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 오후 11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열린 SK텔레콤의 'T 장기고객 프로그램 어드벤처 데이'에 초청된 고객들이 회전목마를 타고 있다./심민관 기자

지난 12일 오후 11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다시 깨어났다. 불이 꺼졌던 회전목마에 조명이 들어오고 멈췄던 후렌치레볼루션과 스페인해적선이 다시 움직였다. 형형색색의 발광다이오드(LED) 머리띠를 쓴 사람들이 늦은 밤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관람객이 모두 빠져나갔을 시간이지만 입구는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붐볐다. 이들은 SK텔레콤을 10년 이상 이용한 고객과 동반인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롯데월드 실내 전체를 빌려 'T 장기고객 프로그램 어드벤처 데이'를 열었다.

심야에 열린 행사였지만 빈자리는 거의 없었다. 개장 한 시간 만인 13일 0시까지 초청 인원 3000명의 93.3%에 해당하는 약 2800명이 입장했다. 행사가 끝난 오전 5시까지 누적 입장객은 2900명을 넘어, 초청 인원의 약 97%가 행사장을 찾았다.

과거 요금·데이터·제휴 할인 중심이던 통신사의 장기고객 혜택은 공연·미식·여가 등 통신 서비스 밖의 '경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SK텔레콤도 올해 숲캉스와 미식, 공연 초청 행사를 잇달아 진행한 데 이어 롯데월드 심야 통대관을 기획했다. 강욱 SK텔레콤 세그먼트팀 팀장은 "개인이 혼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렵고, 돈을 내더라도 접하기 힘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고객이 'SK텔레콤과 오래 함께하길 잘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늦어도 찾은 이유…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어서"

참가자는 사전 응모자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됐다. SK텔레콤은 역대 장기고객 초청 행사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전체 응모자 수와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행사와 인기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초청 인원 대비 실제 입장 비율은 높았다.

12일 오후 11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열린 SK텔레콤의 'T 장기고객 프로그램 어드벤처 데이'에 초청된 고객들이 스페인 해적선(바이킹)을 타고 있다. /심민관 기자

일반 관람객이 모두 빠진 롯데월드에서 인기 놀이기구를 비교적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고객들이 심야 행사장을 찾은 배경 중 하나였다. 이날 후렌치레볼루션과 신밧드의 모험, 회전목마, 범퍼카 등 실내 놀이기구 11개가 운행됐다.

19년째 SK텔레콤을 이용 중인 회사원 김모(39)씨는 "평소 주말에는 놀이기구 하나를 타려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늦은 시간이더라도 장기고객들끼리 비교적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끌렸다"고 말했다.

12년 장기고객인 대학원생 최모(29)씨는 금전적인 혜택보다 특별한 경험에 의미를 뒀다. 최씨는 "요금 할인은 매달 받다 보니 체감하기 어려운데, 장기고객만을 위해 놀이공원을 빌렸다는 점은 기억에 남았다"며 "오래 이용한 고객으로서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 4명 중 1명은 가입 20년 이상 장기고객… "SK텔레콤은 시간과 가치"

행사장에서는 가입 기간에 따라 색깔이 다른 LED 머리띠를 지급했다. 참가 고객 중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약 75%,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약 18%, 30년 이상은 약 7%였다. 30년 이상 고객에게는 별도 등록 창구도 제공했다.

22년째 SK텔레콤을 이용 중인 회사원 박모(42)씨는 "대학생 때 처음 가입한 통신사가 SK텔레콤이었다"며 "오랫동안 이용하면서 통화 품질이나 서비스에서 불만을 느끼지 못해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15년째 이용 중인 주부 김모(38)씨는 지난해 해킹 사태에도 통신사를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SK텔레콤의 고객 멤버십 할인율이 높고 장기고객 할인이나 이벤트도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장기고객들이 가입기간이 표시된 머리띠를 쓰고 롯데월드 체험형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다. /SK텔레콤

'타임캡슐 상점'에서는 고객이 'SK텔레콤에 처음 가입했을 때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일부 타임캡슐에는 놀이기구를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는 매직패스가 들어 있었다.

13일 오전 1시 열린 '전국장기고객자랑'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무대에 올랐다. 33년째 SK텔레콤을 이용 중이라고 소개한 한 최장기 고객은 '나에게 SK텔레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시간과 가치"라고 답했다. 노래 경연 1등에게는 1년간 통신요금 지원 혜택이 주어졌고 참가자 전원은 T 휴대폰 결제 5만원 쿠폰을 받았다.

◇ 요금·데이터 넘어 '경험형 혜택' 강화

번호이동이 보편화되고 통신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이어지면서 통신사들은 요금과 데이터 외에도 차별화된 장기고객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장기고객 혜택을 데이터·컬처·데이·멤버십 VIP 등 네 영역으로 확대 개편했다. 에버랜드 포레스트 캠프에서 진행한 '숲캉스 데이'를 비롯해 유명 셰프의 음식을 맛보는 '테이블 데이', 이승철 공연 초청 행사인 '콘서트 데이'를 열었다. 오는 12월에는 뮤지컬 '시카고' 일부 회차를 장기고객을 위해 대관할 예정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프로그램 개편 후 장기고객 혜택 안내 페이지 방문자 수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고 검색과 공유 등을 통한 유입은 약 4배로 늘었다.

프로그램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에서는 혜택 만족도와 SK텔레콤 지속 이용 의향, 서비스 역량에 대한 신뢰, 회사의 장기적인 고객 노력에 대한 공감 등 모든 항목에서 긍정 응답률이 90%를 넘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초청 인원의 97%가 입장한 것은 일반 관람객 없는 롯데월드라는 희소한 경험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며 "일부 당첨자에게 제공되는 특별한 경험을 넘어 전체 장기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는 남은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