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서울자율차'./이호준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율주행차의 두뇌를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차량의 운전 과정을 순차적으로 나눠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주변 상황을 한꺼번에 파악해 주행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도로에서 벌어지는 모든 돌발 상황을 개발자가 일일이 규칙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말부터 이러한 방식의 엔드투엔드(E2E·End-to-End) 모델을 적용하고, 안전을 위해 교통법규와 차량의 물리적 한계 등을 따지는 '규칙 기반 안전 평가기(Rule-based Safety Evaluator)'가 한 번 더 검증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에서 확보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반복 학습시키며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9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자율주행 기술 로드맵과 데이터 학습 체계를 공개했다.

2018년 자율주행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술 개발과 실증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자체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로 국토교통부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았고, 이듬해 판교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 3월부터는 서울 강남에서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서울자율차'에 실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고 있다.

◇ 규칙 기반에서 E2E로… AI가 주행 계획 세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인지·판단·제어 세 단계로 나눠 개발했다. 센서가 차량이나 보행자 등 주변 환경을 인식하면 판단 단계에서 주행 경로를 정하고, 제어 단계에서 이를 조향과 가·감속 명령으로 바꾸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은 각 단계가 분리돼 있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추적하기 쉽다.

다만 실제 도로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개발자가 미리 정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또 인지 단계에서 차량이나 보행자를 놓치면 잘못된 정보가 판단 단계로 넘어가 주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1분기부터 차량이 앞으로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를 결정하는 '플래너'를 규칙 기반과 AI 기반으로 나눠 병행하고 있다. 기존 규칙 기반 플래너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도심 상황에서는 주행 데이터를 학습한 AI 플래너가 경로를 판단하도록 했다.

여기에 올해 말에는 기존 AI 플래너를 E2E 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E2E 모델은 기존처럼 인지와 판단을 각각의 모듈로 나누지 않고, 센서에서 들어온 정보를 하나의 AI 모델이 종합해 주행 계획을 만들도록 하는 방식이다. 임인호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개발팀 AI주행파트 리더는 "규칙 기반은 운전 교본을 한 줄씩 기계에 옮겨 적는 것이고, E2E는 수많은 시간의 운전을 옆에서 지켜보며 운전 감각을 익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2E는 사람이 모든 상황의 대응법을 사전에 규칙으로 만들지 않아도 실제 운전 데이터를 통해 상황별 대처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 여러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하는 복잡한 도심에서도 상황 전체를 고려해 경로를 판단할 수 있다.

임인호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개발팀 AI주행파트 리더가 9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 AI가 고른 경로, 안전한지 다시 검증… 주행 데이터로 AI 고도화

다만 AI의 판단을 그대로 차량에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E2E 모델은 감속이나 차선 변경 등 여러 주행 경로를 후보로 만들고 점수를 매겨 적합한 경로를 고르면 규칙 기반 안전 평가기가 교통법규와 차량의 물리적 조건 등을 검증한다. AI가 선택한 경로가 승객에게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는 식이다.

E2E 모델은 데이터를 통해 성능이 꾸준히 향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단순히 주행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AI가 어려워하는 상황을 골라 학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강남에서 운영중인 서율자율차는 이 같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16일 차량 2대로 서울자율차 심야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달 6대로 늘렸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운행 거리는 1만3000㎞를 넘었고 운행 완료 건수도 2000건을 돌파했다. 지난 6월부터는 교통량과 보행자가 많은 낮 시간대에도 별도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밤에는 실제 승객을 태우며 서비스를 운영하고, 낮에는 E2E 모델 고도화에 필요한 다양한 도로 상황을 학습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인 레벨4 상용화 시대를 앞두고 실제 주행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력을 높여 글로벌 자율주행 업체들과 경쟁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