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로고. /연합뉴스

중국 딥시크가 가격과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낮춘 인공지능(AI) 모델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AI 관련주가 흔들리고 있다. AI 모델 구동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저장 장치(SSD) 사용량까지 줄이면서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딥시크는 전날 신형 AI 모델 'V4.1 플래시'를 공개하고 문샷의 '키미 K3' 등 주요 경쟁 모델보다 일부 성능에서 앞선다고 주장했다.

V4.1 플래시는 전체 5520억개 매개변수 가운데 실제 추론 과정에서는 80억~160억개만 활성화하는 구조다. 가격은 100만 토큰당 최저 0.15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코딩과 AI 에이전트 관련 일부 성능 지표에서 경쟁 모델을 앞섰을 뿐,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최상위 모델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딥시크는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모델이 향후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기존 'V4-프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모든 추론 작업을 V4.1 플래시로 자동 전환할 예정이다.

딥시크는 특히 이번 모델에서 필요한 HBM과 SSD 용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딥시크에 따르면 AI가 문장을 만들 때마다 직전까지의 연산 결과를 임시로 저장해두는 'KV캐시'라는 공간의 크기를 대폭 줄였다.

글자(토큰) 하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KV캐시는 890바이트로, 직전 모델인 V4 플래시의 4분의 1 수준이다. 장기 저장에 필요한 SSD 용량도 기존 대비 8분의 1로 축소했다.

또 전체 40개 신경망 레이어 가운데 앞부분은 문서를 압축·요약하는 '인코더', 뒷부분은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결과를 생성하는 '디코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여러 레이어가 캐시를 공유하도록 해 메모리 사용량도 낮췄다.

중국 IT 매체 신랑커지(新浪科技)는 이 모델을 '메모리 킬러'라고 부르며 API 호출 비용이 기업 입장에서 "1위안대 서민 가격"으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에 전날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SK하이닉스 미국 예탁증서(ADR) 주식은 각각 한때 5%대 하락했다. 이 여파는 이날 한국 증시로 이어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2~3% 떨어졌다.

미니맥스그룹과 즈푸(Z.AI) 등 중화권 AI 기업 주가 역시 홍콩 증시에서 8% 넘게 급락했고, 알리바바도 2% 넘게 밀렸다.

AI 모델 분석 업체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가격이나 성능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워지는 경쟁 구도를 딥시크발 '데스존(death zone)'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낮은 기술적 진입 장벽으로 상품화가 빨라지고 있어 어느 기업도 가격 결정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