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에 위치한 BOE의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BOE

BOE, CSOT, 비전옥스 등 중국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며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용 OLED 시장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노트북·태블릿 등 IT 기기용과 자동차용 OLED 시장에서는 중국의 물량 공세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기반 패널 업체들의 글로벌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출하 점유율은 올 하반기 65.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액정표시장치(LCD) 기준으로, 2019년 28.1%였던 점유율이 7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LCD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OLED 투자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자동차용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일 열린 옴디아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는 성장률이 가장 높은 노트북·태블릿용 8.6세대 OLED 생산능력이 2028년에는 중국이 한국의 두 배 수준으로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체 OLED 생산능력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IT용이라는 성장성 높은 분야에서는 중국이 역전하는 구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중국의 OLED 생산능력이 2029년에는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시장에서 두 나라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OLED 시장점유율은 2020년 87.3%에서 2025년 68.7%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중국은 12.1%에서 31.2%로 뛰었다. 5년 새 두 나라 간 점유율 격차가 75.2%포인트(P)에서 37.5%P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2년 내 중국 기업들의 OLED 공장의 생산성은 급격히 강화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통상 8년 안팎에 걸쳐 원가에 나눠 반영하는데, 중국이 2020년 전후 지은 6세대(G6) OLED 공장들이 2028년쯤 이 상각을 끝낼 것으로 옴디아는 전망했다. 설비 투자 부담이 사라지면 그만큼 원가를 낮출 여력이 생겨, 자동차용 OLED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한국이 모바일·IT·TV 전 부문에서 여전히 탄탄한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증설 투자 속도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이를 두고 한국의 신중한 증설 전략이 장기적으로 구조적 약점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예비판정에서 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보고, BOE의 OLED 제품 수입을 14년 8개월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중국 업체의 미국향 공급망 진입에 제동이 걸린 사례로, 물량 확대 흐름의 예외 변수로 꼽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OLED는 신뢰성과 내구성 검증 장벽이 높아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선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면서도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계속되면 협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