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파이널 무대에 오른 홀리뱅/사진=Mnet

팀단위의 강한 유대로 폭발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초신성의 한가운데서 ‘여자 크루들의 춤싸움’이 터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댄스 크루를 찾는 서바이버 프로그램 Mnet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그림자 노동으로 격렬하게 존재하던 ‘가장자리 춤꾼들’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조명을 비췄더니, 이토록 전투적이고 다정한 프로페셔널이 나타났다.

파이널 무대가 끝난 이후에도 8팀 댄스 크루와 리더들은 연일 화제를 몰고다니며 광고와 예능 프로 섭외 1순위에 등극했다.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3억 6000만 뷰를 넘어섰고, 20일에 열리는 서울 콘서트는 오픈 1분 만에 매진됐다.

‘홀리뱅’과 그 리더 허니제이, ‘훅’과 리더 아이키, ’라치카’와 리더 가비, ‘코카N버터’와 리더 리헤이, ‘프라우드먼’과 리더 모니카, ‘원트’와 리더 효진초이, ‘YGX’와 리더 리정, ‘웨이비’와 리더 노제.

글로벌 K팝의 안무를 만든 47명의 최정상 스트릿 댄서가 그 주인공이다.

거대 기획사에 비해 일종의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댄스 크루지만, 한 명 한 명이 걸어다니는 발전소다. 어느새 마이너의 존재감은 역전되어 메이저 음악 세상의 질서를 위협할만큼 파워풀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기존의 서바이버 프로그램과 달리 ‘스우파’는 재능있는 아마추어들의 성장 서사가 아니다. 대중은 대한민국 최고 댄서들의 실력과 개성, 날 것 그대로의 충돌과 헌신에 감탄한다.

홀로 무아지경에 빠질 때나 둘이 ‘배틀’ 붙을 때, 한팀으로 뭉쳤을 때나 다른 팀으로 유닛을 이룰 때, 이들의 전압은 극도로 상승한다. ‘스우파’ 열풍은 우리 사회에 센세이셔널한 화자로 등장한 ‘센 언니들’의 행동 언어를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어떻게 패배할 것인가, 어떻게 멋지게 퇴장하고 다시 등장할 것인가,까지.

우리가 몰랐던 어떤 세계가 정확성과 솔직성, 육체성의 삼위일체로 눈 앞에 펼쳐졌는데, 그 모습이 시대 정신과 ‘핏’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오는 전율이라니!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여성 서사를 다시 쓴 연출자 최정남PD를 만나 판의 설계 비밀을 들었다. 그는 춤과 여성, 마이너, 강한 유대로 끓어오르는 대중 문화의 변화의 물결에 ‘스우파’로 티핑포인트를 끌어냈다. 인터뷰 중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리스펙’이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연출한 Mnet 최정남PD./사진=Mnet

-’스우파’ 열풍이 대단합니다. 모든 공중파 예능과 라디오가 합동으로 댄서들을 소환해서 ‘스우파 스핀 오프’를 이어가는 느낌입니다. 이 에너지 어쩔겁니까(웃음)?

“저도 깜짝 놀랐어요. ‘유퀴즈’ ‘러닝맨’ ‘라디오스타’ ‘나혼자 산다’... 그런데 이렇게 관심 받아도 우리 댄서들이 붕 떠서 실수하거나 휩쓸리지 않아요. ‘지금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태도가 한결 같습니다.”

-이미 ‘완성된 사람들’이니까요.

“맞아요. 어른이죠. 바닥부터 정상까지 꾸준하게 자기 일을 해온 사람 특유의 ‘묵묵한 빛남’이 있어요. 저는 그걸 알지만, 대중이 공감해주는 건 또 다른 감동이었어요.”

-8 크루의 리더는 사실 심사위원으로 나와야 될 사람이 플레이어로 나왔어요. 그 과정에서 리더와 막내가 겨루기도 했고요. 그들이 ‘과정의 쪽팔림’을 감수한 이유가 후배들을 위해서였다고요?

