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사들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채널 평가에서 모든 채널이 '제작 역량'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게 됐다. 이 점수의 근거였던 정부의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 평가'가 올해 중단된 영향이다. 이 평가가 중단된 것은 2012년 도입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KT(지니TV), SK브로드밴드(Btv), LG유플러스(U+tv) 등 인터넷TV(IPTV)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 위성방송 사업자는 올해 PP 평가를 진행할 때 전 채널의 제작 역량 항목 점수를 일괄 '매우우수(6점)'로 주기로 했다.
채널 평가는 유료 방송사들이 자사 채널에 편성된 PP를 매년 100점 척도로 채점하는 것을 말한다. 이 성적에 따라 이듬해 PP의 채널 번호와 재계약 여부, 콘텐츠 사용료(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등이 결정된다. 성적이 나쁘면 채널 번호가 뒤로 밀리거나, 재계약에 실패해 송출이 끊길 수 있다.
유료 방송사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PP 평가 기준 및 절차 표준안'에 따라 채널 평가를 한다. 표준안은 시청률(30점), 편성(30점), 콘텐츠 투자비(20점), 제작 역량(10점), 운영 능력(10점) 등 5개 분야로 채널을 평가하도록 하고, 제작 역량 점수 10점 중 6점은 방미통위의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 평가' 점수에 연동되도록 한다. '매우 우수'는 6점, '우수'는 4점, '그 밖의 채널'은 2점으로 차등 부여한다.
그런데 방미통위가 올해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 평가'를 시행하지 않으며, 올해 채널 평가에서 전 채널이 이 항목에서 6점(매우 우수) 만점을 받게 됐다. 한 유료 방송사 관계자는 "방미통위 사정으로 올해 방미통위가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걸 통보받았고, 이후 업계와 협회가 해당 점수를 대체할 방안을 찾다가 일괄 6점을 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2012년 도입 이후 처음이다. 평가를 진행하는 방미통위는 자체 판단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 평가 사업의 올해 예산이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며 '0원'이 돼, 올해 평가를 진행할 수 없다"며 "방미통위 재량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예산이 없어 평가를 못 했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채널 평가를 '전 채널 만점' 임시 처방으로 넘어간 것은 땜질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미통위 평가 점수를 어떻게 대체할지 결정하는 것은 유료 방송사와 PP가 논의할 사항"이라면서 "6점 일괄 배점은 업계 차원에서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표준안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채널평가는 유료 방송사가 주체로 실시하는 것이고, 방미통위가 6점 일괄 배점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업계에서는 정부 표준안에 따라 PP 평가를 하도록 돼 있는데, 올해 평가가 없었다는 이유로 자체적으로 다른 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표준안을 손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평가 공백의 영향은 채널 평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 평가'는 과기정통부의 '방송프로그램 제작 지원 사업' 지원 대상 선정, 방미통위 방송대상의 '제작 역량 우수상' 채널 선정 등에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또 내년에도 이 평가는 이뤄지지 않아, 평가가 2년 연속 멈추며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면서 "현재로선 내년에도 사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