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6'이 열린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 중국 샤오미 전시장에 들어서자 전기 콘셉트 하이퍼카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Xiaomi Vision Gran Turismo)'가 관람객을 맞았다. 몇 걸음 걷자 전기 세단 'SU7'과 함께 주방·거실·침실·서재를 본뜬 공간이 이어졌다. 냉장고와 TV를 전시하던 가전쇼 한복판에 자동차가 들어선 모습이 펼쳐졌다.
샤오미는 차량과 냉장고·에어컨·TV·스마트폰을 같은 운영체제(OS)와 인공지능(AI)으로 연결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데 전시 초점을 맞췄다.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집과 스마트폰의 디지털 경험을 이동 중에도 이어주는 '대형 스마트 기기'로 바뀌면서 가전과 자동차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IFA 2026에서는 모빌리티 전용 공간을 시티큐브 베를린으로 옮기고 전기차와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카고바이크 등을 별도 분야로 묶었다. 관람객이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직접 타볼 수 있는 200m 길이의 '모빌리티 트랙'도 마련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중국 샤오미·샤오펑(XPENG) 등 완성차·IT 업체가 모빌리티 전시에 참여했다.
◇ 냉장고 옆 SU7… 중국 샤오미가 그린 '사람×차×집'
올해 처음 IFA에 참가한 샤오미는 3300㎡가 넘는 전시관에 380여종의 제품과 기술을 집결시켰다. 회사가 해외 전시회에 마련한 단독 공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를 AI로 묶는 '휴먼×카×홈(Human×Car×Home)' 생태계가 전시의 중심이다.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공간에는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가 자리했고, 실제 이용 가능한 기술을 소개하는 구역에서는 SU7을 주방·거실·침실·서재와 함께 배치했다. 고성능 전기차 'SU7 울트라'도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샤오미는 이용자가 자동차를 타고 귀가할 때 차량과 스마트홈 기기가 연결돼 집 안 환경을 미리 조절하는 식의 '연결성'을 구현했다. 스마트폰·차량·가전은 샤오미의 통합 운영체제 '하이퍼OS(HyperOS)'를 매개로 이어진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가전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2024년 첫 전기차를 출고하며 모빌리티 분야로 확장했다.
◇ 전기차가 인덕션 켜고, AI 안경은 '차량 설명서'로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IFA 야외 공간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 크로스(ID. Cross)'를 전시했다. 이 차에는 차량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 전자기기에 공급하는 외부 전력 공급(V2L) 기능이 적용됐다. 최대 3.6㎾의 전력을 다른 기기에 공급할 수 있다.
스페인 자동차 브랜드 쿠프라(CUPRA)는 신형 전기차 '라발(Raval)'에 AI 안경을 접목했다. 미국 메타와 스페인 쿠프라, 독일 1SP 에이전시, XR 크리에이터 콘(XRCC)이 공동으로 마련한 'AI 글래스 컴패니언'이 이번 IFA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안경의 카메라와 음성·제스처 인식 기능을 이용해 사용자가 바라보거나 가리키는 차량 부품을 AI가 파악하고 관련 기능을 설명하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과 자동차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기보다 두 산업이 사용하는 기술이 빠르게 같아지고 있는 흐름"이라며 "자동차가 전동화되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AI·OS·배터리·연결성이 핵심 경쟁력이 됐고, 이는 가전·IT 업체가 이미 잘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