“맞아요. 리더 입장에서는 잃을 게 많을 수도 있는 게임이었어요. 제가 ‘참가해달라’고 설득한 명분이 그거였어요. ‘당신들이 ‘댄서 신’에 있다는 걸 보여줘야 후배들의 미래가 있다.’ 보여지지 않으면 없는 거라고요.”

-덕분에 현재 ‘스우파’는 사회 현상이 됐죠. ‘센터의 영웅’이 아닌 ‘가장자리 인간들’에 대한 재조명, 더불어 ‘몸쓰는 여자들’ 열풍이 합쳐져서 반응의 사이즈가 더 커진 듯 합니다만.

“처음 ‘스우파’를 기획할 때 생각은 그랬어요. ‘아이돌 가수의 안무를 짜고 백업 댄서를 한 분들이니, 아이돌 팬덤의 1/10이라도 이쪽으로 확장되면 좋겠다.’ 그런데 확장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팬덤이 생겼어요. 전 연령층이 반응해서 놀라고 있어요. 메인 가수에게 미안할 정도로, 뒤에서 춤추는 댄서 ‘직캠’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그 누구도 그림자가 되지 않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았죠. 대중도 점점 ‘서바이버’라는 틀 바깥에서 그들의 전문성과 업에 대한 태도를 읽어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출연자들이 직설적이고 분방해서 ‘혹시 비호감으로 비춰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시청자들이 이해를 해주셨어요. 저 정도로 갈고 닦은 사람이면 ‘감정 표현을 좀 해도 된다’는 거죠.”

‘스우파’의 캐릭터는 거의 역대급이다.

현대무용의 스펙트럼과 자의식을 지닌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가 자기를 약자로 지목한 ‘웨이비’의 노제를 향해 ‘내 눈 똑바로 보고 얘기해!’라고 할 때, 그게 강자의 히스테리가 아니라 카운터파트로서의 투지를 요구하는 것임을 아는 순간. ‘언니들 싸움’의 판은 한계없이 커진다.

갈라섰던 사제지간 ‘홀리뱅’의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의 리헤이가 배틀 붙을 때, 불을 뿜던 두 댄서는, 어느 순간 대결인지 대화인지, 완벽한 앙상블을 추다 마침내 팔벌려 서로를 끌어안는다. 몸으로 단련한 사람들만이 아는 그 전투적인 다정함이라니... “잘 지내시죠?”라는 리헤이의 인사와 함께.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참가한 대한민국 최고의 댄스팀 8크루. 훅, 라치카, 홀리뱅, 코카앤버터, 프라우드먼, 웨이비, 원트, YGX.

최 PD는 ‘스우파’ 열풍은 실력자 댄서들과 성숙한 팬덤이 만든 것이라지만, 회차마다 적절한 미션을 만들어 리더와 크루원들의 개성과 텐션을 고루 담아낸 데는 연출자의 섬세함이 자리하고 있다.

슈퍼스타K 조연출로 시작한 그는 그동안 ‘댄싱9′ ‘힛더스테이지’ ‘섬바디’ 등의 댄스 오디션 프로를 만들면서 현대무용, 댄스스포츠, 스트리트, 왁킹 등 장르를 망라해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춤꾼들을 다 만났다.

“프로그램 하면서 점점 ‘스우파’의 감이 왔어요. 대중이 쉽게 보려면 하나의 성, 하나의 장르로 모아야 했죠.”

-여자들의 춤싸움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었나요?

“성별을 정하진 않았어요. 다만 그분들이 그 시점에 저와 더 가까이 있었어요. 과거 ‘퍼플로우’ 시절부터 알던 스트리트 댄스의 강자 허니제이를, 지난 4월에 만나면서 실타래를 풀어갔어요. 실력있는 크루가 어느 정도고 댄스 신이 어떤 상황인지, 조언을 좀 들었죠.

