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빌 게이츠가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을 출간한 후,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 전화 통화를 했을 때, 국내 언론은 주요 뉴스 헤드라인으로 그 일을 다뤘다. 대부호인 그가 책을 더 팔고 싶어서 하는 행동으로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가 문제를 푸는 방식 중 중요한 루트는 책이었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관련된 책을 싸 들고 그만의 숲속 오두막으로 들어가서 며칠씩 머무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스웨덴의 의사이자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보건과 교육 데이터를 근거로 이 세계의 진화를 설명하는 책)’를 미국 대학원 졸업생 전원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나는 빌 게이츠의 이런 식의 사려 깊은 개입이 맘에 들었다. 물론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돈이 든다. 그는 며칠 전에도 26조 원의 돈을 재단에 기부했다.
그러나 세상은 부자인 동시에 현자인 사람을 의심한다. 2026년 화성 이주 계획을 세우고 57조 원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하는 ‘악동’ 일론 머스크에 비해, 빌 게이츠는 지루할 정도로 장기적인 안목과 올바른 눈으로 정교한 빅픽처를 그리곤 했으니까.
그런 와중에 최근에 출간된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이라는 책을 읽고 나는, 동시대인으로서 그의 방대한 지식과 통찰에 호기심을 느꼈다.
다행히 그가 내가 제안한 이메일 인터뷰를 수락했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과의 인터뷰는 나를 긴장시켰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와 코로나 액션 플랜을 담은 그의 새 책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을 기반으로, 나는 공사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질문을 던졌다.
예컨대 백신에 칩을 심었다는 음모이론을 들었을 때 화가 났는지, ‘뇌를 CPU처럼 활용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지, 컴퓨터와 바이러스의 시대를 관통해서 격동의 빌 게이츠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인지… 돌아온 그의 대답은 훨씬 포괄적이고 드라이했다.
빌 게이츠는 미래를 내다보는 현재적 과제를 중요시했고, 그런 이유로 사적 구설에 휘말리지 않는 중립적이고 효율적인 화법을 선호했다.

그는 코로나를 통해 ‘적절한 일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이후에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에볼라 이후 만들어진 게이츠 재단의 전염병 모니터링 팀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SARS-CoV-2′를 팬데믹 전부터 추적해왔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진단 방법 개발을 끌어내는 데 당신과 그 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낯선 질병이 퍼지고 팬데믹의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건 2020년 1월이었어요. 게이츠 재단에 감염 질환 전문가들, 특히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저는 행운으로 생각해요. 팀의 요청에 따라 당장 코로나 연구 1차 자금을 위해 500만 달러를 승인했습니다.
그 뒤 2월 중순 남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후 저는, 전 세계 바이러스 전문가들과 재단팀 10여 명을 시애틀 외곽의 내 사무실에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어요. 똑똑한 사람 10여 명을 초대해 가감 없이 질문과 답을 듣는 이 ‘실무 만찬’을 저는 오랫동안 신뢰해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넓게는 팬데믹 예방에 20억 달러 이상을 집중 투자했죠.
구체적으로 백신 연구와 개발 부분입니다. 가령 인도의 세럼 인스티튜트(Serum Institute)와 협력해 코비실드(Covishield)라고 불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4억 도즈 이상 만들게 하는 프로젝트 등에 자금을 지원했어요. 의료용 산소를 공급하고, 개발도상국의 저비용 검사 및 유전체 분석에 자금을 대서 변종에 대응한 것도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도 당신은 재단에 200억 달러(약 26조)를 추가 기부했습니다. 재단 자원의 상당 부분이 워런 버핏에게 나왔다고 감사를 표하면서요. 팬데믹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투자라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 어떤 부분에 투자를 해야 합니까?
“투자가 필요한 네 개 분야가 있습니다. 첫째, 차세대 백신 치료법과 진단법을 개발하는 연구 개발(R&D). 둘째, 새로운 병원체를 빠르게 탐지하게 해주는 질병 모니터링 시스템. 셋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켜보고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난 즉시 대응하는 팀(저는 이것을 GERM(Global Epidemic Response and Mobilization, 글로벌 전염병 대응·동원팀)이라고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글로벌 펀드와 같은 기관에 대한 기부나 해외 지원에 너그러운 태도를 보임으로써 전 세계 보건 시스템 강화에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간 10억 달러가 투자되어야 하는 전염병 국제기구 GERM은 매우 합리적이고 절실한 대안입니다. 하지만 리쇼어링 등 자국 중심의 ‘반세계화’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외교적 계산이 복잡한 지금 시점에서, 가능할까요?
“코로나19는 엄청난 비극이었습니다. 6백만 명 이상을 목숨을 빼앗았고 수백만을 빈곤으로 밀어 넣었죠. 세계 경제의 복구 비용은 14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당장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대안을 고려하는 세계 지도자들이 이런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초국가적 기구인 GERM에 투자를 우선할 것이라 믿습니다.”
다음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한 실전 훈련으로 그는 ‘세균 게임(germ game)’도 제안했다.
