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공개한 DLSS5 기술 시연 장면./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최신 신경망 렌더링 기술 'DLSS5'가 PC 게이밍 하드웨어의 사양 기준을 끌어올리며 그래픽용 D램(GDDR) 수요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 기술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래픽용 D램의 사양과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원가 부담을 반영해 그래픽카드 공급가격을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인상했다. 하반기 들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올 하반기 그래픽용 D램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수익 서버용 제품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래픽카드용 D램인 GDDR6·GDDR7 공급은 구조적으로 타이트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제약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DLSS5는 지난 3일 게임 'NBA 2K27'을 통해 정식 출시된 3D 가이디드 신경망 렌더링 기술이다. 실시간 화면 처리 과정에 인공지능(AI) 연산을 추가해 그래픽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으로, 조명과 재질, 인물 표현 등에서 실사에 가까운 화질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공개한 기술 자료에 따르면 최상위 제품인 RTX 5090으로 4K 해상도에서 구동해도 약 731메가바이트(MB)의 GPU 메모리가 추가로 필요하고, 연산 부하에 따른 프레임 손실도 동반된다. 이에 따라 그래픽메모리(VRAM) 16기가바이트(GB) 이상 상위 제품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가격이 그래픽카드 자체의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그래픽카드에 주로 쓰이는 GDDR6 8기가비트(Gb, 1GB) 모듈의 평균 거래가는 지난해 10월 하순 2.80달러에서 최근 8.40달러까지 뛰었다. 8GB 용량을 구성하는 데 드는 메모리 원가만 22.4달러에서 67.2달러로 상승한 셈이다. 그래픽카드 원가에서 GDDR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상당한 수준인 만큼, 메모리 가격 급등은 완제품 공급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에이수스·갤럭시·기가바이트 등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일부 제품 공급가를 인상한 것도 이런 원가 압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전략 변화가 자리한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 한 장당 생산되는 용량이 적어 그만큼 원가 부담이 크지만, 단가가 높아 수익성은 앞선다. 이 때문에 메모리 3사는 한정된 웨이퍼 투입량 중 상당 부분을 HBM에 먼저 배정하고 있으며, 그래픽용 D램을 포함한 범용 제품 생산 확대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래픽카드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불균형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런 공급 제약은 가격 협상력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그래픽카드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그래픽카드 제조사 역시 원가 상승분을 완제품 가격에 전가할 유인이 커진다"며 "실제로 엔비디아의 가격 인상과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공급가 조정은 이런 구조가 실물 가격에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