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차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6 양산에 돌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LPDDR5X에 이어 최신 규격인 LPDDR6까지 제품군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제품 세대 경쟁에서 한국 업체와 나란히 선 것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CXMT가 LPDDR6를 양산한다고 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D램 기술 격차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CXMT는 15~16나노급 공정을 사용하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10나노급 첨단 공정을 적용하고 있어 공정 기술에서는 여전히 3년 정도의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LPDDR6라도 공정 수준에 따라 다이 크기와 웨이퍼당 생산량, 원가와 전력 효율 등 실제 제조 경쟁력이 차이가 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지난 7일 자체 개발한 LPDDR6를 양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첫 제품은 샤오미의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샤오미 18 폴드'에 탑재된다. CXMT는 이를 세계 최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LPDDR6 상용화라고 밝혔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주로 사용되는 저전력 D램이다. 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가 확산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이는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CXMT가 양산하는 LPDDR6는 16기가비트(Gb) 다이를 기반으로 한 16기가바이트(GB) 제품이다.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의 LPDDR6 표준을 따르며 최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8Gbps다. 샤오미 시스템온칩(SoC)과 연동할 때는 10.667Gbps로 작동한다. CXMT는 자체 시험을 기준으로 이전 세대 LPDDR5X보다 대역폭을 60% 높이고 전력 소비를 20% 줄였다고 밝혔다.
CXMT가 최신 LPDDR 규격을 실제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단계까지 올라온 것은 중국 D램 업체의 빠른 추격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CXMT는 2023년 LPDDR5 제품군을 공개한 뒤 지난해 10월 LPDDR5X 양산을 발표했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LPDDR6까지 양산 제품군에 추가했다.
◇ 같은 LPDDR6라도 제조 경쟁력 달라
하지만 같은 LPDDR6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제품을 만드는 기술까지 동등한 수준인 것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는 미세공정이다. 회로 선폭을 좁힐수록 같은 용량의 D램을 더 작은 면적에 구현할 수 있다. 한 장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수가 늘어나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유리하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업계에서는 CXMT가 현재 15~16나노급 공정을 기반으로 LPDDR6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첨단 공정을 LPDDR6에 적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16Gb LPDDR6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세공정 차이는 생산성 격차로 이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공정에서 12인치(300㎜) 웨이퍼 한 장당 약 2000개의 D램 다이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 CXMT는 약 700~800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비교하면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다이 수가 2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박사는 "제품만 보면 CXMT가 LPDDR6를 내놨으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메모리 기술 격차를 볼 때 제품명이 아니라 적용한 기술 노드를 봐야 한다"며 "공정 기술을 기준으로 보면 CXMT와 국내 업체 사이에는 여전히 3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제품 성능에서도 차이가 있다. CXMT LPDDR6의 최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8Gbps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LPDDR6 제품은 최대 14.4Gbps를 지원한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c LPDDR6도 기본 동작 속도가 10.7Gbps 이상으로, 향후 고객 요구에 맞춰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 박사는 "같은 LPDDR6라고 하더라도 제품별 속도 차이가 있고, 1Gbps 정도의 차이도 메모리에서는 작지 않다"며 "어떤 기술 노드를 적용했느냐에 따라 다이 크기와 웨이퍼 한 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칩 수도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 中 스마트폰 내수 시장 업고 추격 가속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CXMT의 추격 속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첨단 공정에서는 아직 국내 업체와 격차가 있지만 최신 D램 규격으로 넘어오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는 샤오미를 비롯해 화웨이·오포·비보 등 대형 스마트폰 업체들이 있다. CXMT 입장에서는 글로벌 선두 업체보다 생산성이나 성능이 떨어지는 초기 제품이라도 자국 고객사를 통해 검증과 양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실제 이번 LPDDR6도 샤오미가 첫 상용화 고객으로 나섰다. CXMT는 LPDDR6에 1295볼 FBGA 패키지를 적용했으며 모바일뿐 아니라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엣지 기기 등으로 적용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가 첨단 공정에서는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있지만 제품 세대를 따라오는 속도는 상당히 빨라졌다"며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양산 경험을 쌓으면서 미세공정과 생산성을 얼마나 빠르게 개선하느냐가 향후 D램 기술 격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