“국가들이 따로, 또 같이, 또 다른 치명적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할 경우 할 일을 연습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이죠. GERM이 훈련을 주도하고 그 결과를 각국의 리더에게 권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모든 상황에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희망과 일반인들의 희망은 같은 종류의 것일까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팬데믹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 우리는 속수무책이었어요. 하지만 세계의 대응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희망적인 면이 있었어요. 연구원들의 밤낮 없는 노력 덕분에 병원체를 확인하고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백신이 나왔어요. 세계 보건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이었죠.
백신이 아니었다면 사망자가 두 배로 늘어났을 겁니다. 전 세계 의료인들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환자를 돌보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11만 명이 넘었죠. 많은 리더들은 데이터와 증거에 따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이번 팬데믹을 배움을 얻을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해요. 아직 이 병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동안에! 그 누구도 지난 2년 반 동안 경험했던 것 같은 엄청난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진 않을 테니까요.”
책에서 그는 GERM(글로벌 전염병 대응팀)은 팬데믹을 선언할 권한이 있어야 하며 국가 정부와 세계은행과의 협력으로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아우구스투스와 송나라 황제까지 등장시킨다.
기원후 6년, 로마가 화재로 잿더미가 됐을 때,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제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을 시작했다. 상설 소방팀을 만든 것이다. 4,000명으로 구성된 이 소방대는 양동이, 빗자루, 도끼 등의 장비를 갖추고 도시 곳곳 막사에서 보초를 섰다. 송나라 인종도 11세기에 중국 최초의 소방대를 만들었다. 스스로를 보호할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인식이 이미 2,000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
불은 전 세계로 번지지 않지만, 질병은 전 세계로 번진다.
팬데믹이 한 건물에서 시작되어 몇 주 만에 전 세계의 모든 나라를 불태우는 화재와 다름없다면, 전 세계적인 소방서에 준하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게 GERM이다.
예상과는 달리 WHO는 자금이 넉넉지 않고 팬데믹 전담 인력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 자원 봉사단체에 의존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원봉사자가 아닌 상근 전문가로서 신뢰와 전문성과 자금과 권한을 갖춘 세계적인 조직이라는 빌 게이츠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해결 방식이 ‘희망 고문’처럼 불가능한 이상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예상했다. 하지만 인내심 있는 리더답게 그는 지적인 낙관주의의 씨앗을 뿌리고 싶어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하고 갑부 순위를 유지하는 것보다,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돈을 쓰는데, 더 강한 흥미와 몰입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전염병에 집착한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웹사이트는 전 세계의 질병과 보건 문제를 추적하는 데이터를 모아둔 ‘세계질병부담’이라는 이름의 사이트다. 이 웹사이트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 무엇 때문에 아픈지, 시간에 따라 이 데이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의 자료를 살피며 몇 시간씩 보낸다.
6년 전 “핵무기가 아니라 바이러스로 수많은 인류가 죽임을 당할 것이다”라는 예언과 함께 하루빨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경고한 빌 게이츠의 테드 동영상은 4,300만 회라는 경이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문제는 그중 95%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에 조회됐다는 것.
영웅심과 이익 추구가 아니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의미 있는 일에 인생의 후반부를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한다. 그리고 일부 대중은 여전히 음모이론에 마음을 빼앗긴다. 나는 이참에 그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좀 더 강하게 던져보았다.
-음모론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생각은 없습니까?
“공개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작용도 따릅니다. 게이츠 재단이 보통 정부가 도맡는 일, 소아마비와의 싸움이나 WHO 같은 조직에 대한 지원 등 큰 계획이나 기관에 자금을 대는 압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비판의 말은 옳습니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의 자금 지원이 줄어든다면,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이 접니다.”
빌 게이츠는 이 모든 비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부자들이 지나친 영향력을 가진다면 좋을 게 없다는 점에서 동의한다’고 했다. 그에 대한 비난은 세 가지다. 첫째 게이츠 재단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 둘째 민간 부문이 변화의 엔진이 될 수 있다는 빌 게이츠의 신념이 도를 넘었다. 셋째 빌 게이츠는 새로운 발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는 기술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혁신을 주도하는 민간 부문의 힘을 굳게 믿는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가진 자원의 대부분을 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몇 년 전의 약속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했다. “어떤 백신에도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장치는 없다고 말한다면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라는 독백에서, 안타까운 심정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백신 연구에 대한 게이츠 재단의 지원과 그 결과에 대해서 빌 게이츠의 자부심은 높다.
-통상 5년 이상 소요될 백신이 12개월 만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기적입니다.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호흡기 질병에 대해서 백신의 대응과 보급은 이보다 더 빨라질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백신은 지난 10년 동안의 의학적 발전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예입니다. 게이츠 재단이 2001년 전 세계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백신 단체 Gavi의 창립을 도왔을 때만 해도 우리는 그 단체가 코로나 기간에 얼마나 큰 활약을 할지 짐작하지 못했어요.
