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PC·콘솔 시장 공략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스팀에서 흥행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과 크래프톤의 '서브노티카2'에서 발생한 스팀 수수료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 게임사는 스팀이 글로벌 흥행의 발판이 된 만큼 높은 수수료 부담에도 이를 핵심 유통망으로 활용하고 있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과 크래프톤의 '서브노티카 2'는 올해 상반기 스팀 신작 매출 순위에서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3월 출시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83일 만에 누적 판매량 600만장을 돌파했다. 알리네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붉은사막의 상반기 스팀 누적 매출은 약 1억9000만달러(2556억원)로, 올해 출시된 신규 IP 가운데 가장 많았다.
크래프톤 자회사 언노운 월즈가 개발한 '서브노티카 2'는 지난 5월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 출시 5일 만에 스팀에서 400만장이 팔렸고,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46만명을 기록했다. 서브노티카2의 상반기 스팀 누적 매출은 약 1억3360만달러(1797억원)로 집계됐다. 여기에 크래프톤은 대표 IP인 '배틀그라운드'가 올해 상반기 스팀 주간·월간 매출 순위에서 여러 차례 10위권에 오르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두 회사의 PC 게임이 흥행한 만큼 스팀에 지급한 수수료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과 펄어비스가 올해 상반기 비용으로 인식한 지급수수료는 총 7127억원이다. 크래프톤의 지급수수료는 63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4.6% 증가했고, 펄어비스는 731억원으로 179.0% 늘었다. 다만 지급수수료에는 스팀을 비롯한 플랫폼 수수료뿐 아니라 각종 외주·용역비 등이 포함돼 있다.
두 회사가 스팀에 실제로 지급한 수수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공개된 매출 추정치에 스팀의 일반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올해 상반기 두 신작에서 발생한 수수료는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스팀은 게임별 누적 매출 1000만달러까지 30%, 1000만달러 초과분부터 5000만달러까지 25%, 5000만달러 초과분에는 20%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알리네아 애널리틱스가 추산한 붉은사막과 서브노티카2의 스팀 매출은 합산 3억2360만달러(4353억원)다. 여기에 구간별 수수료율을 각각 적용하면 붉은사막은 약 4100만달러(551억원), 서브노티카2는 약 2972만달러(400억원)로 계산돼, 두 게임의 합산 수수료는 약 7072만달러(9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 부담에도 두 회사가 스팀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스팀이 글로벌 흥행의 발판이 돼왔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는 스팀을 발판 삼아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게임사이기도 하다. 막대한 이용자를 확보한 스팀을 통해 북미·유럽 등 자체 유통망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에 진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사 IP 글로벌 게임으로 키웠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3월 스팀을 통해 글로벌 출시된 후 이듬해 1월 스팀 게임 최초로 동시 접속자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배틀그라운드 흥행으로 크래프톤은 국내 대표 게임사로 도약했다. 같은 해 5월 스팀에 진출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출시 첫 주에만 30만장이 판매되며 해외 이용자층을 빠르게 확보했다. 이후에도 장기간 매출을 창출하며 펄어비스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했다.
두 게임의 흥행을 계기로 국내 게임사들의 스팀 진출도 본격화됐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넥슨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네오위즈의 'DJ맥스 리스펙트 V' 등 국내 게임들이 잇달아 스팀에 출시됐다. 게임사들은 국내와 일본·중국에서는 자체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북미·유럽 시장 공략에는 스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최대 30%에 이르는 스팀의 수수료율은 국내 게임사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형 신작이 흥행할수록 스팀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절대 규모도 커지는 구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팀은 북미·유럽 이용자를 확보하고 신작 인지도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유통망"이라며 "다만 수수료 부담이 크더라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게임사가 스팀을 제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