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6'에서 공개한 개인용 AI 라우터 소프트웨어 '엔비디아 페어(NVIDIA PAIR)' 개념 이미지./엔비디아

엔비디아가 개인용 PC를 AI 에이전트 실행 기반으로 확장하는 '로컬 인공지능(AI)' 전략을 공개했다. 집 안 여러 PC의 남는 연산 성능을 AI 작업에 활용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엔비디아 페어(NVIDIA PAIR)'를 선보이고, 개인용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RTX Spark)'를 탑재한 제품도 10월 출시한다.

엔비디아는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6'에서 페어와 RTX 스파크 기반 PC, 최신 로컬 AI 기술을 선보인다. AI가 TV와 생활가전 등 일상 속 기기로 확산되는 IFA에서 PC 역시 게임·콘텐츠 제작을 넘어 개인용 AI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기기로 바뀔 것이라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엔비디아에서 로컬 AI 에이전트 제품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미디어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는 로컬 AI의 해"라며 "사람들이 일상 업무에 로컬 AI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성능이 크게 향상된 새로운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허깅페이스의 상위 20개 대규모언어모델(LLM) 다운로드가 이미 작년의 4배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에이전트는 완전히 새로운 컴퓨팅 방식"이라며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익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대신, 무엇을 원하는지만 정의하면 에이전트가 이를 수행하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했다. 이용자가 입력한 명령을 AI가 추론한 뒤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도구를 직접 활용해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가 IFA 2026을 계기로 공개한 로컬 AI 전략 이미지. 엔비디아는 개인용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RTX Spark)'를 탑재한 제품을 오는 10월 출시하고, PC를 AI 에이전트 실행 기반으로 확장한다./엔비디아

이번 IFA에서 처음 선보인 페어도 이런 AI 에이전트 활용을 겨냥했다. 같은 로컬 네트워크에 연결된 PC를 자동으로 찾은 뒤 에이전트가 발생시키는 여러 추론 요청을 처리할 수 있는 기기에 나눠 보낸다. 하나의 에이전트가 복잡한 업무를 여러 하위 에이전트에 맡길 경우 각각의 작업을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에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주로 사용하는 PC에서 게임이나 영상 렌더링을 하는 동안 AI 연산은 다른 기기로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페어는 로컬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기기에 AI 추론을 지능적으로 분산하는 개인용 AI 라우터"라며 "여러 PC를 합쳐 하나의 더 큰 PC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의 추론 요청을 이용할 수 있는 기기에 나눠 보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러 기기의 GPU나 그래픽메모리(VRAM)를 물리적으로 합쳐 하나의 대형 AI 모델을 구동하는 기술은 아니라는 의미다. 각각의 추론 요청은 해당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PC 한 대에서 처리된다. 대신 동시에 발생하는 독립적인 요청을 여러 기기로 분산해 한 GPU에 작업이 몰리는 현상을 줄인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테스트에서는 5개 하위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업하는 데 단일 기기로 약 18분이 걸렸지만, 페어를 이용해 기기 3대에 분산했을 때 8분 48초로 단축됐다.

페어는 기존 로컬 AI 프로그램인 '올라마(Ollama)'와 'LM 스튜디오(LM Studio)'를 활용한다. 각 PC가 AI 모델을 실행하고 페어가 기기의 상태와 작업량, 필요한 모델의 탑재 여부 등을 확인해 요청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윈도와 맥OS, 리눅스를 지원하며 무료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지포스 RTX 20 시리즈 이후 GPU와 RTX 프로 워크스테이션 GPU, DGX 스파크, 애플 M4 이후 칩을 탑재한 기기 등을 지원한다.

AI 모델을 PC에서 구동할 때 거쳐야 했던 복잡한 설정 과정도 줄인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적절한 모델과 추론 프로그램을 찾고 각종 설정을 직접 해야 했다. '헤르메스 에이전트'는 엔비디아 GPU를 감지해 적합한 모델을 고른 뒤 다운로드와 설정까지 처리하는 원클릭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오픈클로도 24GB 이상 메모리를 갖춘 엔비디아 GPU 기반 윈도 PC에서 로컬 AI 설정을 간소화한다.

퍼플렉시티의 로컬 AI 에이전트 '포터블 컴퓨터'도 RTX GPU로 지원 영역을 넓힌다. 민감한 문서 등을 PC 밖으로 보내지 않고 작업을 처리하면서 필요할 때만 클라우드의 고성능 AI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오픈소스 추론 프로그램 '라마.cpp' 최적화를 통해 지포스 RTX 5090의 처리량도 최대 1.9배 높였다고 밝혔다.

차세대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의 상용화 일정도 구체화됐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RTX 스파크가 오는 10월 출시되며 공식 제품명은 'N1X'"라고 말했다. RTX 스파크 N1X는 블랙웰 기반 RTX GPU와 그레이스 CPU를 결합하고 최대 128GB 통합 메모리를 지원한다. AI 연산 성능은 최대 1페타플롭으로, 게임과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PC에서 상시 구동하는 용도를 겨냥했다.

이번 IFA에서는 레노버가 '요가 프로 9n'과 '요가 9n 2-in-1'을, 에이서는 RTX 스파크 기반 소형 데스크톱 제품을 선보인다. 에이수스·델·HP·MSI 등 주요 PC 제조사도 관련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일렉트로닉아츠(EA)와 엠바크, 유비소프트는 RTX 스파크 게임 지원 대열에 새로 합류했다. 크래프톤·넷이즈·라이엇게임즈·엑스박스 등도 앞서 지원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