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무디 다이슨 최고고객책임자(CCO)가 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국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다이슨 카메라젯 전동 칫솔을 들고 고객 서비스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베를린=정두용 기자

"'다이슨 없이 지내는 순간이 없도록(Never Without Your Dyson)'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는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직접 시도하고 검증하며 확대해 온 것들입니다."

톰 무디 다이슨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다이슨은 IFA 2026 개최에 맞춰 베를린에서 자체 신제품 공개 행사 '다이슨 언베일드(Dyson Unveiled)'를 열고 신제품 10종을 소개했다. 무디 CCO는 이에 앞서 새 글로벌 고객 지원 정책과 한국 시장의 역할을 설명했다.

영국 기술기업 다이슨은 한국에서 먼저 도입하고 검증한 고객 지원 방식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제품을 산 뒤에도 필요한 순간마다 지원이 이어지는 고객 경험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구매와 초기 설정부터 사용, 관리, 수리에 이르는 제품 소유 전 과정을 연결한다는 것이다. 기존 사후서비스(AS)를 넘어 제품 데이터를 활용해 이상을 진단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관리 방법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지원 범위도 넓힌다.

무디 CCO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이 다이슨과 함께하는 경험의 시작"이라며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고객 경험에 대한 책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수리 10일 넘게 걸리던 다이슨… 2.5일로 단축

다이슨이 이번에 내놓은 글로벌 정책은 고객이 필요할 때 제품을 최대한 빨리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서비스'에서 출발한다. 무디 CCO는 이를 '브릴리언트 베이직스(Brilliant Basics·탄탄한 기본)'라고 표현했다.

한국에서는 서비스 대기와 수리 기간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다이슨에 접수된 고객 서비스 적체 건수는 최근 3년간 약 90% 감소했다. 서비스 접수부터 제품을 돌려받기까지 10일 이상 걸렸던 평균 처리 기간도 약 2.5일로 줄었다.

서비스 인프라도 확충했다. 다이슨은 국내에서 서비스센터 52곳을 운영한다. 프리미엄 서비스센터는 2023년 1곳에서 현재 23곳으로 늘었다. 작년부터 일부 다이슨 매장에서도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문이 어려운 고객에게는 무상 택배 수리와 엔지니어 방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이슨 오프라인 매장 모습./다이슨

올해 2분기 한국의 '고객 편의성 지표(Overall Ease Score)'는 91%였고, 순고객추천지수(NPS)는 중국에 이어 다이슨 진출 시장 가운데 2위다. 이 같은 서비스 개선은 과거 겪었던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다이슨은 2023년 국내에서 부품 수급 차질과 장기간의 수리 지연으로 고객 불만이 커지자 서비스 체계를 강화했다.

무디 CCO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전 세계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면서 수리에 필요한 부품 공급에도 영향을 받았다"며 "이후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필요한 부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 "기본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한국서 시작한 제품 대여 세계로

다이슨은 한국에서 사업을 이어오며 수리 기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프리미엄 제품을 산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결론도 얻었다고 한다. 무디 CCO는 "한국에서 배운 것은 기본적인 서비스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고객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한 만큼 매일 다이슨의 성능을 누리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다이슨은 2023년 수리 기간 중 제품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는 수리가 72시간 안에 끝나기 어려운 고객에게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대체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서비스 도입 이후 국내 고객에게 빌려준 제품은 약 4만3000대다.

대여 제품에는 최신 제품도 포함해 수리 기간 불편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제품을 경험하도록 했다. 한국에서 처음 시험한 이 방식은 새 글로벌 고객 지원 정책에 포함돼 다른 시장으로 확대된다.

이번 정책에는 '다이슨 컨시어지(Dyson Concierge)'도 포함된다. 전문가와 일대일 온라인 상담을 통해 제품 설치와 설정, 기능 활용 방법 등을 안내한다. 한국에서는 일부 로봇청소기를 대상으로 엔지니어가 직접 설치를 지원한다. 제품 점검과 정밀 세척, 배터리 검사, 정품 부품 교체 등을 제공하는 '다이슨 토털 리스토어(Dyson Total Restore)'도 향후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다이슨 전문가가 고객에게 일대일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는 '다이슨 컨시어지(Dyson Concierge)' 서비스 모습. 다이슨은 제품 설치와 설정, 기능 활용 방법 등을 전문가가 안내하는 맞춤형 온보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다이슨

◇ 제품 데이터에 AI 결합… "고객 손안에 엔지니어"

다이슨은 고장이 난 뒤 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제품 상태를 파악하는 '선제적 제품 관리'도 주요 전략으로 추진한다. 제품의 작동 데이터를 활용해 상태를 파악하고 원격 진단이나 관리 방법을 미리 안내하는 방식이다.

무디 CCO는 "지난 12개월간 크게 달라진 것은 제품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AI와 함께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마치 모든 고객의 손안에 다이슨 엔지니어가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 출시한 다이슨 최초의 구강관리 제품 '카메라젯'도 이런 방향을 보여준다. 카메라와 머신러닝으로 양치 과정을 분석하고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 '마이다이슨(MyDyson)'을 통해 개인별 피드백과 구강관리 조언을 제공한다. 무디 CCO는 이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결성, 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되는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톰 무디 다이슨 최고고객책임자(CCO)가 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국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베를린=정두용 기자

◇ 신제품 10종도 '지능형 가전'으로

다이슨 언베일드에서는 첨단 지능형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10종을 선보였다. 구강관리·로봇청소기·물청소기·공기청정기·헤어케어 제품을 아우른다.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인 제이크 다이슨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제품이 기계적으로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며 "이제 하드웨어를 넘어 스스로 보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지능형 가전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로봇청소기 '뉴로비(Nurovi)'는 센서와 비전 기술로 먼지와 얼룩 등을 파악해 청소 방식을 조정한다. 카메라젯에는 47만장의 치아 이미지를 학습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무디 CCO는 "최근 몇 년간 제품과 기술뿐 아니라 고객 경험과 고객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도 중요해졌다는 점을 배웠다"며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이 필요한 순간에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