당시 아이키는 ‘월드 오브 댄스’에서 한국을 알리고 온 상황이었고, 청하의 안무팀으로 유명한 ‘라치카’는 멤버 리안이 예전에 ‘댄싱9′의 참가자이기도 했어요. 댄서들은 자기 자리에서 계속 춤을 추고 있었고, 저도 꾸준히 댄스 프로그램을 만들다, 최적의 타이밍에 만난 셈이에요.”

-어떤 히트 상품도 이유없이 터지는 법은 없습니다. 참가자들은 평가에 승복하지만 대놓고 ‘너 멋져? 그런데 나도 멋져!’라고 얘기하죠. 대중도 이제 등수로 우열을 가리기보다 디테일을 즐겨요. 지금 시대 정신이 그래요.

“저도 확연히 그걸 느껴요. 대중의 눈이 정말 달라졌구나. 무대를 위한 댄서들의 육체적 고통, 그 노력의 과정을 다 봐주는구나. 끝나고도 1등만 찾지 않고 전체를 다시 즐기는구나. 그래서 미션을 짤 때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션은 어떤 기준으로 정했나요?

“팀 단위의 ‘크루’가 대결하는 프로라 리더가 눈에 띌 거라는 건 예상했어요. 그래서 리더 아닌 사람도 돋보이도록 미션을 짰죠. 초반에 ‘약자 지목 배틀’이나 ‘계급 미션’으로 다양한 돌출 신들을 만들었어요. 특히 계급 미션은 메인 댄서 외에 세컨드, 서드, 어시스트 그룹으로 팀을 재편성해서 다른 크루들과 어울리도록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터진 것은 리더계급의 안무 ‘헤이마마’였다. 리더 중 가장 약체로 보였던 ‘웨이비’의 노제가 메인 댄서로 올라선 이 안무는 유튜브에서 엄청난 화제와 밈을 일으켰다.

-다양한 리더십도 관전포인트였습니다. 작정한듯한 모니카의 발언이 인상적이었어요. 팀원들에게 ‘딱 101%만 하라’거나 연예인을 헬퍼 댄서로 부른 팀에게 ‘댄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라’거나. 심지어 탈락했을 때조차 ‘나는 집에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춤추고 가르치는 현장으로 가서 받은만큼 덕을 베풀며 살겠다’고 할 땐, 서바이버의 고정관념이 상쾌하게 깨지는 기분이었어요.

“순간순간 각 리더의 주관과 기지가 번뜩였어요. 현장에선 흐름 속에 있어 모르다가 편집실에서 발견하고 놀란 적도 많아요. ‘프라우드먼’은 경력이 많은 팀이라 모니카는 멤버를 냉철하고 타이트하게 이끌면서 승부에 책임을 졌어요. ‘홀리뱅’의 허니제이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해보자’는 팀원들과 ‘우리가 잘 하는 걸 해야 한다’는 자기 의지 사이에서 점점 리더십의 균형을 찾아냈죠.

댄스 크루는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해요. 게다가 리더의 미션 추진력이 워낙 탁월해서 어떤 리더십이라도 배울 게 많았어요. ‘라치카’의 가비는 크루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수용하는 리더였고, ‘훅’의 아이키는 제자로 이뤄진 팀원들을 격려해서 극적인 성장을 이끌어냈죠. ‘원트’의 효진초이는 개성 강한 멤버를 이끌면서 열린 자세로 도전에 임했어요.”

미션마다 스토리가 있는 창의적 신을 만들어낸 아이키의 '훅'./사진=Mnet

-연출자의 눈으로는 어떤 리더가 가장 끌리던가요?

“YGX의 리정이요. 무섭고 부러운 리더였어요(웃음). 막내급의 나이인데도 팀원을 리드해가는 리정을 보면서 세계적인 안무가 패리스 고블이 떠올랐죠. 리더십은 강단있고 클래식한데, 퍼포먼스는 또 세련돼요. 리스펙을 안할 수가 없었죠(웃음). 청력이 좋지 않은 비걸 예리를 살피는 모습도 좋았고요.”

