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는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하루가 멀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강경 메시지를 보고 있으면 이번 정권에서만큼은 집값을 꼭 잡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러면 집값이 도대체 얼마나 올랐을까.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34억6593만원. 10년 전 10억5489만원보다 24억1104만원 뛰었다. 반면 서울 하위 20% 아파트값은 2016년 1월 2억5928만원, 2021년 1월 4억8589만원, 올해 1월 5억84만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만 놓고 보면 서울 하위 20% 아파트값이 1495만원 오르는 동안 상위 20%는 14억2433만원 올랐다.
수도권 집값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 한강벨트, 경기 과천·분당 등 특정 지역의 아파트값이 끌어올렸다. 최근 5년 자료만 봐도 서울 강북과 외곽 지역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비수도권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오히려 집값이 내려갔다.
집값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직장과 학군이 쏠려 있는 강남 3구로 수요가 몰리고, 이 수요가 한강벨트까지 확산하며 이 지역들의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소위 상급지라고 불리는 지역의 선호 현상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까지 맞물려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는 깨지지 않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강화해 핵심 지역의 주택 가격만 더 끌어올리고 있다. 강북에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지인은 5월 9일로 다가온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서둘러 집을 내놨다. 강북 아파트를 정리하고 그가 이사 가려는 곳도 국민평형이 50억원이 넘는 한강이 보이는 반포의 그 아파트다.
주택 가격을 낮추고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선한 의도의 정책이 오히려 정반대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규제만 하다가 가격 급등과 정책 실패라는 쓴맛을 봤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임기 5년간 26번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상승률이 62.2%(KB국민은행 통계)에 달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앞선 두 정부와 닮은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번엔 다르다"고 하지만 정교한 정책 설계가 이뤄지지 않아 부작용과 역기능이 우려된다. 다주택자를 '마귀'로 몰며 집을 팔라고 압박하는데, 투기성 다주택자와 임대 공급자를 구분하지 않고 접근했다. 임대 시장의 위축은 결국 주거 선택지를 좁히고 전월세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무리한 주택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 집값을 잡기보다 '주거 사다리'를 먼저 걷어찼다.
결국 강남 3구와 한강벨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눌러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이곳의 집값은 서민들이 엄두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정부가 아무리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세금 카드를 꺼내도 이 지역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재건축·재개발이 아니면 아파트를 지을 땅도 없다.
상급지 입성에 대한 욕망을 모두 채울 수는 없다. 무리한 집값 잡기는 부작용만 키운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 뾰족한 수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 전환의 발상이 필요하다. 강북이나 경기 용인에 살더라도 강남의 직장과 학교·학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도권 교통 체계를 전면 재수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20~30대가 차근차근 자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주거 사다리도 다시 세워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부동산 전쟁'의 승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는 얘기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