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8일 한 말이다. '민간기업의 이전은 기업이 결정해야 한다'는 말도 여당 내 3선 중진 의원 입에서 나왔다. 경기 용인에 건설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두고 '호남 이전론'이 나오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온 말이다.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HMM의 부산 이전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동남권에 해양수도권을 조성하겠다며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시켰다. 해운 대표 기업인 HMM의 본사도 부산으로 옮기겠다며 밀어부치고 있다.
정부가 HMM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HMM의 지분 상당수를 공공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HMM의 지분 35.4%는 산업은행이, 35.1%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갖고 있다. 총 70%를 공공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영난을 겪기 전까지 민간기업이었고, 앞으로도 민간이 소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공공이 HMM의 운명을 좌우해도 되는 것일까.
산은과 해진공은 보유 중인 HMM 지분 70%를 매각하는 방안을 현재 추진 중이다. 포스코그룹이든, 동원그룹이든 인수한다면 HMM은 해당 기업의 해운 계열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HMM은 국내 해운업계 1위 기업이다. 연 매출(2024년 기준)은 해운업 부진에도 11조원이 넘는다. 글로벌 선사인 만큼 서울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화주들과 금융기관, 글로벌 파트너들과 영업·전략 등을 논의하는 게 기업을 위해 좋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 의견이다.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면 HMM 임직원 중 상당수가 퇴사를 선택해 경쟁력이 약해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HMM 육상노조는 부산 이전안에 대해 "민간기업인 HMM의 본사를 강제 이전하려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 중이다.
HMM의 부산 이전이 반도체 클러스터와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목적도 가진 정책이라는 점도 문제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선거에서 부산 표심 공략을 위해 나온 공약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 이전이 기업 몫'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면 HMM의 이전 문제는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HMM을 공기업으로 본다고 해도 그렇다. 기업의 위치를 정치권 입맛에 맞게 편한 대로 갖다 붙이는 상황이라면 기업의 경쟁력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연 1%대 저성장 시대에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