-‘스우파’ 성공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리스펙이죠. 댄서에 대한 존중. 그것을 뒷받침 하는 그들의 실력.”

-존중과 실력이 바탕이 되니, 프로그램이 흔들리지 않더군요.

“모든 제작진이 댄서들에 대한 리스펙이 있었죠. 리정은 제작진이 어떤 어떤 편집을 해도 완벽하게 믿겠다고 했어요. 참 감사한 게, 프로그램 중에 엠넷에서 K콘서트 촬영이 있었는데, 보통 ‘통’으로 주어지던 댄스팀 대기실이, 팀별로 따로 마련돼 있더라고요. 보는 제가 더 감격스러웠어요.

(눈을 빛내며)댄서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죠. 예전엔 ‘직업 댄서’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렸대요. 이제는 딱 느낌을 안대요. 안무도 짜고, 교수로 가르치기도 하고, 학원도 운영하고, 백댄서 활동도 하고, 커리어의 흐름을 이해하는 거죠. ‘직업인으로 인정받는 게’ 얼마나 중요해요.”

-그런데 초반엔 출연자들 간에 상호 리스펙보다는 기싸움이 두드러졌잖아요. 말도 몸도 불꽃이 튀더군요. 그들의 전의를 가까이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그게 리얼리티죠.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는 허니제이의 말, ‘언니가 키운 호랑이 새끼가 어떻게 컸나 보라’는 리헤이의 말, ‘언니가 이겨줄게’라는 모니카의 말. 관계의 맥락이 갖는 카리스마가 다 다르고 재밌어요. 특히 리헤이가 스승인 허니제이를 약자로 지목했을 때, 갈라섰던 두 사람이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죠. 춤으로 저렇게 대화할 수 있구나…!

따져보면 약자 지목 배틀은 ‘노리스펙’이라고 이름지었지만, 그 미션 타이틀은 일종의 미끼였어요. 누가 누구를 약자로 지목해도 말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내가 우리 팀을 위해 이길게”라는 의지는 선명해도, 각자의 색깔대로 누구는 나보다 못한 상대를, 누구는 강한 상대를 선택했죠. 실력과 프라이드가 워낙 탄탄하다보니, 계획하지 않아도 서사가 터졌어요.”

피하지 않고 봐주지 않고 제대로 붙어보기. 어쩌면 춤세상의 ‘언니들’은 싸움의 기술보다 ‘전사의 태도’를 가르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프로페셔널한 ‘언니들이’ 어설프게 착한 척 하지 않고 ‘빌런’의 역할을 적절히 나눠서 하니, 시청자들은 누구 한 명만 편애하지 않고 자주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구조적으로 보면 심사를 맡은 ‘파이트 저지’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독설의 시대는 지났지만, 어쨌든 심판으로서 피드백과 판단의 롤을 맡았으니까요. 그들에게 어떤 요청을 했나요?

“심사평이 공개되면 타격감이 있어요. 분명 힘든 자리죠. 그럼에도 보아, 태용, 황상훈 저지분들과 강다니엘 MC가 그들의 춤을 보는 걸 너무 행복해했어요. 특히 보아 님의 심사평은 출연자들이 굉장히 리스펙하며 경쳥했죠. 제가 주문한 건 하나였어요. 어떻게 편집될지 생각말고 현장의 온도를 그대로 전해달라고요.”

경쾌한 에너지가 넘쳤던 팀 라치카./사진=Mnet

-현장에서 기싸움의 온도가 가장 뜨거웠던 타이밍은 언제였나요?

“라치카와 원트가 탈락 배틀을 벌였을 때죠. 기싸움을 초월한 엄청난 에너지가 링 안팎으로 흘러넘쳤어요. ‘내가 팀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헌신하다니!’ ‘현타’가 오는 동시에 ‘저 사람도 이 마음일 텐데’하는 이심전심이 느껴지니… 결국 승부 끝에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죠.

