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곧 발송될 것이라고 한다. 비싼 집을 가졌거나 서울에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해당하는 세금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데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는 바람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적힌 종이를 받아들게 된 사람도 있다.

고지서를 받아본 당사자들은 비명을 지르겠지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 사람에게는 남의 일이다. 정부도 예고했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지나치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아직도 다른 주요국에 비하면 보유세가 낮다.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였으니 실수요자 피해는 작다. 이런 이유로 말이다. 언뜻 들어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정부는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에 사는 집 아니면 다 팔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게 말이다. 이건 좀 의문이다. 이 사람들은 왜 집을 팔지 않고 이 엄청난 고지서를 받아들었을까. 이유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징벌적인 수준으로 올린 것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는데 효과가 어땠는지를 봐야 해서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무겁게 하면서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 집을 가진 사람이 집을 더 사려는 수요는 막고, 이미 가진 집은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그것이다. 첫 번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이 된 듯하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틈새시장이다. 세금 때문에 대다수 주택이 더는 다주택자의 투자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두 번째 목표는 거의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이 시중에 매물로 나오기는커녕 증여가 늘어날 뿐이었다. 처분할 마음이 들게 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높은 양도세율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작동한 셈이다. 증여 열풍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확산 중이다. 정책 실패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먼저 세금으로 내는 돈보다 집값 상승분이 클 거라는 기대를 가진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내기까지는 아직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신도시의 경우 땅을 사서 길을 닦고 집을 짓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가만히 보니 대안으로 생각해볼 서울 핵심지의 재건축도 원활하지 않다. 오르는 데 베팅할 수도 있는 환경인 셈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높은 양도소득세율이 그것이다. 종부세가 부담되니 이쯤에서 팔아볼까 생각을 한 다주택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10억원 오른 집을 팔 때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은 75%다. 몇 년치 종부세에 해당하는 금액이니 차라리 조금 더 버텨보자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선거도 있으니 세제가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시장 전문가는 정말 매물을 이끌고 싶다면 양도세를 한시적으로라도 줄이는 방책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도세를 없애라는 말이 아니다. 너무 높여놔 팔 수가 없으니 팔고 싶을 정도까지만 잠시 내린다면 매물이 나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고액 자산가를 많이 상담하는 사람일수록 이 효과를 강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종부세를 올리면서 양도세마저 강화하는 것은 둑을 쌓아놓고 물길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물론 다주택자의 세금을 줄여주는 일은 어려운 정책 선택일 것이다. 반발부터 하는 사람도 많을 수 있다. 얼마 전 나온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무주택 가구가 43.9%다. 1주택 가구도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나 역시 굳이 세금까지 깎아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가슴 한쪽에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효과에 주목한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카드라는 시각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주택자가 세금을 일부 아끼겠지만, 매물이 늘어 집값이 내리고 이 효과가 무주택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어서다. 깎아준 세금보다 아껴준 집값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양도세를 잠시 낮췄는데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 입장에서 별로 손해 볼 것은 없다. 혜택을 본 다주택자도 별로 없을 테니. 양도세를 내려 매물이 충분히 나왔는데도 집값이 생각만큼 안 내리면? 그건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그마저도 없었으면 더 올랐다는 의미가 아닐까.

물론 이대로 몇 년 더 종부세가 오르면 양도세를 내리지 않아도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이 집값이 더 오른다면 종부세가 효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 곳간을 채운 효과만 남을 뿐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 매수심리는 진정되는 모양새다. 공급은 늘지 않았는데 대출 규제가 심해진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심리가 얼어붙은 때에 매물까지 는다면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급이 없으면 둑은 다시 터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5년간 우리가 봐온 일이다. 그만큼 공급이 절박하다.

정부는 지금 시장이 진정돼가는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아직도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은 많고, 집은 모자라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이제 더 써볼 만한 카드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