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인플루언서와 오피니언 리더가 다수를 움직인다는 통념을 뒤집은 네트워크 과학자 데이먼 센톨라.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로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저술했다./사진=데이먼 센톨라 제공

1967년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미국인들 사이의 사회적 거리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중서부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사람이 메사추세츠주의 한 주식중개인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데 몇 명을 거쳐야 할까? 지인에서 지인으로, 평균 6번이면 목적지에 도달했다. 2억명의 미국인들이 6단계만 거치면 다 연결된다는 것.

70억명이 사는 행성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연결돼 있다.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예측은 사실이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모두 알 것 같은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저 이름만 ‘아는 사람’과 그물처럼 끈끈하게 연결된 ‘친한 사람’은 사회적 효용면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까?

실리콘 밸리에서 인정한 소셜 네트워크 분야의 석학 데이먼 센톨라(Damon Centola)는 그 차이가 사회 변화에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약한 유대’는 바이러스가 퍼지듯 소식을 빠르게 전파하지만, 혁신이나 메가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 변두리의 끈끈한 ‘강한 유대’라는 것.

20년 넘게 소셜 네트워크 과학을 연구해온 사회학자는 ‘많은 연결 보다 끈끈한 유대가 더 많은 성공 감정을 누리게 해준다”며 기업과 사회활동가들도 ’‘더 이상 소셜 스타에 목매지 말고 보통 사람이 모인 특별한 장소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교수로 재직 중인 데이먼 센톨라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데이먼 센톨라가 쓴 책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에는 ‘왜 어떤 것은 한 철 유행으로 끝나고, 어떤 것은 세상을 바꾸는 메가 트렌드로 부상하는지’가 정밀하게 기술되어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미투 운동이 그랬듯이. 들불처럼 번져나간다. 핵심인물은 특별하지 않다. 그들은 단지 적절한 시간에 소셜 네트워크의 적절한 장소에 있을 뿐이다.

-당신이 발견한 네트워크의 비밀은 무엇인가?

“뇌의 신경 회로, 종의 진화에서 인구 동역학(population dynamics)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스터리를 네트워크로 설명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어릴 적부터 내가 궁금해했던 ‘사회 변화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결론은 사회 변화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센터의 영웅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결이 많은 소셜 스타는 오히려 변화 과정에서 마지막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혁신의 진앙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장소였다.”

-네트워크 내의 특별한 장소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

“SNS의 중심에는 인플루언서와 약한 유대로 연결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소셜 스타와 그들을 따르는 군중들… 이들은 서로를 모르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준다. 반면에 SNS 변두리는 강한 유대 관계를 기반으로 만남의 빈도가 잦은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강한 유대로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 주변부가 변화의 임계점에 이르면 거대한 돌풍이 일어난다.”

-겉으로 보면 인플루언서가 시장과 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착시인가?

“소셜 네트워크의 스타들은 섣불리 혁신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캠페인, 행동이 급속도로 퍼져나갈 때, 그 위에 올라타서 상승 작용을 더할 뿐이다. 달아오른 현상에 반짝이는 도장을 찍는 트렌드 인증 효과라고나 할까. 가령 사람들은 2009년 4월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의 토크쇼에서 수백만 시청자가 보는 가운데 첫 번째 트윗을 올렸고 그 효과로 사용자 수가 2800만으로 불어난 거라고 알고 있다.

아니다. 트위터의 성장세는 당시 정점을 향해갔고 오히려 그후 더 느려졌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진짜 질문은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성장해서 유명인사들조차 거기에 관여하기를 원하게 되었는가?’이다.”

-어떻게 성장했나?

“트위터는 타지역으로 훌쩍 건너가지 않고 순전히 강한 유대가 있는 친구 네트워크를 따라가면서 성장했다. 단순한 전염이 아니라 복잡한 전염이었다.”

끈끈한 그물형 네트워크는 중복성 때문에 소식을 전파하는데는 낭비가 있지만, 새로운 행동 규범과 혁신을 채택하는 데는 훨씬 유리하다.

-단순한 전염과 복잡한 전염은 어떻게 다른가?

“단순한 전염은 말 그대로 바이러스와 같은 전파다. 감염된 사람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바이럴 동영상, 소문, 뉴스, 채용 공고... 입소문으로 퍼지는 건 다 단순한 전염이다. 소문을 퍼뜨리려면 연결이 많은 개인을 감염시키면 된다. 반면 복잡한 전염은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지 않는다.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운동, 혁신, 구매 행동의 변화는 내 주변의 이웃, 동료, 친구 등에 의해 반복적인 강화 메시지를 받았을 때 비로소 각성된다.