‘죽어도 이긴다’는 차가움에서 ‘후회없도록 싸워줘서 고맙다’는 공감까지, 단번에 끓어 오르더라고요. 몸 쓰는 사람들만의 DNA인듯 해요, 땀과 눈물의 동지애는...”

-정직하죠.

“네, 정말 정직해요. 그 정직함이 대중도 움직여요.”

-저는 그 정직함이 ‘일의 기준’으로 확장되는 걸 느껴요. ‘남들이 뭐라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준 거죠.

“맞습니다. 사실 제가 지난 4월에 허니제이에게 연락을 했을 때,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무대도 없고 일도 없다고요. 그런데도 이분들이 춤을 포기하지 않고 버텼어요. 투잡, 쓰리잡까지 뛰면서요. 그렇게 꾸준하게 하고 싶은 걸 계속 했기에, 지금의 ‘댄스신’이 만들어진 거죠. 뭐랄까… 워라밸의 은은함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이죠(웃음).”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죠?

“제시의 신곡 안무를 짜는데 댄서가 동원된다는 비난이 있었어요. 단순 ‘백업’을 우려한 시선이었죠. 그런데 엔터 회사의 의뢰로 안무를 짜고 채택받는 건, 댄서의 중요한 일이에요. 저희는 그 과정을 다 보여주고 싶었고요.

싸이도 춤(‘강남스타일’)으로 월드스타가 돼서 댄서에 대한 리스펙이 워낙 높아요. 피네이션(싸이가 대표로 있는 회사) 소속 가수인 제시는 각 크루들을 만나 정확한 피드백을 주고 안무의 완성도를 끌어올렸죠.

난관이라기보다는 도전은 퍼포먼스 음원 미션이었어요. 가수가 댄서를 위해 신곡을 만드는데 그 음원 수익의 일부를 댄서도 가져가도록 구조를 짰어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죠. 아티스트의 팬과 댄서의 팬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무대에서 바뀐 자리를 받아들일까?”

리더 그룹에서 터진 안무 '헤이 마마'./사진=Mnet

-가수들이 기꺼이 무대 측면에 서고, 댄서들이 센터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신선했어요. ‘주연과 조연이 정해진 게 아니구나, 위치를 이동해도 되는구나!’ 일종의 시지각 변동이 일어났달까요. 협업의 무게 중심이 바뀌는 상징적인 그림이었습니다.

“그렇죠. 선미, CL, 쌈디&로꼬, 청하… 가수들이 ‘보는 음악’을 만들어서 댄서들에게 선물했죠. 주인공인 댄서를 위해 ‘나는 화면에 안 나와도 된다’고. 사실 저지인 태용과 보아도 댄서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했어요. 그들이 얼마나 치열한 프로페셔널인지, 가수들은 다 알아요. 그 과정을 대중도 알게 돼서 다들 진심으로 기뻐하는 분위기였죠.”

-의미있는 실험이었어요. 앞으로 가수와 댄서가 자리를 바꾼 ‘센터 교환’ 무대가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엠넷에서 시도해보시죠?

“오! 그런 실험도 있네요. 하하. 확실히 댄서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무대예요. 당장은 예능에 출연하느라 바쁘지만, 이분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지속적인 무대예요. ‘스우파’가 회차를 더할수록 다들 아쉬워한 게 그거였어요. ‘이 프로그램 끝나면 어느 무대에서 춤을 출까.’”

-연출자로서 전율이 왔던 퍼포먼스가 따로 있습니까?

“메가 크루 미션이죠. K댄서들만 해낼 수 있는, 꼭 해보고 싶은 그림이었어요. 수십 명의 댄서들이 한 무대에 서는 스펙터클과 그 조화를 만들어내는 리더십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죠.”

