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올 상반기 통신 3사의 단말기 유통·판매 관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00억원 증가한 반면 통신 3사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현금화한 단말기 할부채권은 약 4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단말기 판매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졌는데도 통신사를 통해 할부로 구매한 금액은 줄어든 셈입니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7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이후 구매 지원금 경쟁이 확대된 영향을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자급제 단말기 확산과 신용카드 결제 증가, 통신사의 유동화 시기 조정 등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단말 매출 3000억원 늘었지만… 할부채권은 15.6% 감소

9일 조선비즈가 통신 3사의 반기보고서와 신용평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통신 3사가 ABS 발행을 통해 현금화한 단말기 할부채권은 총 2조152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2조5495억원보다 3975억원(15.6%) 감소했습니다. 통신사는 2~3년에 걸쳐 받을 단말기 할부채권을 유동화전문회사(SPC)에 넘겨 현금을 미리 확보하고, SPC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합니다.

회사별로 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상반기 1조64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915억원으로 1730억원(16.3%)이 줄었습니다. KT는 6740억원에서 5890억원으로 850억원(12.6%)이, LG유플러스는 8110억원에서 6715억원으로 1395억원(17.2%)이 감소했습니다. ABS 발행 횟수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모두 12차례로 같았습니다.

단말기 판매 부진으로 할부채권이 줄었다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 상반기 통신 3사의 단말기 유통·판매 관련 매출은 총 6조358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조527억원)보다 3056억원 늘었습니다. 증가율은 5%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LG유플러스의 단말기 판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조721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912억원으로 13.6%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단말기 할부채권 유동화액은 17.2% 줄었습니다. SK텔레콤의 단말기 판매 매출은 대리점 등에 휴대전화를 도매로 공급하는 SK네트웍스 정보통신부문(단말기 판매 중심 사업 부문)의 매출로 잡힙니다. 이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57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22억원)보다 0.3%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단말기 할부채권 유동화액은 16.3% 감소했습니다. KT의 올해 상반기 단말기 판매 매출은 1조209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786억원)보다 5.4% 줄었습니다. 그러나 ABS 발행액 감소율은 12.6%로 매출 감소율보다 컸습니다.

◇ 단통법 폐지 후 지원금 경쟁… 고객 할부원금 줄어

통신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 이후 확대된 구매 지원금을 할부채권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단말기 판매 관련 매출이 늘더라도 지원금이 커지면 소비자가 통신사에 나눠 갚아야 할 할부원금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출고가가 150만원인 스마트폰에 80만원의 지원금이 붙으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할부원금은 7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휴대전화가 더 많이 팔리거나 고가 단말기 판매 비중이 높아져 매출이 증가해도 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이 확대되면 통신사가 보유하는 할부채권 규모는 감소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말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유통점의 추가지원금이 통신사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됐지만, 지금은 유통점이 지원금 규모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ABS 발행 횟수가 전년과 동일한 가운데 통신 3사의 발행액이 일제히 12~17% 감소한 만큼, 단통법 폐지 이후 지원금 경쟁이 확대되면서 고객의 평균 할부원금이 작아진 영향이 공통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방식이 달라진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하거나, 휴대전화 개통 시 단말기 대금을 바로 신용카드 할부 등을 이용해 완납하면 통신사에 단말기 할부채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통신사가 일부 채권을 현금화 하지 않고 직접 보유하거나 유동화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는 것도 ABS 발행액에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