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와 TSMC를 비롯한 현지 주요 반도체·전자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차세대 데이터 전송 기술로 꼽히는 '실리콘 포토닉스'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7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는 TSMC를 비롯한 현지 30여개 선도 기업이 '실리콘 포토닉스 연맹'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6'에서도 실리콘 포토닉스가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반도체 칩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기존 전기 신호 대신 빛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칩끼리 주고받아야 하는 데이터가 급증하자, 데이터 이동 속도와 전력 소모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 경제부는 실리콘 포토닉스를 적용하면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고 전력 소비도 30~50%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연산 성능 자체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느냐가 중요해지면서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맹은 특히 '공동 패키징 광학(CPO)'의 기술적 난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CPO는 AI 반도체 바로 옆에 광학 부품을 함께 패키징해 데이터를 빛으로 주고받도록 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칩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전기 신호로 멀리 보내는 대신 칩 가까이에서 곧바로 광신호로 바꿔 전송하는 방식이다. 전송 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반도체와 광학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에 안정적으로 결합해야 해 기술적 난도가 높다.
대만 정부는 TSMC를 중심으로 한 첨단 반도체 제조와 패키징 생태계를 실리콘 포토닉스까지 연결해 공급망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대만 경제부는 대만이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에서 90% 이상,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실리콘 포토닉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에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해 실리콘 포토닉스를 포함한 'AI 신 10대 건설'을 추진해 2040년까지 15조대만달러(약 695조4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AI 관련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TSMC는 차세대 첨단 패키징 기술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대만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칩 온 패널 온 서브스트레이트(CoPoS)'를 2028년 하반기 양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oPoS는 현재 AI 반도체 패키징에 활용되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원형 웨이퍼 대신 대형 사각형 패널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TSMC는 기존 12인치 원형 웨이퍼를 310×310㎜ 크기의 사각형 패널로 바꿔 소재 활용률을 70% 미만에서 9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올해 관련 장비와 소재 검증에 들어가고 2027년 소규모 시험 생산을 거쳐 2028년 하반기 본격 양산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