-이즈음에 크루 얘기를 안할 수가 없군요. 실제로 ‘라치카’의 가비는 ‘천 억을 줘도 라치카 팀과는 안 바꾼다’고 했고, 모니카도 동료인 립제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어요. 요즘엔 5~7명 작은 단위의 팀플레이가 창조력을 폭발시키는 최적의 형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기동성 있게 다른 팀과 협업할 수도 있으니까요. 크루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크루가 없으면 제로죠. 제가 하는 연출도 크루 단위의 프로젝트라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리더의 머리 속 그림을 ‘온 에어’로 실현시켜주는 이들이 소속 크루들입니다. 제가 보는 건 항상 빙산의 일각이라, 팀들의 피드백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려고 해요. 작가팀이나 외부의 작은 조언도 귀하게 듣고요.”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2회 때 시청률이 2.7%가 나왔을 때. 그간 안나왔던 수치라 믿어지지 않았어요(웃음). 돌풍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글로벌 팬덤이 와도 좋겠다… 이미 다 준비된 분들이니까.”

완성도 높은 무브먼트를 보여준 스트릿 힙의 강자 코카N버터./사진=Mnet

-개인적인 춤 취향을 고백하자면?

“저는 YGX 팀의 깔끔한 구성을 좋아했어요. 팀 분위기는 라치카의 솔직함과 유쾌함, 수평적인 관계가 좋았습니다.”

-누구를 존경했나요?

“허니제이와 모니카. 주목받지 못할 때부터 이 신을 이끌어 왔으니까. 그분들이 계속한 것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요.”

-서바이버, 배틀, 이기고 지는 것…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가 끝나면서 혹시 이런 언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요?

“(생각에 잠기며)사실 경쟁 없이 살 수 없잖아요. 저도 회사에서 계급 미션을 하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저도 ‘스우파’ 댄서들 보면서 배운 게 있어요. ‘진짜 최선을 다하면 져도 후회가 없구나.’ ‘과정이 탄탄하면 내가 나를 칭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좋은 경쟁은 이기든 지든 나한테 떳떳한 거구나.’ 댄서들처럼만 하면 건강한 경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웃음)?”

-당신이 보기에 가장 성장한 팀과 사람은 누구인가요?

“리더의 성장을 말하자면 허니제이를 꼽고 싶어요. 허니제이는 자신이 10대 때부터 항상 리더였다고 했어요. 그런데 경연 즈음엔 좀 위축돼 있었죠. ‘내 리더십의 방향이 맞나?’ 우승까지 올라가면서 점점 성장하는 게 보였어요.

‘끌고 가야 하나? 들어줘야 하나?’ 갈등하면서, 주변의 피드백을 겸허하게 수용도 하고 팀원들의 리스펙도 받게 되죠. 마지막에 그런 고백을 하잖아요. ‘너희가 아이인 줄 알았어. 그런데 너희들 멋있더라!’”

-댄서 리아 킴을 인터뷰했을 때 그러더군요. 성공은 높이가 아니라 넓이라고. 마지막으로 ‘스우파’를 통해서 어떤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죠?

“파이널 무대에서는 1등할 팀이 1등을 했어요. 하지만 어떤 크루가 1등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예요. 결국 대중의 선택이었죠. 제가 하는 프로는 댄서 중심이지만, 사실 저는 제 프로에 나오는 분들이 대중의 사랑과 존중을 받을 때 가장 행복해요. 그러려면 제가 먼저 출연자들을 리스펙해야죠. 형식은 서바이버 오디션이지만, 첫 미팅때부터 마지막 편집때까지, 그들의 춤과 삶의 아름다움을 다 보여주려고 했어요.

탈락해도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고, 따스한 서바이버 세상도 가능하다고(웃음). 그 과정에서 공을 들인 게 소통이었어요. 협업 과정에서 크루원들의 상황을 다 들어보고, 저도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고 했죠.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소통하려는 노력이 곧 리스펙이고, 그 리스펙은 세상으로 전염된다는 걸!”

K팝 열풍이 K댄스 글로벌 열풍으로 왔다고 진단하는 최정남PD./사진=Mnet

바야흐로 K댄스의 문이 열렸다. 춤으로 싸우고 춤으로 푸는 세계, 댄서가 존중받는 세상은 얼마나 더 멋지고 다이내믹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