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펼쳤는데 화면 가운데 접힌 자국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화면을 유심히 들여다봐야 접히는 부분을 의식할 정도였다. 폴더블폰 특유의 두껍고 묵직한 느낌도 상당히 줄었다. 평소 사용하던 일반 바(Bar)형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얇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퀄컴의 최신 모바일 플랫폼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를 직접 사용해봤다. 가장 먼저 체감된 것은 성능 수치보다 하드웨어의 변화였다. 폴더블폰의 약점으로 꼽혀온 두께와 무게 부담이 줄었고, 화면을 펼쳤을 때 접히는 부분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접는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이질감이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를 펼쳐 전자책을 읽는 모습. 넓은 화면을 활용해 일반 스마트폰보다 많은 내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최효정 기자

제품을 펼친 뒤 밀리의서재에서 전자책을 읽어봤다. 폴더블의 장점은 이때 확실히 드러났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한 화면에 들어오는 글의 양이 많았고, 작은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 것에 가까웠다. 긴 글이나 문서를 읽을 때 화면을 계속 넘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었다.

두 개의 앱을 한 화면에 띄우는 멀티윈도 기능도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화면을 나눠 쓴다는 방식이 다소 낯설었다. 하지만 한쪽에서 문서나 영상을 띄우고 다른 쪽에서 검색이나 메신저를 사용하는 식으로 익숙해진다면 업무나 콘텐츠 소비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넓어진 화면을 모든 앱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자책과 게임 등을 이용해보니 세로보다 가로 방향에서 대화면의 장점이 더 잘 살아나는 경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제품을 세로 방향으로 펼쳐 사용하는 방식이 편했는데, 일부 콘텐츠는 가로 방향으로 돌렸을 때 화면 활용도가 높아졌다. 하드웨어는 폴더블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앱 최적화는 아직 이를 완전히 따라오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폴더블은 접거나 펼칠 때 화면 크기와 비율이 크게 달라지고, 여기에 가로·세로 방향 전환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에 앱도 화면 크기와 기기 상태에 맞춰 사용자환경(UI)을 재배치하는 '적응형(Adaptive)' 설계가 필요하다. 구글은 폴더블의 접힘·펼침 상태와 가로·세로 방향 등에 최적화된 별도의 레이아웃을 적용할 것을 개발사에 권고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16부터 대화면 기기에서 앱의 화면 방향과 화면비 제한도 완화했지만, 각각의 화면에 맞게 UI를 구성하는 것은 앱 개발사의 최적화가 필요한 영역이다.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에서 고사양 게임 '명조: 워더링 웨이브'를 초고화질 모드로 플레이하는 모습. /최효정 기자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그래픽 설정을 초고화질로 높인 고사양 게임도 실행해봤다. 캐릭터를 움직이며 전투를 진행하고 빠르게 시점을 전환해도 전반적인 게임 진행이 부드러웠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끊김은 없었다. 화면을 펼치자 시야가 넓어지면서 일반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할 때보다 몰입감이 높았다.

다만 초고화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기기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일정 시간 게임을 구동하자 Z 폴드8 울트라가 살짝 뜨거워졌고 손으로 열감이 느껴졌다. 게임 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웹서핑이나 전자책 등 일반적인 작업을 할 때와 비교하면 온도 상승은 분명했다.

Z 폴드8 울트라의 성능을 뒷받침하는 것은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모바일 플랫폼'이다. 맞춤형 3세대 퀄컴 오라이온 CPU와 차세대 퀄컴 아드레노 GPU, 향상된 퀄컴 헥사곤 NPU를 탑재했다. CPU는 최대 4.74GHz의 클럭 속도를 지원한다. 퀄컴에 따르면 이전 세대 스냅드래곤 플랫폼과 비교해 CPU 성능은 20%, 전력 효율은 35% 향상됐다.

차세대 퀄컴 아드레노 GPU에는 새로운 슬라이스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복잡한 그래픽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됐으며 언리얼 엔진5, 레이 트레이싱, HDR 게이밍 등을 지원한다. 초고화질 게임을 펼친 대화면에서도 부드럽게 구동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같은 그래픽 처리 성능이 있다.

인공지능(AI)도 이번 플랫폼의 주요 강화 지점이다. 향상된 퀄컴 헥사곤 NPU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을 이해하고 기기 안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에이전틱 AI를 지원한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작업을 처리할 수 있어 개인화된 기능과 개인정보 보호를 함께 강화했다는 게 퀄컴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마이 팬캠(My FanCam)'은 온디바이스 AI가 사용자가 선택한 인물이나 대상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활용해 가로로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적합한 세로형 콘텐츠로 변환할 수 있다.

'콜 스크리닝(Call Screening)'은 AI 기반 실시간 음성 인식과 전사 기능을 활용해 수신 전화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든 처리를 온디바이스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포토 어시스트(Photo Assist)'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진 속 객체를 추가하거나 제거하고 세부 디테일을 복원하거나 화면 구도를 다시 조정하는 등의 편집 작업을 지원한다.

카메라 기능도 강화했다. 퀄컴 스펙트라 ISP는 20비트 이미지 처리 파이프라인으로 업그레이드돼 이전 세대 대비 최대 4배 향상된 다이내믹 레인지를 제공한다. 전용 이미지 안정화 하드웨어는 360도 수평 유지 기능을 지원하며 이를 기반으로 '수평 잠금' 기능을 구현했다.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 전 모델에서는 '어드밴스드 프로페셔널 비디오' 코덱 녹화도 지원한다. 원본에 가까운 고품질 영상을 촬영하고 하이라이트와 그림자 영역 조정, 정밀한 색 보정 등 후반 작업을 할 때 영상의 세부 정보 손실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기능이다.

연결성에는 스냅드래곤 X85 모뎀-RF 시스템과 퀄컴 패스트커넥트 7900이 적용됐다. 5G와 와이파이 7(Wi-Fi 7), 초광대역(UWB) 등을 지원한다. 이동통신망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위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스냅드래곤 새틀라이트도 지원한다.

직접 사용해본 Z 폴드8 울트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접는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이 덜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얇고 가벼워진 몸체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화면 주름 덕분에 폴더블 특유의 이질감이 줄었고, 펼치면 독서와 게임, 멀티태스킹에 활용할 수 있는 넓은 화면이 나타났다.

여기에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의 CPU·GPU·AI 성능이 더해지면서 대화면의 활용 범위도 넓어졌다. 초고화질 게임에서도 부드러운 성능을 보여준 점은 인상적이었다. 반면 고부하 작업에서 느껴지는 열감과 폴더블 화면에 완전히 최적화되지 않은 일부 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폴더블 하드웨어와 모바일 칩의 진화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앱 생태계의 최적화도 뒤따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