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다루는 데이터가 폭증하며 사이버 보안이 시스템 방어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하는 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 데이터브릭스는 지난 3월 보안 정보·이벤트 관리(SIEM) 플랫폼 레이크워치를 선보이고, 최근 1년 새 보안 기업 세 곳을 인수하는 등 사이버 보안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데이터브릭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오마르 카와자(Omar Khawaja) 데이터브릭스 필드 CISO(최고정보보안책임자)·보안 담당 부사장은 "기업 내 사이버 보안 조직에서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 데이터브릭스 내부에 사이버 보안 기능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데이터브릭스는 전 세계 약 2만개 기업에서 전사 표준 데이터 플랫폼으로 쓰이는데, 회사에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다루는 보안팀만 별도의 시스템을 쓰다 보니 데이터가 분리되고 활용도 어려워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기존 보안 솔루션은 처리 용량과 비용의 한계가 뚜렷해 폭증하는 보안 데이터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카와자 부사장은 "한 고객사는 사이버보안 목적으로만 매일 7페타바이트(PB·테라바이트의 1000배)의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기존 SIEM 플랫폼 중에서는 이 규모의 100분의 1 수준조차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 보안을 위해선 "기업이 모든 시스템을 똑같은 방식으로 방어할 것이 아니라, 실제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파악한 뒤 통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카와자 부사장은 전 세계 기업 CISO를 대상으로 AI 보안 전략을 자문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여러 기업의 보안 책임자를 만난다. 그들이 AI 시대 보안에서 고민하는 지점은.
"포럼 등 공개 석상에서 하는 말과 일대일로 대화할 때 털어놓는 고민이 다르다. 여러 사람 앞에서는 '사업 부서가 너무 빨리 움직인다'고 토로한다. 무엇을 할지 정하지도 않고, AI는 쓰고 싶어 하고, 모델과 데이터를 계속 바꾼다는 것이다. 사적인 자리에선 자신들이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준비돼 있지 않다는 걸 털어놓는다. 그들은 AI 시대 보안과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전문가 집단이 되기 위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
─데이터브릭스가 레이크워치를 출시하며 보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까닭은.
"레이크워치 출시 전에도 데이터브릭스를 사이버 보안에 활용하는 고객사가 100곳이 넘었다. 데이터브릭스는 전 세계 약 2만개 기업에서 전사 표준 데이터 플랫폼으로 쓰인다. 회사에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다루는 조직이 보안팀인데, 보안팀이 전사 데이터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상황이었다. 고객사가 먼저 '보안팀이 데이터브릭스를 훨씬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데이터브릭스 내부에 사이버 보안 기능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기존 SIEM과 비교했을 때, 레이크워치의 차별점은.
"첫째는 확장성과 비용이다. 전통적인 SIEM은 하루 10테라바이트(TB)까지는 처리할 수 있지만, 하루 100TB 규모 데이터는 처리할 수 없다. 반면 데이터브릭스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사 중에는 매일 수백 TB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곳이 있고, 한 고객사는 사이버 보안 목적으로만 매일 7PB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또 저장과 연산을 분리한 비용 구조를 채택해 전통적인 SIEM 대비 30~70%가량 비용이 덜 든다. 둘째로, 어떤 SIEM도 기업의 전사 데이터 플랫폼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SIEM을 쓰면 결국 다른 데이터와 분리된다."
─1년 새 앤티미터(Antimatter), 시프트디(SiftD.ai), 팬서(Panther) 등 보안 기업 3곳을 인수했다.
"모든 인수의 출발점은 고객의 필요다. 고객이 보안 데이터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좀 더 쉽게 구축하고 싶다, 보안 탐지 로직을 더 쉽게 작성하고 싶다, SOAR(보안 운영 위협 대응 자동화) 플랫폼과 연계해 보안 대응을 더 자동화하고 싶다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AI 시대 보안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전통적인 보안은 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통제 수단을 적용할지, 어떤 기법을 사용할지, 어떤 기술을 배치할지 먼저 생각한다. AI 시대에는 이런 접근을 해선 안 된다.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에서 출발한 뒤, 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어떤 보안 통제 수단을 적용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묻지 않고 '나는 수백 명의 환자를 봤고, 10가지 약을 줄 테니 다 복용하라'고 한다면 터무니없게 느껴지지 않겠나.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의 보안 프로그램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면 약 하나로 충분할 수 있다. 기업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문제에 집중해 대응해야 한다."
─한국의 대기업은 전통적으로 온프레미스(구축형) 인프라를 선호하고 클라우드 보안에 보수적인데.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S3와 EC2 등 초기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은 게 2006년으로 벌써 20년이 됐는데, 여전히 클라우드를 신흥 기술로 생각하는 기업을 종종 만난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절대로 클라우드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수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로 이동하는 것을 봐 왔다. 거의 모든 기업이 클라우드로 옮긴 뒤 별문제가 없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데이터가 내 사업장 안에 없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클라우드사가 신뢰할 존재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고객사에는 세계 최대 규모 은행,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정부 기관 등도 포함돼 있다."
─앤트로픽 미토스가 세계 최강 수준의 공격 능력을 보였다. 레이크워치의 방어 엔진도 같은 앤트로픽 모델로 돌아가는데, 방어가 공격을 앞설 수 있나.
"우리는 늘 6개월 뒤, 1년 뒤를 내다보며 보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토스가 나오기 전에도 그런 역량의 모델이 언젠가 나올 것으로 100% 확신했다. 어느 회사가, 언제, 무슨 이름으로 낼지 몰랐을 뿐이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대비해 왔다. 지난 수년간 대응 통제를 상당 부분 자동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그래서다. 미토스가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긴급성이 크게 높아졌다. 다행히 우리는 앤트로픽과 좋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미토스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내부적으로 활용해 데이터브릭스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미토스보다 성능이 낮은 모델도 방어자 입장에서는 현재 보안 체계의 취약점과 공백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데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한에서 무엇을 기대하나.
"한국 기업의 경영진과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보안책임자(CSO)를 직접 만나 나눌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한국의 기술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기업들이 차세대 전략과 새로운 사업, 그리고 향후 성공을 만들어내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한국은 데이터브릭스에 매우 중요하고 전략적인 시장으로, 지난 1년간 한국 내 매출은 100%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