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32억원. 얼마 전 NH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 중산층(평균 순자산 4억원)은 적어도 이 정도 재산은 있어야 부자로 인정한단다. 이 얘기대로라면 빚 없이 강남 아파트 한 채가 있다면 부자 반열에 들었거나, 얼추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동의하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다른 기준도 있다.
이번엔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들(나름 돈 좀 있다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부자의 기준을 물었더니, 빚 없이 재산이 100억원은 돼야 한단다. 그래도 여전히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면 총 재산이 100억원은 넘되 이 중에서 부동산은 50억원 이상, 금융자산은 30억원 이상은 있어야 부자라는 KB금융지주의 분석도 있다. 조건이 훨씬 까다로워졌다.
어떤 기준을 들이민들, 부자 되기 참 어렵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사업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근로소득이 주 수입원인 월급쟁이라면 현실의 벽은 까마득하다. 부자의 사전적 의미가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라는데, 부자는 고사하고 살림이 팍팍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수의 범인(凡人)은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는 걸까. KB금융지주가 부자들에게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자신을 부자답게 만드는 요소를 물었더니 가족 관계(22%)나 사회적 관계'(16%)와 같은 자산 이외의 항목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물론 자산(37%)이 가장 중요한 요소긴 했다. 그러나 가족 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합쳐 '내 주변과의 관계'로 개념을 확장해보면, '관계'라는 키워드(38%)는 흔히들 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 사회적 지위(15%)는 물론 자산이라는 키워드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쯤 되면 슬슬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감이 올듯하다. 부자가 되는 법을 열거해주길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당장 나조차도 그 방법을 모르는데 가르쳐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부자들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재산을 많이 모았다고 하더라도, 좋은 관계를 맺는 일에 실패했다면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건데, 이 말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관계에 성공한 사람은 어느 정도는 부자다'라는 논리도 성립한다.
자조 섞인 말이긴 하나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자로 태어나거나 부자와 결혼하라고들 한다. 우스갯소리로는 이름을 부자로 바꾸라는 얘기도 있고, 현실감 있는 조언으로는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라는 말도 있다. 자, 지금부터는 전설과도 같은 부자가 되는 비법에 '관계를 중요시하자'는 것도 하나 추가해보자.
여유로움은 원만함과 화목함에서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독한 철학자처럼 관계 한 가지에만 골몰하라는 것은 아니다. 정신 승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부자의 기준이 너무 높아진 것 같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다 든 생각이다. 가급적 많은 범인이 부자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