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중국 게임에 밀려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에서 입지가 줄었던 토종 게임들이 다시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구글플레이 마켓 일간 게임 매출 1~4위를 국산 게임이 3일 연속 차지했고, 상위 10위 안에 진입한 국산 게임도 3개월 전 4개에서 7개로 늘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제우스: 오만의 신'이 흥행한 데다 '솔: 인챈트'가 상위권을 지키고, '메이플 키우기' 같은 방치형 게임까지 가세하면서다.

다만 중국 게임사의 대형 신작 출시가 뜸해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이번 순위 상승을 국산 게임의 완전한 반등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또 흥행 장르가 MMORPG에서 방치형 RPG까지 넓어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략·캐주얼 등으로 장르 다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1~4위를 모두 국산 게임이 차지했다. 에이버튼이 개발하고 컴투스가 서비스하는 제우스가 1위를 지켰고, 엔씨의 '리니지M'과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 넷마블의 솔: 인챈트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지난 4일부터 이들 게임이 1~4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상위 10위 내로 범위를 넓혀도 국산 게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7위 '한게임포커 클래식', 8위 '오딘: 발할라 라이징', 10위 '한게임 포커'까지 더하면 국산 게임 7종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3개월 전인 지난 6월 6일에는 상위 10위 안 국산 게임이 4종에 그쳤다. 당시 리니지M이 1위, 메이플 키우기가 3위를 차지했지만 중국 센추리게임즈의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 2위, 퍼스트펀의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 4위, 센추리게임즈의 '킹샷'이 5위에 올랐다. 상위 5개 가운데 중국 게임이 3개였고 국산 게임은 2개에 불과했다.

◇ 中에 내줬던 상위권… 제우스·솔이 되찾았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중국 게임을 필두로 외산 게임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졌다. 센추리게임즈는 2023년 WOS에 이어 지난해 킹샷을 선보인 뒤 두 게임 모두 국내 매출 최상위권에 안착시켰다. 퍼스트펀의 '라스트 워'도 장기 흥행을 이어왔고, 튀르키예 개발사 드림게임즈의 '로얄매치' 같은 해외 캐주얼 게임도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국내 게임사들이 주력해 온 MMORPG는 비슷한 성장 구조와 반복적인 콘텐츠, 높은 과금 부담 등으로 이용자 피로가 커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형 신작이 나와도 기대만큼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내 게임사의 핵심 장르인 MMORPG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완성도를 높인 MMORPG 신작이 이러한 평가를 깨고 반등을 이끌었다. 지난달 26일 출시된 제우스는 출시 18시간 만에 국내 양대 앱 마켓 매출 1위에 올랐고, 이후에도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정상을 지키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출시된 솔: 인챈트도 출시 22시간 만에 매출 1위에 오른 뒤 두 달 넘게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출시 9년 차인 리니지M이 2위, 오딘이 8위를 기록하며 기존 MMORPG도 상위권을 받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방치형 게임도 새로운 흥행 축으로 자리 잡았다. 메이플 키우기는 한 달 전 8위에서 3위로 급상승했으며, 최근에는 '쿠키런 키우기'도 10위권에 진입했다.

◇ 中 신작 공백 효과도… "장르 다변화 필요"

다만 국산 게임이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WOS와 킹샷 등 기존 중국 게임들의 흥행이 여전한 데다 최근 중국 대형 신작의 국내 출시가 상대적으로 뜸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달 23일 파우프린트스튜디오의 '애니모'를 시작으로, 내년 1월에는 넷이즈게임즈의 역할수행게임(RPG) '무한대' 등 중국산 신작들이 잇달아 출격을 앞두고 있어 경쟁은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업체들도 기존 주력 장르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흥행 장르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대형 신작이 나오면 판도가 다시 바뀔 수 있다"며 "기존 MMORPG의 장기 운영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전략·캐주얼 등으로 장르를 다변화해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