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일(현지시각) 아이폰용 시스템반도체(SoC)로는 처음으로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20 프로'를 공개했다. 온디바이스(내장형) 인공지능(AI)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것이 이번 칩의 핵심 변화로 꼽힌다. A20 프로는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와 애플의 첫 폴더블폰에 탑재된다. 이달 하순에는 퀄컴도 2나노 기반 신형 스냅드래곤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하반기 2나노 모바일 AP 정면 승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 CPU·GPU·AI 성능 일제히 향상
애플이 이번에 공개한 A20 프로는 미세공정을 3나노에서 2나노로 한 단계 좁혀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핵심 코어 성능은 전 세대 대비 최대 20% 빨라졌고, 그래픽을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코어 수를 늘려 성능을 40% 높였다.
특히 저전력 코어와 GPU 양쪽에 AI 연산 전용 회로를 새로 심은 점이 인상적이다. 스마트폰이 클라우드 서버로 요청을 보내지 않고도 기기 안에서 직접 생성형 AI 기능을 처리할 때 반응 속도를 높이도록 설계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AI 연산을 전담하는 뉴럴 엔진 성능도 전 세대 대비 2배로 늘어, 사진 보정이나 아이폰 시리즈의 약점으로 지목돼온 음성 비서 기능이 한층 빠르고 매끄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열을 잡는 냉각 구조도 손봤다. 그동안 아이패드 프로와 맥용 M시리즈 칩에만 적용해온 패키징 구조를 처음으로 아이폰에 이식해, 열을 내는 반도체 다이가 증기챔버와 직접 맞닿도록 설계했다. 열을 식히는 증기챔버의 표면적도 전작인 아이폰17 프로 대비 최대 3배 넓혔다. 이를 통해 게임처럼 장시간 부하가 걸리는 상황에서도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스로틀링' 현상을 줄이고, 최고 성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를 개선했다.
◇ 2나노 웨이퍼값·메모리값 급등… 퀄컴도 이달 말 2나노 진입
문제는 2나노 공정 도입과 함께 높아진 생산 원가를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가격 구조 변화의 배경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단가 상승이 자리한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TSMC의 2나노(N2) 공정 웨이퍼 가격은 장당 3만달러 안팎으로, 기존 3나노 웨이퍼(장당 1만8500달러)보다 약 62%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4·5나노 웨이퍼(장당 1만5000달러)와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TSMC는 2027년부터 2나노 웨이퍼 가격을 3만달러에서 3만3000달러로 10%가량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가격 급등도 변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은 올 1분기 대비 58~63% 뛰었고, 낸드플래시도 55~60% 올랐다. 3분기 들어 인상률이 D램 13~18%, 낸드 10~15%로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집계로도 DDR4 8Gb 범용 제품 고정거래가격이 올 1분기 말 13달러에서 올 2분기 말 21달러로 61.5% 급등했고, 8월엔 25달러까지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40%로 추산하는데, 2나노 AP 원가 상승과 메모리값 급등이 동시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퀄컴도 이달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신형 스냅드래곤을 발표할 예정이다. 애플이 먼저 2나노 전환에 나서며 벌어졌던 파운드리 공정 세대 격차가 퀄컴의 신제품 출시로 다시 좁혀지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나노 웨이퍼 단가가 3나노 대비 60% 이상 뛴 데다 D램·낸드 가격까지 동시에 급등해 애플도 원가 상승분을 마냥 흡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퀄컴이 (TSMC) 2나노 공정으로 신형 칩을 내놓으면 두 회사가 파운드리 비용 부담을 나눠 지는 구조가 되는 만큼 웨이퍼 단가발 가격 압박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