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 연합뉴스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메타 등 주요 인공지능(AI) 기업이 9월 들어 최신 AI 모델을 쏟아내면서 하반기 AI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코딩과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강화한 고성능 최상위(프런티어) 모델로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 반면, 구글과 앤트로픽은 가격 대비 효율을 끌어올린 경량 모델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3일(현지시각) 차세대 AI 모델 'GPT-6 아스트라'를 정식 출시했다. 이날 오픈AI는 "아스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모델"이라면서 "AGI 시대로 향하는 이정표"라고 밝혔다. AGI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 모델을 뜻한다.

오픈AI에 따르면 아스트라는 추론과 코딩, 사이버 보안, 과학 등의 분야에서 경쟁사의 AI 모델을 능가하는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아스트라는 앞서 회사가 진행한 내부 사이버 보안 평가에서 처음으로 '위험(Critical)'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AI가 스스로 취약점을 찾아 공격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의미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은 주요 외신이 참석한 언론 브리핑에서 "AGI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라며 "훗날 AGI의 시작이 언제였을까라고 묻는다면, 바로 아스트라를 출시한 지금쯤이라고 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가 성능 측면에서 "세대적 도약을 이뤘다"며 사람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AGI의 초기 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오픈AI는 아스트라가 사람이 5시간 정도 들여야 하는 구직 정보 검색을 2분 51초 만에 마쳤고, 30분 걸리는 반려동물 위탁 돌봄 검색도 5분 27초 만에 끝냈다고 설명했다.

오픈AI의 최신 AI 모델 'GPT-6 아스트라' / 오픈AI 제공

오픈AI가 'AGI 시대의 시작'을 선언하면서까지 아스트라의 성능을 강조한 것은 경쟁사인 앤트로픽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기업가치 8520억달러(약 1155조원)으로 평가 받는 오픈AI는 2022년 말 챗GPT를 출시해 생성형 AI 시대의 포문을 열었지만, 올해 들어 기업용 AI 시장을 공략해온 앤트로픽에 우위를 내줬다. 앤트로픽은 코딩에 강점을 지닌 '클로드 코드'와 전문가 수준의 취약점 탐지 역량을 갖춘 '미토스'를 앞세워 기업가치를 9650억달러(약 1300조원)로 끌어올렸다.

양사가 동시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오픈AI 입장에서는 기술 우위를 내세워 앤트로픽에 뺏긴 선두 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상장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예상 상장 시점은 앤트로픽이 이르면 10월, 오픈AI가 늦으면 내년 상반기라 기업가치 경쟁에서도 앤트로픽이 한 발 앞서고 있다. 앤트로픽은 올해 말 IPO 과정에서 현재의 최대 2배 수준까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앤트로픽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델 '페이블 5.1' / 앤트로픽

앞서 앤트로픽은 1일(현지시각) 코딩·과학 연구 등 지식 기반 업무를 아우르는 다단계 AI 에이전트 작업에 특화된 최첨단 모델 '클로드 페이블 5.1'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페이블 5.1이 전작인 페이블 5 대비 성능을 끌어올렸으며, 투자회사 밀레니엄이 진행한 시험에서 수년간 엔지니어들이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희귀한 충돌 오류의 원인을 파악해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이버 보안과 생명과학 연구에 강점을 지닌 '클로드 미토스 5.1'도 검증된 기관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선보였다.

앤트로픽은 AI가 정보를 처리하고 답변을 생성하는 데 사용하는 기본 단위인 토큰(token) 가격은 유지하면서 모델이 이미 처리해 저장된 입력 정보를 다시 읽는 '캐시 읽기' 가격을 종전보다 75% 내렸다. 장시간 소요되는 AI 에이전트 업무와 복잡한 코딩 작업에서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성능 경쟁을 벌이는 사이, 구글과 메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량 모델의 활용도와 '추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글은 전날 추론·코딩·AI 에이전트 성능을 개선한 경량 모델 '제미나이 3.8 플래시'와 사이버 보안 업무에 특화된 '제미나이 3.8 플래시 사이버'를 출시했다. 전작인 '제미나이 3.7 플래시'를 선보인 지 3주 만에 후속 경량 모델을 공개한 것이다. 당초 6월에 선보일 계획이었던 최상위 모델 '제미나이 3.5 프로'의 출시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경량 모델 출시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미나이 3.8 플래시 사이버(Gemini 3.8 Flash Cyber)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도 같은날 최신 경량 모델 '뮤즈 스파크 1.3'을 선보였다. 하나의 대화에서 여러 작업을 처리하고 장시간 작업을 이어가는 능력을 강화한 모델이다. 효율성도 높였다. 메타 엔지니어의 비교 평가 결과 '뮤즈 스파크 1.3'의 도구 호출 횟수는 20% 줄었고, 토큰 사용량은 25% 감소했다. 메타 역시 최상위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실제 업무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경량 모델을 빠르게 출시하는 모습이다.

이날 AI 성능 분석업체 아티피셜 애널리시스가 집계한 종합 지능지표를 보면, 오픈AI의 아스트라는 전작 'GPT-5.6 솔'과 동일한 61점을 받았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1(66점)', '클로드 오퍼스 5(63점)', '메타 뮤즈 스파크 1.3·클로드 페이블 5(62점)'에 이어 공동 4위를 기록했다. 구글 '제미나이 3.8 플래시'는 59점으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 특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과 비싼 고성능 모델을 조합해 쓰는 '모델 최적화'에 나서면서 AI 기업들의 모델 경쟁도 단순 성능 개선을 넘어 '안전'과 '효율성'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 기업들의 전략도 성능 고도화에 중점을 두거나 비용 효율화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AI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AI 모델의 토큰 사용량, 도구 호출 횟수, 캐시 읽기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고난도 작업에는 고성능 모델을, 반복 업무에는 경량 모델을 사용하는 흐름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