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만 조선비즈 증권부장,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 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개인적으로 중국 주식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합리적이지 않아서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한 업종에 폭탄이 될 수 있는 정책이 나오고, 때로는 한 기업과 기업주가 누군가에게 찍혔다는 추정 속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곤 한다. 사실 이는 러시아 펀드를 보면서도 느꼈다. 독재자의 말 한마디에 전쟁이 벌어지고, 증시는 쑥대밭이 된다. 합리적 의사 결정 속에 투자할 만한 환경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정치 리스크가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보다야 덜 하지만, 100%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은 애석하게도 아니라고 본다. 요즘 금융주를 보면 특히 그렇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PBR 1배 미만 저PBR주들로 하여금 주주환원정책을 내놓게 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5일 업무보고 기자간담회에서는 "상반기 중 뉴욕을 방문해 우리의 밸류업 노력 등 한국 시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과연 한국 시장에 믿고 투자해도 될까 싶은 발언이 쏟아졌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배상이 대표적이다. 이 원장은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 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로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를 의심했다. 같은 자리에서 연달아 나올 수 있는 발언인가 싶었다.

불법과 합법을 떠나 선배상하라는 주문은 금융지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다. 지난해 말 이후로만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조성, 배당 자제 등 경영 개입이 잇따르던 상황이다. 뭐만 터지면 불을 끄러 달려가는 것은 대형 금융사다. 사모펀드 사태는 사모펀드가 사기를 쳤지만, 판매사가 배상했다. 돈이 있고, 금융당국이 무섭기 때문에 지갑을 열었을 것이다. 한번 했으니 두 번째는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일까.

너무 쉽게 대형 금융회사에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고, 이에 금융회사도 내 돈이 아니니 화답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금융회사는 오너가 없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 모두가 주인이다. 우리가 지금 준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바로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홍콩H지수 ELS 사태를 대충 덮고 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당연히 부실 판매 가능성은 짚어봐야 한다. 하지만 이는 조사로 입증하면 된다. 판매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이를 적발해 강도 높게 징계하면 그뿐이다. 다시는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금융사 직원 스스로 생각이 들 정도로 중징계를 내린다면,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는 유사 사례를 막을 수 있다. 피해배상은 먼저 조사 결과부터 확인하고 결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심판이다. 잘못하면 경고, 레드카드를 뽑아들면 된다. 이래라저래라하는 지시 사항이 너무 많으면 투자자도, 관중도 경기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금융주 저평가는 그 때문에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