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기업 시높시스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반도체 설계부터 검증, 제조, 시스템 시뮬레이션까지 연결하는 통합 엔지니어링 전략을 강화한다. 지난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업 앤시스를 인수한 데 이어 양사의 기술을 결합해 칩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설계·해석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샹카 크리슈나무티 시높시스 최고제품개발책임자(CPDO)가 8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시높시스 컨버지 코리아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시높시스 제공

시높시스는 8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시높시스 컨버지 코리아 2026'을 개최했다. 9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시높시스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시높시스 유저 그룹(SNUG)'과 앤시스의 '시뮬레이션 월드'를 처음으로 국내에서 통합 개최한 행사다.

앤시스는 자동차나 항공기, 전자제품 등을 실제로 만들기 전 컴퓨터상에서 열과 구조, 유체, 전자기 등이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시높시스가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고 검증하는 EDA에 강점이 있다면, 앤시스는 설계된 반도체가 실제 제품과 시스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물리적으로 분석하는 데 강점이 있다. 시높시스는 2025년 7월 앤시스 인수를 완료했다.

시높시스는 이날 '에이전트엔지니어(AgentEngineer)'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주도형 엔지니어링 워크플로우를 강조했다. 기존에는 엔지니어가 설계·검증 등 단계별 EDA 도구를 직접 활용했다면, AI 에이전트를 통해 여러 설계 작업과 도구를 연결하고 자동화하는 방향이다. 엔비디아, AMD,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구현한 에이전틱 워크플로우도 소개했다.

샹카 크리슈나무티 시높시스 최고제품개발책임자(CPDO)는 경쟁사와 비교한 에이전틱 AI의 차별점에 대해 "시높시스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이유는 포트폴리오의 폭"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높시스가 아키텍처부터 설계·검증, 제조·TCAD에 이르는 EDA 기술뿐 아니라 앤시스와의 통합으로 구조·유체·전자·광학 등 멀티피직스 기술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설계 영역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앤시스 인수 역시 이 같은 사업 확장의 연장선이다. 반도체가 AI 서버와 자동차, 로봇 등 복잡한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칩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발열이나 전력, 구조 등 실제 작동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높시스는 EDA와 앤시스의 물리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해 반도체 설계부터 완제품 시스템까지 한꺼번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앤시스 인수 이후 양사 기술을 결합한 제품도 내놓고 있다. 크리슈나무티 CPDO는 "두 회사가 합쳐진 직후 공동 솔루션 개발에 강력한 연구개발(R&D) 역량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시높시스의 정적 타이밍 분석, 물리 설계, 아날로그 및 3D IC 설계 등에 앤시스의 멀티피직스 기술을 결합했으며 코패키지드옵틱스(CPO), 포토닉스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혔다.

시높시스는 이를 '실리콘 투 시스템(Silicon-to-Systems)' 전략으로 부르고 있다. 구조·열·전자기 등 서로 다른 물리 영역을 함께 분석하는 '멀티피직스 퓨전(Multiphysics Fusion)'을 통해 설계 탐색과 최적화, 검증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사업에서는 메모리가 여전히 핵심이지만 비메모리 분야도 확대하고 있다. 크리슈나무티 CPDO는 "한국에서 메모리가 상당한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과 시스템LSI의 엑시노스 프로그램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과도 EDA 및 멀티피직스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구체적인 매출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다.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도 설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크리슈나무티 CPDO는 "LPDDR가 6세대에서 7세대로 진화하는 과정에는 PIM(Processing-in-Memory) 아키텍처로의 전환이 포함된다"며 "시높시스는 LPDDR IP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러한 전환을 전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넣어 데이터 이동을 줄이는 기술이다. 시높시스는 메모리 반도체 표준화 기구 JEDEC의 관련 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시높시스는 1992년 한국 사업을 시작해 2012년 국내 R&D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국내 50개 이상의 대학과 협력해 매년 5000명 이상의 학생을 지원하고 있으며 산학협력·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72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