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생성형 인공지능(AI)가 디지털 심화의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데이터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데이터 집중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거대 플랫폼 기업이 생성형 AI 시대에도 경쟁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의 집중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지 또한 데이터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공유, 개방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슈가 되고 있다.

먼저 데이터 집중 문제에 대한 논의다. 플랫폼 기업들은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축적해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혁신이 촉진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진입장벽을 구축한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23.1.12.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데이터는 생산, 물류, 판매촉진 활동 등 사업의 전 영역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 생산요소로서, 데이터의 수집·보유·활용 능력이 사업자의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데이터 저장·관리·분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이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활용하여 각 이용자에게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등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거나 더 많은 이용자를 유인하는 것이 용이하다.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데이터의 플랫폼 경제에서의 효용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동 지침은 데이터 관련 경쟁법적 우려와 관련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이용자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특정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데이터가 집중될 경우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데이터의 이동성(portability),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부족한 상황에서 관련 데이터가 특정 사업자에게 집중될 경우 이는 시장의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플랫폼 간 데이터의 이동성, 상호운용성이 충분해 신규 진입 사업자가 기존 이용자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한 경우에는 이러한 경쟁 제한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경쟁당국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업자가 전략적으로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심결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논의와는 별개로 데이터의 개방, 공유, 공개, 이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이동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는 이미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작으로 한국의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에도 도입되어 있다. 공공영역과 사적영역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공영역에서 유럽연합(EU)은 유럽 내에서의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위한 목적에서 이른바 「데이터 거버넌스 법(Data Governance Act)」을 제정했다. 이 법에서 데이터 공유를 위해 첫 번째로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특정 범주의 데이터를 재사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두 번째로 사경제 영역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대상으로 공동의 데이터 사용을 위한 서비스 제공자라는 경제주체를 설정한다. 신고한 사업자에 대해 데이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세 번째로 정보주체 혹은 경제적으로 데이터를 보유한 주체가 순전히 공익적이고 이타적인 목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일명 ‘데이터 이타주의(Data Altruism)’를 규정하고 있다.

보다 직접적인 데이터 공유를 위해 EU 집행위원회는 2022년 2월 23일 「데이터법(Data Act)」을 발의했다. 동 법안은 민간 부문의 데이터 이동과 공유에 대한 내용을 주안점으로 하고 있는데,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 제3자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데이터 공유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거버넌스법」 상 데이터 공유는 데이터 보유자와 사용자 간의 합의에 기초하며 유상의 서비스를 전제로 하지만, 본 법안에서는 데이터 형성의 기여도에 따른 데이터 접근권을 보장해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강화된 형태의 데이터 접근, 공유 의무가 부과되고 있는 것이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이다. 첫째 사업 이용자들 또는 최종 소비자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것. 둘째 사업 이용자들 또는 사업 이용자들이 승인한 제3자가 데이터를 무료로 효과적이고 계속적으로 실시간 접근 및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 셋째 제3의 온라인 검색엔진 사업자가 요청하는 경우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랭킹, 검색, 클릭, 조회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할 것. 넷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 대한 사업 이용자들의 접근을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일반적 조건하에 허용할 것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최종 이용자는 물론 사업 이용자들이 게이트 키퍼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법이 시행되면 강력한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제3자의 데이터 접근 및 활용과 관련해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있으나, 그 외 민간 부문에 대한 데이터 접근에 대해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외하면 아직 구체적 입법은 없다. 다만 그동안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안,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법 등에서 사업 이용자, 광고주, 경쟁 사업자의 데이터 접근에 관한 규정이 포함돼 있었다.

데이터 공유에 대해서는 비용과 노력을 들여 데이터를 수집, 보유한 사업자에 대해 대가도 없이 데이터 개방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데이터 수집, 이용에 대한 투자와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데이터 공유를 위해서는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하는 수단이 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데이터 공유, 개방, 접근이 데이터 경제에 필수적인 수단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의 집중 현상을 단순히 독점이라고 지칭하는 건 무리가 있다. 독점이 일어나면 소비자가 누려야 할 편익의 일부가 독점기업으로 이전하고 경쟁 시장의 균형에 비해서 과소 생산이 발생하면서 사회 후생을 저해한다. 현재 데이터의 집중이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선 자율 규제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정부도 플랫폼 자율기구 내 데이터, AI 분과에서 이런 자율 규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