백신은 전 세계에서 수백만의 목숨을 구했고 장기 입원을 감소시켰어요. 헝가리 출신의 생화학자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 박사의 노고와 헌신적인 연구자들이 개발한 mRNA 플랫폼 덕분이죠. 앞으로 이것을 통해 다른 병원체 대상의 백신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비강 분무로 접종하는 백신, 후속 조치 없이 1차 접종만 하는 백신, 여러 병원체에 효과가 있는 통합 백신 등이 하루빨리 나와주어야 합니다. 게이츠 재단이 설립을 도운 CEPI(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감염병 유행 대비혁신 연합)는 병원체를 확인하고 100일 이내에 백신을 전달한다는 목표로 전 세계 과학자, 정부, 의료 기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병원체를 확인하고 100일 이내에 백신을 전달하는 게 어떻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리는 광범위한 바이러스와 병원체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백신을 시험, 승인, 제조, 유통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에 투자해야 합니다. 만약 코로나19를 확인하고 100일 이내에 백신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사망자 98퍼센트 이상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거예요.”
무슨 질문을 하든 기승전 ‘투자’로 결론이 모였다. 모든 팬데믹 예방계획의 1단계는 더 나은 백신, 치료제, 진단법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그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실 코로나 초기 서구 특히 미국의 의료 붕괴 상황은 끔찍했습니다. 당신은 2014년 에볼라 이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부실한지 논문을 발표했고, 테드 강연으로 팬데믹에 대한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를 날린 터라, 벌어진 참사에 매우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적절한 일을 일찍 시작했던 신흥국들의 성공 사례부터 설명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망률은 대개의 선진국 사망률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어요. 그들은 일찍부터 민간 부문과 협력해 검사의 범위를 늘렸고 격리 정책을 개발했습니다.
뉴질랜드, 베트남, 한국 역시 대규모 검사를 빠르게 진행했고 감염자들을 격리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극히 정교한 접촉자 추적 역량을 갖고 있었어요. 신용카드, 휴대 전화, CCTV의 데이터를 이용해 감염된 사람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그들과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냈죠.
이 모든 방법이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검사, 마스크, 접촉자 추적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감염률을 낮춘 것만은 분명해요.
이 나라들은 모두 2003년의 사스에 영향을 받았다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어요. 2003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들이 코로나19 동안 다른 국가들보다 더 나은 대응을 한 거죠.”
이에 비해 에볼라를 겪었음에도 미국은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었다고 빌 게이츠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백악관이나 CDC 담당자와 통화하다 언성이 높아지고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공직자들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고 그는 책에서 토로했다.
-국립전염병연구소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와의 협업이 신뢰감을 주더군요. 그와의 동행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코로나19 이전부터 오랫동안 파우치 박사와 함께 일해 온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죠. 파우치 박사는 반세기 이상 HIV, 말라리아, 에볼라 등의 질병과 싸워 왔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린 더 자주 접촉하면서 서로의 정보를 비교하고 배움을 얻었어요. 혁신적인 치료제, 거리두기와 마스크 사용 등에 관한 대외 인터뷰에서도 같은 톤을 유지했습니다.
파우치는 대단히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전 세계 수백만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에요. 파우치 박사와의 협력 관계는 우리 재단이 이 분야에서 하는 일에 대단히 유용했어요.”
빌 게이츠는 누가 팬데믹에 관한 의제를 주도하는지, 성공적인 아이디어를 누가 매뉴얼화하고 빨리 대량 제품화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정부의 조치는 너무 늦은 반응적 조치에 머물게 될 거라고.
-현재 바이러스가 엔데믹으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극장과 공연장, 도로와 공항은 인파로 터져나갑니다. 일상 회복은 감사한 일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시작됐고, 변이가 증폭되는 가운데 원숭이 두창 1만 4천여 건 발생 소식 등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도 두렵습니다. 역사적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새로운 문명의 흐름이 앞당겨졌듯이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지만, 코로나 인류는 과연 더 지혜로워졌는지도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과 연관 지어 앞으로 10년간 펼쳐질 이 세계에 대한 당신의 선견지명을 부탁합니다.
“원숭이 두창과 같은 병의 등장에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지금으로서는 팬데믹에 준하는 위협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나라들로 확산하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죠. 다행히 우리는 그 바이러스의 확산 방법과 예방 방법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원숭이 두창이 무엇을 시사하는가입니다. 국경은 더 이상 감염 질환을 막는 기능을 못 합니다. 따라서 각 나라는 이제 세계적인 규모의 아웃브레이크 가능성에 준비해야 합니다. 개인의 자유나 집단의 이익을 최적화시키는 문제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겁니다. 건전한 대화로 정부와 시민이 적절한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저는 낙관합니다.
지난 몇 년간 세계는 대단히 큰 시련에 직면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세상은 더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기 동안에도 우리는 믿기 힘든 혁신을 목격했어요. 향후 10년 안에 우리는 제조가 쉽고 여러 종류의 호흡기 병원체 감염을 장기적으로 막아 주는 차세대의 백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발달된 유전체 기술로 많은 수의 사람을 검사해서 바이러스를 빠르게 감지하고 즉시 억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의료, 기후 등 여러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지금보다 더 낫게 만드는 놀라운 혁신이 나타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