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세대 3차원(D) D램의 주변회로에 첨단 로직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는 기술 방향을 제시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D램 셀과 데이터 입출력 등을 제어하는 주변회로를 각각에 적합한 공정으로 만들고 결합하는 방식이다.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TSMC의 첨단 로직 공정을 도입한 SK하이닉스가 향후 3D D램에서도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뉴스1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8일 경기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2026 미래포럼'에서 차세대 3D 기술의 주요 방향으로 ▲데이터 버스 폭 극대화 ▲초단거리(Ultra Short Reach) 전송 ▲D램 주변회로의 로직 파운드리화를 제시했다.

D램은 크게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셀과 셀에 데이터를 쓰고 읽거나 주소와 입출력을 제어하는 주변회로로 구성된다. 지금까지는 두 영역을 하나의 D램 제조 공정 안에서 함께 구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두 영역이 요구하는 공정 특성에는 차이가 있다. 메모리 공정은 작은 면적에 많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로직 공정은 복잡한 회로를 빠르고 전력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강점이 있다. 하나의 공정에서 두 영역을 함께 만들 경우 각각의 특성에 맞춰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

SK하이닉스가 제시한 '로직 파운드리화'는 이런 주변회로를 메모리 셀과 분리해 로직에 적합한 공정으로 구현하는 방향이다. 메모리 셀은 데이터 저장에 최적화된 공정으로, 주변회로는 속도와 전력 효율에 강점을 가진 로직 공정으로 각각 만든 뒤 연결하는 것이다. D램 전체의 생산을 파운드리에 맡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3D 적층과 미세 본딩 기술의 발전은 이 같은 공정 분리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서로 다른 공정에서 만든 메모리와 로직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면 각 영역에 적합한 공정을 사용하면서 두 영역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고 데이터 통로도 넓힐 수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이런 구조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AI 가속기가 처리하는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용량뿐 아니라 저장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연산장치에 전달하느냐가 전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데이터 버스 폭 극대화와 초단거리 전송을 주변회로의 로직 파운드리화와 함께 3D 기술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메모리와 첨단 로직 공정의 결합은 HBM에서 먼저 현실화됐다.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 HBM)까지 베이스 다이를 자체 공정으로 생산했지만 HBM4(6세대 HBM)부터 TSMC의 첨단 로직 공정을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TSMC는 2024년 HBM4 개발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 협력을 공식화했다.

HBM은 여러 장의 D램을 수직으로 쌓고 최하단의 베이스 다이를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장치와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HBM 세대가 높아지면서 베이스 다이에 요구되는 제어 기능이 복잡해지고 고객별 맞춤 기능의 필요성도 커지자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전문 파운드리의 첨단 로직 공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월 TSMC 북미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서도 메모리와 로직 기술의 통합을 차세대 메모리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안현 SK하이닉스 최고개발책임자(CDO)는 메모리와 로직 기술의 통합이 기존 아키텍처의 한계를 넘어 AI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4를 시작으로 커스텀 HBM과 고대역폭플래시(HBF), '3D 스택드 D램 온 로직(3D Stacked DRAM on Logic)' 등으로 관련 기술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3D D램과 로직을 결합하기 위한 인력 확보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미국법인은 3D 스택드 D램 설계 인력을 모집하면서 미국 고객사와 3D D램용 로직 다이를 공동 설계하는 업무를 제시했다. 관련 채용에는 3D D램용 디지털 설계자산(IP)을 개발하고 파운드리 파트너와 협업하는 업무도 포함됐다.

HBM4에서 외부 파운드리 활용 경험을 쌓고 3D D램에서도 로직 관련 개발을 확대하면서 향후 TSMC 등과의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3D D램에 TSMC 공정을 적용한다고 밝힌 것은 아니며,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외부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3D D램에서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며 "다만 경쟁사보다 제품 출시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외부 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파운드리는 자체 개발 속도가 부족할 때 이를 보완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전부터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결합하는 PIM(Processing-In-Memory) 등 메모리와 시스템 기능을 결합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왔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부분을 외부에 맡기는 방식으로 간다면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한 반면 SK하이닉스는 필요에 따라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어느 구조가 차세대 D램 개발에 유리한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제품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이고 초기에는 유리했던 모델이 나중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는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경계가 흐려지는 문제가 아니라 메모리 기업이 필요에 따라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