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 지사장./조선비즈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형성의 관건은 가격보다 속도다. 개별 부품을 하나하나 조달하는 것보다 ST의 포트폴리오와 턴키 솔루션을 쓰는 게 개발 속도와 시스템 통합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가격 경쟁력은 시장이 커지는 1~2년 안에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 지사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두 다리로 균형을 잡고, 사람의 손을 위해 설계된 사물을 다루며,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AI)을 실제 물리적 동작으로 구현하는 피지컬 AI 사례 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ST는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프로세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영역(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 소자, 센서, 커넥티비티 등)에 필요한 반도체를 지원하며 로봇 개발자들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지사장은 피지컬 AI 구현에서 정작 중요한 건 AI 프로세서가 아니라 액추에이터·모터를 구동하는 MCU와 전력 소자, 다양한 센서라고 강조했다. 로봇을 머리·팔·다리 등 구역별로 나눠 각 구역의 MCU가 센서 데이터를 로컬에서 처리하는 '분산형 아키텍처'가 인간의 자율신경계와 유사한 즉각적 반응을 가능케 한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가 아닌 칩 내부에서 비전·제스처 인식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시장과 관련해서는 액추에이터·그리퍼 등 로봇 핵심 모듈 개발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ST는 한국 모듈 기업들과 기술 협력은 물론 공동 디자인·마케팅 등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향후 구체적인 협력 사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지사장과의 일문일답.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 지사장. /조선비즈

ㅡ최근 몇 달간 피지컬 AI 관련해서 굵직한 파트너십과 신제품 발표가 많았다. ST가 지금 중요하게 보고 있는 업계 트렌드나 이슈는 무엇인가.

"피지컬 AI는 센싱과 중앙 판단을 담당하는 AI 프로세서 같은 메인 칩셋도 중요하지만, 그걸 커뮤니케이션하는 커넥티비티, 그리고 실제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액추에이터·모터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 소자·드라이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AI 프로세싱 자체는 이미 오랫동안 발전해 와서 지금도 충분히 좋은 성능을 낼 수 있지만, 액추에이터를 정교하게 구동하는 부분은 아직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한 단계이고, 지금은 그 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본다. 카메라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유리인지 아닌지, 사진인지 실제 환경인지 구분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비행시간거리측정(ToF)이나 라이다 같은 센서가 카메라와 상호 보완되어야 하며, 새로운 센서 영역이 앞으로 많이 개발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ㅡ로봇을 머리·팔·다리로 나눠 별도 MCU가 로컬에서 센서를 처리하는 '존형 아키텍처', 즉 분산형 구조로 접근하고 있다. 로봇 제조사 입장에서 이런 분산형 설계가 어떤 이점이 있나.

"로봇 손이 관절을 움직일 때 생각보다 많은 기능이 필요하다. 물체가 미끄러지는지를 센서가 감지하고 즉시 그립으로 잡아야 하는데, 센싱 정보를 메인 프로세서로 옮기고 다시 수행 명령이 내려오는 방식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구조도 복잡해진다. 분산형 구조는 인간의 자율신경계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며, AI 연산 부담도 여러 곳으로 분산할 수 있다. 포도를 딸 때 너무 세게 쥐면 터지고 너무 약하게 쥐면 놓치는데, 힘 조절을 손 안의 MCU가 즉시 판단하는 것이 중앙 프로세서나 클라우드로 보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ㅡST마이크로가 내놓은 STM32N6 같은 제품은 호스트 없이 온디바이스로 비전·제스처 인식을 처리한다. 로봇 AI 연산을 클라우드로 보낼지 엣지에서 끝낼지는 실시간성과 보안성 이슈로도 연결되는데, 이 균형을 어떻게 보는가.

