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개인형 이동장치(PM) 전용 주차구역이 아닌 인도 등에 무단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를 강제 견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행자의 통행권과 안전을 확보하려는 조치지만,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견인이 본격화하면 이용자 불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견인 제도 시행 이후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이 위축된 전례가 있는 만큼, PM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11월 시의회에 '정차·주차 위반 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인도와 지하철역·버스정류장·횡단보도 앞, 점자블록 위 등에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를 견인하고 업체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견인료는 대당 4만원이며, 업체가 찾아가지 않으면 시간당 1400원의 보관료가 추가된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견인을 피하려면 공유 전기자전거를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곳이나 서울 시내 PM 전용 주차구역에 세워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관련 간담회를 열고 PM 업체들에 이 같은 조례 개정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체들은 반납 시스템을 개편하고 주차구역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유예 기간을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데는 방치되는 공유 전기자전거가 급증하면서 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공유 전기자전거는 2021년 약 1600대에서 올해 7월 기준 5만2600대로 30배 이상 늘었다. 이 과정에서 전기자전거가 인도 한가운데 방치되는 사례도 증가했다. 특히 고령자와 휠체어 이용자에게 방치된 공유 전기자전거는 통행을 방해하고 사고 위험을 높인다. 이에 서울시는 공유 전동킥보드와 마찬가지로 전기자전거도 PM 전용 주차구역에 세우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재 PM 전용 주차구역이 이용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점이다. 스마트서울맵에 따르면 서울 전역의 PM 주차구역은 총 426개소다. 공유 전기자전거만 기준으로 해도 주차구역 한 곳당 120대가 넘는 기기를 수용해야 하며, 전동킥보드까지 포함하면 한 곳당 약 160대에 이른다. 통상 주차구역 한 곳에 세울 수 있는 기기가 4~8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주차구역도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다. 전체 426개소 가운데 강남구가 154개소, 서초구가 83개소로 두 자치구에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반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6곳은 주차구역이 10개소에도 미치지 못하며,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자치구도 있다. 이마저도 전용 주차구역의 위치가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안내되지 않아 주차 공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PM업계는 전기자전거도 전동킥보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시내 전동킥보드는 2021년 견인제도 시행 이후 업체들이 서비스를 축소·중단하면서 2023년 4만3000여대에서 지난해 말 1만8000여대로 약 57% 감소했다. 전기자전거 역시 견인 부담으로 운영이 축소되면 소비자 불편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전기자전거는 언덕이 많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20·30대의 출퇴근 및 통학을 보완하는 이동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쿠·스윙·빔 등 주요 PM 앱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15만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쏘카와 카카오T 앱을 통해 제공되는 쏘카일레클과 카카오T바이크 이용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공유 전기자전거 이용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PM업계 관계자는 "잘못 주차된 기기를 관리하고 보행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세울 곳을 충분히 만들어 놓고 견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기자전거 주차 인프라가 이용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견인 확대에 앞서 주차 공간 확충과 사업자의 자진 수거 등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