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첨단 정밀 공정 렌더링./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퀄컴이 2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을 두고 다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양사의 관계는 지난 2021년 스냅드래곤8 1세대 발열 논란 이후 소원해졌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이 개선돼, 오는 22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을 기점으로 파운드리 물량 배정 여부가 어느 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퀄컴은 사양, 가격, 공정 최적화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와 TSMC의 공동 수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 물량을 배정받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퀄컴의 커스텀 설계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수율과 가격 등이 최종 변수로, 실제 성능 테스트에서 TSMC와 아직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발열 트라우마' 이후 퀄컴, TSMC 단독 생산으로 선회

양사의 관계는 2021년 말 공개돼 이듬해 갤럭시S22 등에 탑재된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발열 문제로 곤욕을 치르며 급속히 냉각된 바 있다. 4나노 공정으로 전량 양산됐던 이 칩은 발열과 전력 효율 논란에 휩싸였고, 그 여파로 퀄컴은 후속작인 스냅드래곤8+ 1세대부터 최신 제품인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까지 사실상 전량을 TSMC에 맡겨왔다. 이 기간 삼성 파운드리는 '수율 불안정'이라는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했다.

이런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은 최근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의 수율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면서부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20%대에 머물렀던 삼성 2나노(SF2·SF2P) 공정 수율이 올해 들어 50~6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으로 취임한 이후 파운드리 사업 전반에 걸친 쇄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나노 수주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잇달아 드러냈다.

시점상으로는 퀄컴이 이달 22일 서밋에서 차세대 플래그십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8 엘리트 6세대와 상위 모델인 프로(혹은 익스트림) 6세대 2종으로 나눠 공개할 예정인 점이 변수다. 앞서 업계에선 삼성 2나노 수율 개선과 TSMC의 높은 2나노 웨이퍼 가격을 근거로, 퀄컴이 TSMC·삼성전자 공동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달부터 해외 매체들을 중심으로 두 모델 모두 TSMC 공정으로 생산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며 삼성 파운드리는 언급에서 빠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TSMC의 2나노 수율은 60~70%, 삼성은 55% 안팎으로 집계돼 여전히 격차가 있다.

◇ 수율 격차·생산능력 병목이 최대 변수

TSMC 로고(왼쪽)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오른쪽). /각사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선 우선 TSMC와의 수율 격차가 넘어야 할 첫 산이다. 퀄컴이 대량 위탁생산 기준선으로 요구하는 수율은 70% 안팎으로 알려진 반면, 삼성 2나노는 아직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TSMC는 이미 N2 공정에서 70% 안팎의 수율을 확보했고, 개량형인 N2P는 연내 양산 목표치를 80%로 제시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의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양산이라는 이정표를 세웠지만, 설계 최적화 영역에서 퀄컴과의 격차를 메우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반면 생산능력(CAPA) 측면에선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TSMC는 올해 4분기까지 월 6만장 수준의 2나노 웨이퍼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애플이 아이폰18·M6 물량으로 초기 배정의 절반 이상을 이미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AMD 등의 3나노(N3) 물량도 2027년까지 사실상 완판된 상태라, 퀄컴이 원하는 시점에 TSMC로부터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물량 배정 자체보다 퀄컴 최상위 라인을 다시 유치했다는 상징성이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다만 5년 전과 같은 발열·수율 논란이 재현될 경우 관계가 다시 멀어질 수 있어 2나노 공정 양산의 안정성 입증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