"대부분의 간단한 수행 기능은 로컬 지능이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보안성 문제 때문에라도 클라우드 판단 방식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메인 AI 브레인에서 처리하는 것조차 지연과 에너지 소모가 크다. 빠른 응답을 위해서는 분산 지능이 인간 신경계에 가장 가깝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ㅡ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부품 공급을 넘어 시뮬레이션 모델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ST가 '반도체를 파는 거대 기업'에서 '로봇 개발 플랫폼 회사'로 포지션을 옮기려는 의지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로봇뿐 아니라 ST가 포커스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역량 센터(Competence Center)와 세그먼트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역량 센터는 데모 보드를 만들어 고객에게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세그먼트 조직은 전 세계 로봇·AI 트렌드를 파악해 고객사·생태계의 요청 사항을 향후 개발에 반영한다. 반도체를 개별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어떤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를 크게 나눠 집중 개발하고 그에 맞는 반도체를 지속 발전시키는 방향이다."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지사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서 '피지컬 AI: 로봇이 인간처럼 감각하고,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조선비즈

ㅡ시뮬레이션 모델을 데모처럼 제공하면서 고객사 락인 효과도 누리는 측면이 있지 않나.

"락인 효과라기보다는, 완전히 무(無)에서 시작하는 고객사가 많기 때문에 디자인 개발의 시작점을 제공해 빠르게 자사 요구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돕는 것이다. 개별 부품 공급에서 나아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스템 레벨·턴키 솔루션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ㅡST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 가능한 500개 이상의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폭넓은 제품군과 시스템 레벨 접근은 고객사의 개발 속도와 시스템 통합 측면에서 어떤 이점을 주나.

"레퍼런스 디자인과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고객사의 개발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개별 벤더에서 부품을 받는 것보다 ST의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시스템 레벨·턴키 솔루션을 활용하면 설계와 시스템 통합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현재는 시장 초기 단계라 가격보다 개발 효율성·시스템 통합의 이점이 크며, 향후 시장 확대와 생산 물량 증가에 따라 가격 경쟁력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

ㅡMCU, 센서, 모터 드라이버 등 여러 제품군 중 경쟁사 대비 ST가 자신하는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STM32N6는 STM32 제품군 최초로 ST 자체 신경망처리장치(NPU)인 'Neural-ART Accelerator'를 탑재해 최대 600 기가연산초당(GOPS)의 AI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 기존 STM32의 소프트웨어·개발 툴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고, 일부 고객이 이미 제품 개발에 활용 중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이미지 센서의 경우 컨슈머 시장(페이스ID 등)에 ToF·글로벌 셔터 기술을 10여 년째 양산해온 노하우와 인프라를 갖고 있으며, 이 기술이 자율주행·운전자모니터링시스템(DMS)으로 확대된 데 이어 향후 로봇의 비전·거리 측정 센서로도 확대될 것으로 본다."

ㅡ자동차, 산업용, 로보틱스 세 시장의 성장 속도와 마진 구조가 다를 텐데, 지금 ST가 리소스를 가장 많이 투입하는 영역은 어디인가.

"지역마다 다르다. 산업용은 한국보다 유럽·중국에서 시장이 크게 발달해 있고, 자동차는 미국·중국·한국에서 고르게 포커스하고 있다. 로봇은 크게 중국과 서방 세계로 나뉘는데, 서방 세계 쪽 핸즈·그리퍼·액추에이터 관절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의 발전이 눈에 띈다."

ㅡ한국은 로봇 완제품보다 부품·소재 쪽에 더 강하다. ST가 한국 소부장 업체들과 협업하는 방식이 일본·대만·중국과는 다른 점이 있나.

"한국에서는 특히 고성능 로봇용 액추에이터와 모듈 분야의 개발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완제품뿐 아니라 관절·그리퍼 등 핵심 모듈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며,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모듈 단위 설계·개발 활동이 활발하다."

ㅡ올해 한국 지사가 특별히 힘주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ST의 글로벌 전략과 어떻게 맞물리는가.

"한국에서는 액추에이터·그리퍼 등 로봇 핵심 모듈 분야의 개발 활동이 활발하며, 국내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개발에 나서고 있어 ST의 전략과 한국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다. 한국 고객사들의 경우 내수보다 해외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다. ST는 한국의 로봇 모듈 기업들과 기술 협력뿐 아니라 공동 디자인·마케팅 등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향후 구체적 협력 사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