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용 반도체 강자인 퀄컴이 세계 최대 클라우드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스마트폰용 칩 의존도를 낮추고 AI 인프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퀄컴은 AWS와 여러 세대에 걸친 맞춤형 AI 추론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다년 협약을 체결했다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
양사는 AI 확산으로 급증하는 데이터 처리와 대역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효율성이 높은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퀄컴은 모바일 반도체 사업에서 축적한 저전력 기술과 칩 설계 역량을 제공하고, AWS는 '아마존 베드록' 등 AI 인프라를 지원한다.
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광학 연결 솔루션 개발에도 협력한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여러 가속기를 대규모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칩의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에는 AWS의 구매 실적과 연계한 지분 거래 조건도 포함됐다. 퀄컴은 아마존에 주당 161.26달러를 고정 행사가격으로 하는 보통주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
우선 375만주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제공하고, 향후 10년간 아마존의 서버 칩·기술·서비스 등의 구매액이 최대 600억달러(약 80조원)에 도달하면 신주인수권 규모가 최대 2500만주까지 늘어나는 구조다. 아마존이 신주인수권을 모두 취득해 행사할 경우 약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가 된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가 가속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더 높은 성능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연산과 연결성 양쪽 모두에서 발전이 필요하다"며 "전력 효율적인 컴퓨팅 분야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신칩을 주력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애플이 자체 스마트폰·통신칩 개발을 확대하고 삼성전자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늘리면서 모바일 사업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퀄컴은 모바일 시장에서 축적한 저전력 반도체 설계 기술을 AI 데이터센터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을 2029년까지 150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AI 업계에서는 대규모 반도체 구매 계약과 지분을 연계하는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AMD는 지난해 10월 오픈AI의 칩 구매 규모에 따라 자사 지분을 최대 10%까지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을 맺었다. 최근 마벨 테크놀로지도 구글에 최대 122억달러 규모의 지분 인수권을 제공했다.
퀄컴과 AWS의 협력 소식이 전해지면서 퀄컴 주가는 이날 장 초반 9% 가까이 급등했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미 동부시각 오후 1시2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8% 오른 175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