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삼성SDS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SDS '리얼 서밋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글로벌 투자 기업 KKR로부터 확보한 자금을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물류 분야 신규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31년까지 약 10조원을 AI 중심의 로봇전환(RX)과 물류 분야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에 투입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8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 열린 '리얼 서밋 2026' 기자간담회에서 "AI 전환(AX) 관련 전략적 투자 방향을 검토하고 있고,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관련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에 발표한 10조원 투자 계획 가운데 기존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인프라 확충에 더해 전략적 투자와 M&A까지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SDS는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KKR로부터 확보한 자금 1조2000억원과 현금성 자산 6조6000억원 등을 기반으로 2031년까지 총 10조원을 AI 풀스택 역량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10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 "크게 AX, RX, 물류 등 3가지 분야를 중점으로 전략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결과물을 소개하고, 투자 회수도 빨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물류 분야에서는 항공 물류 강화를 위한 투자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SDS는 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로봇전환(RX) 전략의 일환으로 내년에 로봇과 공장 생산설비를 하나로 연결해 운영하는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로봇 오케스트레이션이란 공장 내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들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통합 제어하는 기술을 뜻한다.

로봇 사업의 경우 삼성그룹 제조 관계사를 우선 공략한다. 안대중 삼성SDS 디지털팩토리 담당 부사장은 "그동안 구축한 삼성 제조 관계사들의 생산 라인 개수가 1000개가 넘는다"면서 "아직 수작업에 의존하는 생산라인이 많아서 이 부분을 범용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작업이 선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가 제조실행시스템(MES)을 구축한 430여개 외부 제조 고객사의 자동화 전환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안 부사장은 "이들 고객사 중 위험 작업이나 수작업을 대체하려는 RX 수요에 우선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45년 만에 제조 리쇼어링(생산시설의 본국 이전·reshoring)을 진행 중인 미국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봇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미국 기업과의 협력도 추진한다. 안 부사장은 "중국은 로보틱스 하드웨어, 특히 로봇의 손 기술에 해당하는 핸드(hand)와 엔드이펙터(end effector) 기술이 뛰어나다"면서 "세계적인 로봇 핸드 기업인 중국 우지 핸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했다.

국내 로봇 기술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이나 중국 기업 대비 로봇 몸에 해당하는 바디 하드웨어 기술은 뒤쳐지지만, 모델 학습 데이터나 시뮬레이션 관련 부분에서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제조 라인에서 로봇 하드웨어를 통합해 성능 검증을 하고 인간 수준의 성과와 품질을 내도록 '튜닝'하는 기술에서도 국내 기업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성SDS는 한국과 중국, 미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RX 사업을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실제 삼성SDS는 서로 다른 로봇 간의 연동을 표준화하기 위한 '팀 REX' 로보틱스 파트너십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토요타 연구소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기업인 '월든 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이로봇, 엔닷라이트 등 1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준희 대표는 "로봇 기술 자체는 사람과 비슷해서 공장이 잘 작동하려면 여러 로봇이 모였을 때 업무 과정을 정리하고 로봇 간 협력을 잘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며 내년 공개 목표로 준비 중인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이 이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은 공장에서 포장·조립·짐 수송 등 기능이 서로 다른 이종(異種) 로봇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최적의 동선을 설계하고, 특정 로봇이 고장 나도 이를 실시간 감지해 공장 전체가 중단되지 않도록 다른 로봇에게 우회 지시를 내리는 '로봇 전용 중앙 관제 시스템' 역할을 수행한다.

이 대표는 "25년간 축적한 제조 전문성과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에 세계 최고 수준의 피지컬 AI 로봇 기술을 결합해 제조 고객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