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KT와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투자 행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 정예팀에 선정된 SK텔레콤은 올 상반기 연구개발(R&D) 비용과 매출 대비 R&D 비중을 모두 늘린 반면, 정예팀에 들지 못한 KT는 R&D 비용이 1년 전보다 30%가량 줄었고 매출 대비 비중도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낮아졌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시기에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는 계약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는 점입니다. 자체 기술 개발 경쟁에서는 SK텔레콤과 격차가 드러나는 가운데, KT는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을 활용해 AX(AI 전환)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KT R&D 1년 새 28.2% 감소… 통신 3사 중 SKT만 증가

4일 조선비즈가 통신 3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T의 연결 기준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35%에서 올해 상반기 1.03%로 0.32%포인트(P) 낮아졌습니다. R&D 비용도 1932억4900만원에서 1387억9300만원으로 28.2% 감소했습니다.

LG유플러스도 R&D 비중이 0.98%에서 0.95%로 0.03%P 낮아졌고, 비용은 741억원에서 714억원으로 3.7% 줄었습니다. 반면 SK텔레콤은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R&D 비용과 비중이 모두 늘었습니다. R&D 비중은 2.07%에서 2.13%로 높아졌고, 비용도 1823억원에서 1868억원으로 2.5%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R&D 비용과 견줘도 KT의 올 상반기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KT의 상반기 R&D 비용은 지난해 연간 3553억원의 39.1% 수준이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간 3558억원의 52.5%, LG유플러스는 1464억원의 48.8%에 해당했습니다.

일각에선 독파모 선정 결과가 KT와 SK텔레콤의 R&D 투자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15개 지원팀 가운데 선정한 5개 독파모 정예팀에는 SK텔레콤이 포함됐지만 KT는 탈락했습니다. SK텔레콤은 이후 경쟁을 이어가 올해 8월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와 함께 2차 단계평가를 통과한 3개 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 R&D 줄어든 시기 MS 애저 계약 규모 9.6% 증가

KT가 R&D 비용을 줄이는 동안 MS의 AI·클라우드 기술 활용은 확대됐습니다. KT가 올해 KT클라우드와 맺은 애저 서비스 제공·운영 계약은 1741억원으로 작년(1589억원)보다 9.6% 늘었습니다.

KT는 2024년 9월 MS와 5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형 AI 모델과 서비스, 보안 퍼블릭 클라우드 등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공동 R&D와 AI 인재 육성도 협력 내용에 포함됐습니다. KT클라우드는 MS 애저(Azure)를 2024년 10월부터 5년간 이용하는 총 1조36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R&D 비용과 애저 이용 계약은 회계상 성격이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고, R&D 감소가 MS 협력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독파모 정예팀에서 탈락하고 R&D 투자 강도가 낮아진 시기에 MS를 통한 외부 AI·클라우드 기술 활용 규모가 커졌다는 점은 KT의 AI 전략을 살펴볼 대목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술을 활용하면 막대한 개발비와 시간을 줄여 AX 사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KT의 과제는 MS 기술을 단순히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자체 서비스와 전문 인력, 기술 자산으로 얼마나 내재화하느냐입니다. 외부 기술 활용이 자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가 KT의 'AX 플랫폼 기업' 전환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