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 오프닝 영상에서 팀 쿡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깜짝 등장했다. 쿡 전 CEO는 영상에서 "아니요, 제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존 터너스 애플 CEO를 가리키고, "이 사람이 여러분의 주인공(That's your guy)"이라고 소개했다. 터너스 CEO는 이후 발표를 넘겨받아 애플 신제품 발표에 나섰다. 2001년 애플에 입사해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이끌었던 그는 이전에도 신제품 발표에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CEO로 행사를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마친 뒤, '아이폰 듀오'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터너스의 '원 모어 싱'은 폴더블 아이폰

터너스 CEO는 아이폰18 프로·프로 맥스, 애플워치 시리즈12, 애플워치 울트라4, 에어팟5 등 신제품을 한 시간가량 소개한 뒤, "원 모어 싱(one more thing)"이라고 말하며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터너스의 "원 모어 싱" 발언 직후 애플파크 내 스티브 잡스 극장에 있던 관객 사이에선 환호가 터졌다. '원 모어 싱'은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 창업자가 생전에 주목할 만한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되뇌던 말이다. 쿡 전 CEO도 애플워치, 아이폰X 등 주요 제품을 발표할 때 이 표현을 제한적으로 되살렸다.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아이폰 듀오'. /애플 제공

터너스 CEO는 "더 큰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데, 그러면서도 주머니와 손 안에 쏙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폴더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기업은 그저 두 개의 폰을 어색하게 이어붙인 듯한 폴더블을 만들었다"며 아이폰 듀오는 접으면 여권과 비슷한 크기의 5.4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혁신이 폴더블폰 사용 경험을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 했다.

터너스 CEO는 이날 "애플의 훌륭한 팀을 대표하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라며 "회사에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매일 애플의 호기심과 발명, 끊임없는 탁월함의 추구에서 영감을 받는다"며 애플 CEO에 취임한 소회를 밝혔다. 또 "아이폰은 지능형 개인 허브 역할을 가장 잘 하도록 디자인된 기기"라고 강조했다. 아이폰을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이용자의 삶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인공지능(AI)을 연결하는 중심으로 제시한 것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아이폰 듀오'. /애플 제공

배런스는 터너스 CEO가 이번 행사에서 잡스의 발표 방식을 적극 차용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을 '지능형 개인 허브'로 규정한 것은 잡스가 2001년 맥을 '디지털 허브'라고 부른 장면을 연상시켰고, 기존 폴더블폰의 문제점을 공격한 것도 잡스가 경쟁 제품의 단점을 지적한 뒤 애플의 해법을 제시하던 방식과 닮았다고 봤다. '원 모어 싱'을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 외신 "따뜻하고 꾸밈없다"… "폴더블에 가려졌다" 평가도

외신은 터너스 CEO의 발표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디언은 터너스의 발표를 '따뜻하고 꾸밈없다'고 평가했다. 잡스의 강렬한 무대 장악력이나 쿡의 차분한 발표 방식과는 다른 소탈한 이미지에 주목했다. 밥 오도넬 테크 전문 애널리스트는 "폴더블 아이폰은 오랫동안 개발돼 왔지만, 터너스 CEO가 이를 세상에 선보인 것은 상징적"이라면서 "그의 리더십 아래 더 흥미로운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테크크런치는 "터너스 CEO는 아이폰이 현존하는 최고의 AI 기기이며 애플은 경쟁사보다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애플이 AI 시대에 어떻게 경쟁할 계획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폴더블 아이폰에 터너스 CEO가 주목도에서 밀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밴 우드 CCS인사이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행사는 쿡 전 CEO로부터의 순조로운 인수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아이폰 듀오로 모든 관심이 몰리며 터너스는 덜 주목받는 이야깃거리로 느껴졌다"고 평했다.

디판잔 채터지 포레스터 애널리스트는 "터너스 CEO는 가장 성공적인 기술 기업을 물려받았는데, 이는 그에게 축복이자 부담"이라면서 "쿡 전 CEO가 완벽하게 구현한 경영, 규모, 수익 창출 방식은 기준을 높였고, 터너스는 그 성공을 이어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터너스 CEO는 이런 상승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애플이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도록 포지셔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