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놓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주식시장의 존재 목적 중 하나가 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점이다. 챗GPT에 '자본시장의 존재 목적이 뭘까?'라고 물어봤더니 "주식시장의 존재 목적은 아주 간단히 말하면 돈이 필요한 사람(기업·정부)과 돈을 굴리고 싶은 사람(투자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 최초 주식회사로 꼽히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잉글랜드 동인도 회사 모두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주식을 일반에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자, 그렇다면 우리 주식시장을 돌아보자.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를. 당장 주주들이 반발하고, 금융감독원이 정말 꼭 필요한 유상증자가 맞는지를 심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삼형제 승계 이슈와 관련되는 것 아니냐는 문책을 받았고, 한 이차전지 기업은 금감원으로부터 "어차피 중국에 빼앗길 시장인데 꼭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느냐"는 코멘트를 들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 장점이 자금 조달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마저도 눈치를 주니 요즘 상장사는 괴롭다. 자사주 의무 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은 좋은 정책이지만, 강제해서는 안되는 정책인데도 제도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면서 감사의원 선임에 대한 3%룰,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 강화 등 또 다른 규제 정책이 기업을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강화된 3%룰 아래에서는 외부인을 감사로 앉힐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뭐하러 상장을 했을까'란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상장사들이 주가를 올리고 싶게 하고, 이에 앞서 상장을 하고 싶게 하려면 상장하는 것이 장외시장에 있는 것보다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근은 희미해지고 있고 채찍만 생겨나고 있다.
상장사에만 주는 '특혜' 같은 것이 필요하다. 기업 자체에 주는 세 혜택이 있을 수 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같은 정책만 있어도 좋다. 아니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해 조달 금리를 조금이나마 낮춰주는 혜택을 줄 수도 있다.
채찍만 들이민다면, 의도적으로 상장폐지하려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이른바 '고의 상장폐지'다. 고의 상장폐지는 일부러 회계를 투명하지 않게 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퇴출 절차를 밟는 것을 말한다. 장외로 돌아가면 회계법인과 주주의 감시를 피해 회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작은 기업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애용된다. 예전에는 이른바 코스닥 잡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중견 기업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여론을 크게 신경쓰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혹할만하다.
괜한 걱정이라고? 글쎄. 지금도 많은 기업인이 괜히 상장했다는 푸념을 한다. 지금 이 순간 상장하려고 하는 기업은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는, 엑시트를 목적으로 상장한 게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드는 기업이 다수다(예를 들면 기술특례 기업같은). 좋은 기업이 더 큰 성장을 위해 찾는 시장이 되려면, 상장사가 되면 손에 쥐는 분명한 장점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