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터넷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발생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블랙아웃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정보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유지,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정보통신망이란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 체제를 의미한다. 과연 사회의 기본 인프라인 정보통신망이나 정보통신시설을 보호하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무려 4개의 법률이 목적, 대상, 수단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관련 규제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전기통신사업법이다. 제22조의7(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등)에는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대규모 부가 통신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구체적인 조치 내용에는 첫째 트래픽 발생량의 증가로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의 제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될 경우 서버 용량의 증가,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확보 및 트래픽 경로의 최적화, 둘째 트래픽의 경로 변경 등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의 제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행위를 할 경우 기간 통신 사업자에 대한 사전 통보 조치 등이 있다. 이 법은 부가 통신 사업자에게도 망의 안정성 유지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카카오도 동법의 대상이다. 다만 동법은 화재로 인한 통신 재난 등을 대비한 규정이 아니고 트래픽 과다. 트래픽 경로 변경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부가 통신 사업자의 책임을 규정한 것이다.
두 번째 정보통신망법이다. 법 45조(정보통신망의 안정성 확보 등)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은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에 사용되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및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정하는 정보보호지침에는 정보통신망의 지속적인 이용이 가능한 상태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물리적 보호 조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범위에는 기간 통신 사업자는 물론 카카오와 같은 부가 통신 사업자도 포함된다.
또 법 제46조는 인터넷데이터센터와 같은 집적정보통신시설을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정보통신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보호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각종 물리·기술·관리적 보호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반면 임차해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의무가 없다. 또 과기정통부가 보호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 및 보완 명령을 할 수는 규정이 없다. 이를 보완하는 법 개정안이 카카오 사태 이후 발의됐다.
세 번째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다. 이 법은 해킹 등 전자적 침해행위에 대비하여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의 보호에 관한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여기서 '정보통신기반시설'이라 함은 국가안전보장·행정·국방·치안·금융·통신·운송·에너지 등의 업무와 관련된 전자적 제어·관리시스템 및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말한다.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해서 취약점 분석·평가,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및 관리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예방, 백업, 복구 등 물리·기술적 대책을 포함한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관리대책 수립·시행, 관리대책의 이행 여부 평가가 이뤄진다. 인터넷 데이터센터도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과기정통부의 감독이 이뤄진다.
네 번째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다. 이 법35조(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수립)에는 과기정통부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주요 방송 통신 사업자의 방송통신서비스에 관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재난이나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른 재해 및 그 밖에 물리·기능적 결함 등 방송통신재난의 발생을 예방하고, 방송통신재난을 신속히 수습·복구하기 위한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요 방송 통신 사업자에는 KT 등 기간 통신 사업자, KBS 등 지상파 방송 사업자, YTN 등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 사용 사업자가 포함된다.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는 방송 통신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우회 방송 통신 경로의 확보, 방송 통신 설비의 연계 운용을 위한 정보 체계의 구성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이 법 조항은 지난 2018년 11월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 이후 추진되었는데, 당초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 통신 사업자 즉 '데이터센터 사업자'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인터넷기업들이 해외에 없는 과잉규제, 정보통신망법과의 이중규제 등의 이유로 반대하면서 제외됐다. 당시 법안을 추진한 과기정통부는 데이터센터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시설로 재난 상황에서 중단될 경우 국민의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민생 현안이라고 강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는 이번 카카오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이 법의 개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4개의 법이 유사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목적, 대상, 방법을 가지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주로 사전규제로서 일정한 관리 및 보호를 부과하고 있는 것에 반해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주로 재난 사고 발생을 대비한 사전, 사후 규제를 정하고 있다. 대상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제외하면 부가 통신 사업자에게 모두 적용된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은 데이터센터를 임차하여 운영하는 사업자는 제외돼 있다.
법의 취지는 전기통신사업법이 부가 통신 사업자의 임의적 트래픽 변경 등으로 인한 이용자 보호, 정보통신망법은 데이터센터의 보호,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은 해킹 등 전자적 침해행위에 대한 주요정보통신기반 시설의 보호,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방송통신재난에 대비하는 것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번 카카오 사태와 관련된 사후 대책으로는 정보통신망법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개정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자도 보호조치 의무 대상에 포함하고 정부의 권한도 사전점검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거나, 아니면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대상에 부가 통신 사업자를 포함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플랫폼에게 부담이 가장 덜 가면서도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이번 기회에 4개 법령으로 나눠져 매우 복잡하게 구성된 정보통신망과 시설에 대한 보호 법제를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