다. 당 조직은 모두 고도의 비공개 운영을 특징으로 하며, 실상이 외부에 공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주요 당 조직으로는 중앙조직부, 중앙판공실, 중앙선전부 등으로 이중 중앙조직부는 단연 최고의 권력 기관으로 인정된다. 중앙조직부는 당, 행정부, 대형 국유기업, 중점 대학, 그리고 국가급 연구 기관 등 전 국가 시스템의 최고위급 간부 인사의 관리 및 통제를 총괄한다.

중국 지방의 현급 이상 도시에도 중앙정부와 같이 상무위원회가 조직 지역을 통치한다. 예를 들면 후난성의 최고 통치 조직인 후난성 상무위원회는 6~7명의 핵심 지도자로 구성된다. 후난성 상무위원회 당연직은 당서기, 성장, 조직부장, 선전부장 등으로, 이 구조만 봐도 당 조직의 역량을 이해할 수 있다.

당 조직은 중앙과 지방에서 통치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당 조직은 지방정부 소속도 중앙정부 기관의 직속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중앙과 지방 모든 지역을 하나의 체인으로 연결한다. 중앙조직부 국장급 인사가 지방에 가면 성장(省長·한국의 장관급)이 버선발로 뛰어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따라서 중앙조직부와 잘 형성된 인맥은 지방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인맥을 형성하려는 기업과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필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현장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2010년 초반, 부동산 사업으로 급격히 사세를 확장한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인맥 구축과 기업 홍보를 위한 축하 행사가 한동안 유행했다. 중앙의 주요 공직자들을 초청해 접대하고, 이를 통해 인맥을 구축하려는 목적이었다. 행사는 성대했고, 선물과 음식 등도 최고의 수준이었다.

특히 20명 정도의 VIP 테이블 주요 인사들에게는 고가의 선물과 함께 거마비가 두둑하게 제공됐다. VIP 테이블에 앉은 인사의 지위가 그 기업의 사세와 영향력으로 직결되었기에,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고위급 인사를 초청했다.

일반적으로 퇴직한 부장급(한국의 장관급)과 현직 부부장(한국의 차관급)이나 핵심 부서의 국장급 이상 인사들이 VIP 테이블의 주요 초청 대상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앙조직부 간부의 참석 여부는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에게 최고의 관심사였다. 보통 중앙조직부 부국장급 간부가 주요 초청 대상이었으나, 실제 조직부 간부가 대규모 기업 행사에 참석한 경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스운 일은 참석을 안 했는데도 VIP 소개 시간에 꼭 조직부 간부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자신들의 인맥이 조직부에도 연결되어 있음을 과시하려는 목적이었다.

중국기업 행사의 이미지를 AI를 이용하여 묘사한 장면

필자가 속해 있던 한 사적인 모임에는 중앙조직부 부국장급 인사가 있었다. 그는 모임에 항상 참석하진 않았고, 1년에 서너 번 참석했다. 나중에는 국장을 거쳐 조직부 산하 기관의 수장으로 한국의 차관보 정도의 직위까지 지낸 분이었다. 모임에서 항상 현직 국장급 인사들이 그에게 상석을 양보하고 예의를 표시해서 그 인사를 국장급으로 판단했다 (개별 모임 시 부국장도 국장으로 호칭함). 그는 모임의 분위기와 화제를 주도했고, 일부 국장급 인사들도 그의 눈치를 보거나 행동에 화답하는 자세를 보였다. 나중에 그 인사가 조직부 부국장이라는 걸 알고 실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총리 산하의 행정부 조직(한국의 국가 행정기관)은 지방자치 정치 구조로 인해 전국적인 인맥 확산에 한계가 있다. 중앙부서와 지방부서는 긴밀하게 직접 연결이 되지 않아, 중앙부서와 지방부서 간에는 서로 다른 조직으로 생각될 정도다.

한 지인이 경험한 사례를 참조하면 이해를 할 수 있다. 한국 언론사 특파원이었던 그는 중국의 북동부에 있는 요녕성 선양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베이징시 공안부서(한국의 경찰)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지인이 베이징시 공안국 소속이라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부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베이징 공안국 지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이 일을 겪은 뒤 본인이 알고 있던 인맥의 현실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이는 중국 행정부 조직 운영 시스템의 이해 부족으로 생긴 오해였다. 공안부는 행정부 조직으로, 당 조직과 달리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의 공안이 직접 연결된 조직이 아니다. 베이징시의 공안 관리라 하더라도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들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접 통하는 구조가 아니라서 지인의 지인을 연결해서 처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 서울 경찰청의 간부는 지방 어느 곳에도 연결과 영향이 미치는 구조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정치 구조의 이해 부족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거나, 인맥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품었다가 실망을 토로하는 경험을 자주 했다.

중국을 이해하는 열쇠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느냐에 있지 않다. 어떤 조직이 권력을 쥐고 있으며, 그 조직이 어떻게 연결되고 작동하는지를 읽어내는 데 있다. 중국에서 인맥은 단순히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결국 중국의 심층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흐르는 길을 이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