즉 가치관과 결부되지 않은 단순한 전염은 빠르게 사방으로 튀는 불꽃 형태로 전파되지만, 도전과 가치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전염은 그물 형태로 촘촘하게 연결된 믿을만한 네트워크에서 그 효용이 확인된 이후에 전파된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선량한 목적으로 사회 정의를 전파하려는 노력이 왜 실패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성공시킬 수 있는 직관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혁신의 성공과 실패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힘이 작동했나?

“지난 10년을 통틀어 가장 강력했던 사회변화 중 하나인 아랍의 봄을 예로 들어보자. 2011년 1월, 혁명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아스마 마흐푸즈라는 사회운동가가 있었다. 26세 청년은 이집트의 독재자에 대항하는 의미 있는 시위를 이끌었다. 마흐푸즈는 이른바 인플루언서였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었다.

1월 초, 마흐푸즈는 SNS를 통해 1월 18일에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 정권 반대 시위를 열 것을 예고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1월 18일 마흐푸즈가 광장에 도착했을 때 충실한 팔로워들 몇 명과 다수의 경찰뿐이었다. 마흐푸즈의 강력한 인기도 대중을 혁명으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1월 25일에 또다시 시위를 열 것을 예고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참가자가 폭증했다. 어떻게?

그 사이에 교사, 상인, 부모, 학생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거다. 한마디로 침묵의 임계점이 높아지고 있었다. 1월 25일, 타흐리르 광장에는 시민 수십만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자신의 친구, 가족을 주축으로 SNS를 통해 모였다. 그렇게 독재 정권이 무너졌다. 거슬러 올라가면 독일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 시위 현장에 몰려든 것도 친구와 가족이 함께 가담했기 때문이다.”

-핵심이 뭔가?

“중복성 그리고 티핑포인트.”

-중복성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사람들은 가까운 이들로부터 지속적인 신호를 받을 때 그들과 협응하기 위해 자신의 태도를 바꾼다.”

정치, 경제, 기술, 사회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빅 체인지' 시그널을 네트워크로 읽어낸 책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책에서 보면 당신은 말콤 글래드웰이 주목한 ‘티핑포인트’를 약간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고 있는 듯 한데.

“내가 말하는 ‘티핑포인트’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바꾸지 않고서는 서로 협응할 수 없는 지점을 의미한다. 1989년의 베를린 장벽 붕괴, 2016년의 미투 운동 부상… 이러한 사회변화들은 수십년 동안의 노력과 저항이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단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면서 갑자기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에 나는 프랑스의 여성 하원의원이자 UN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인 델핀 오(Delphinge O)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가 “여성 의석이 30%가 넘기 시작하자 문화와 정책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수치다”라고 해서 놀랐다. 당신이 그 ‘뉴 노멀’의 시작점을 25~30%라고 수학적으로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실이다. 25%에 도달하는 단 한 사람 만으로 흐름이 바뀐다. 25%만 확보하면 집단의 문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한 군집에서 여성의 숫자가 티핑포인트 수치에 이르면 은밀한 차별은 있어도 성을 바탕으로 공개적으로 상대를 폄하할 수 없다. 특히 정부와 기업의 임원들은 타인과의 협응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민과 소비자의 눈치를 살핀다.

최전선에 있는 활동가들의 숫자가 티핑 포인트에 도달해 있다는 것은, 이미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 문화에 동의하고 새로운 행동 양식으로 채택했다는 뜻이다. 나아가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않고는 동료들과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정부와 기업이 정책과 전략에서 가장 먼저 사회 변화를 줄줄이 수용한 이유다.”

-독일 정부가 성공시킨 ‘1000개의 지붕’ 태양에너지 캠페인도 인상적이었다. 마을 단위로 눈에 띄게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더니, 그 효과가 전국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티핑포인트를 이해하는 데 시사점이 큰 듯하다.

“이 또한 강한 유대의 힘이다. 에너지 소비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은 환경 보호 인센티브도 절약되는 돈도 아니었다. 오직 이웃의 행동 관찰이었다. 마을의 다른 이웃이 지붕에 태양광 전지판을 달자, 줄줄이 이 지속가능한 새습관을 채택했다. 그리고 넓은 가교를 통해 한 공동체에서 다음 공동체로 흘러갔다.

독일의 재생 에너지 전략은 이 혁신이 뿌리내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네트워크 가장자리의 소규모 소셜 클러스터가 티핑포인트를 유발하는 시작점이 된 것이다.”

-우문이지만 왜 인간은 각자 독자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걸까?

“인간이라는 종의 존재 방식 자체가 ‘소셜’이다. ‘고독하고 이성적인 행위자’라는 개념은 계몽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가설일 뿐이다. 그것이 ‘인간 행동’의 모델로는 유익했을지 몰라도, ‘인간성’ 모델로는 궁극적으로 틀렸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상호 의존성은 존재하지만, 우리 인간은 상호 의존성을 최상의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 특별한 동물이다.

언어로 소통하는 기초 능력부터 태양계를 관찰하는 복잡한 능력까지, 인간의 경험은 근본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과 연결되어 있다. 인류 문명의 기반을 이룬 사람도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독일의 그린 뉴딜은 마을 단위의 소셜 클러스터에서 시작해 점차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냈다.

그는 책에서 다양한 테마를 네트워크의 시각으로 조명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바탕으로 중국의 연결성과 유럽의 연결성을 비교한 부분이 흥미롭다. 중국은 중앙 집권 체제를 바탕으로 혁신이 빠르게 확산됐지만, 폭군에 의해 자주 멈췄고, 그만큼 사회는 독립적인 탐구 능력을 잃었다. 반대로 작은 나라가 모인 유럽은 그물 네트워크에 가까웠다. 중국의 혁신을 유럽으로 전달한 네트워크는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마침내 중세에서 벗어나게 했다.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 히트작을 낸 브로드웨의 혁신 과정은 어떤가. 2차 대전 후 브로드웨이에 새롭게 유입된 젊은 피가 인종, 젠더, 정치 분야에 급진적인 쟁점을 가져왔고, 경험 많은 예술가와 신참들의 협응이 일어나면서 명작이 줄줄이 탄생했다. 실리콘밸리도 브로드웨이와 마찬가지로 상호 보완적인 재능을 가진 작은 단위의 팀들이 군집 네트워크로 창조적 전염을 일으킨 경우라고.

브로드웨이의 히트작부터 아랍의 봄, 트위터의 확산, 독일의 재생에너지 성공까지 이 네트워크 과학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작은 단위의 주변부 네트워크였다.

심지어 오바마의 각료회의 장면까지 등장해서 ‘가장자리의 목소리’를 설득한다. 오바마는 테이블 중앙에 앉은 주요 각료보다 가장자리에 서있던 낮은 직급의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변방에서 싱싱하고 유용한 정보를 건져올렸다. 그는 단언했다. 정치는 물론 사업에도 뒤쳐지지 않으려면 바깥쪽 가장자리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디지털 지도를 보면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조차 자신이 정착해서 사는 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것도 의외였다. 온라인은 장소의 제약 없는데도 사람들은 왜 오프라인처럼 관계를 맺는 걸까?

“이유는 ‘동류 선호’ 때문이다. 모든 상호작용에는 일정한 소통 상대가 필요하고, 대부분의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찾는다. 이러한 ‘유유상종’ 패턴은 온라인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부류와 어울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온 오프 상관없이 비슷한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었다.”

-초연결이 가속화될수록 로컬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는 것도 ‘동류 선호’ 때문인가?

“내가 발견한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것. 바로 동료!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때 신뢰성과 정당성을 확립하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가 관련성이다. 로컬은 곧 네트워크 주변부다. 이웃, 친구 등 같은 부류의 사람들끼리 무리 지어 있는 장소다. 관련성 원리에 따르면 어떤 사건이 사회적 승인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가만큼이나 누가 사회적 승인을 내리는가도 중요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상품을 고민할 때,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사회운동에 참여할 지 말지, 사람들은 가장 먼저 고개 들어 주변을 본다. 그들이 이 변화를 지지하는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변화를 향한 로컬의 지지가 많을수록, 그 변화가 자신과 관련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전 학자들은 가교의 길이 즉 사람들 사이에 있는 실제 거리가 전파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봤지만 그는 가교의 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잘 모르는 수천 명의 친구에 둘러싸인 것보다, 결속력이 강한 소수의 친구들과 교류하는 게 더 낫다는 데 동의하나?

“그렇다. 넓게 퍼져나가는 약한 유대의 네트워크 속에 있으면 분명 경제적 이득과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약한 유대가 너무 많은 것은 사회적 자본의 빈곤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균형이 필요하다.

성장과 안정의 밸런스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는 네트워크에 강한 유대가 많은 것이다. 동류와 교류가 많은 소셜 네트워크 속에 사는 사람은 더 오래 살고 성공의 감정을 누리며 사는 경향이 있다. 결국 우리 삶에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연결의 수가 아니라 연결의 패턴이다.”

바야흐로 ‘얼마나 많은 친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보다 ‘얼마나 강하고 빈번하게 결속되어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 센터의 ‘센’ 인간보다 ‘가장자리 인간들’의 시대가 왔다. 개인의 행복에 포커스하든, 사회 혁신의 관점으로 보든 다르지 않다. 어쨌든 인간은 작은 단위의 군집에서 서로의 격려를 통해 더 나은 규범,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다정한’ 로컬 애니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