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폴드8·폴드8 울트라·플립8(이하 갤럭시 Z8)'이 국내 사전판매 144만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갤럭시 Z8이 출시한 달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는 전작 출시 당시보다 약 29% 감소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와 SK텔레콤 해킹 사고에 따른 위약금 면제가 맞물리면서 번호이동자가 이례적으로 많았습니다. 올해는 이 같은 특수가 사라진 데다 자급제폰과 기기변경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신제품 흥행이 곧 번호이동 증가로 이어진다'는 공식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 갤럭시 Z8 판매 38.5% 늘었지만 번호이동은 28.9% 감소
3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Z8의 국내 사전판매량은 144만대로 전작인 갤럭시 Z7의 104만대보다 40만대(38.5%)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가운데 역대 최대 사전판매 기록입니다.
반면 번호이동 시장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습니다. 갤럭시 Z7이 출시된 지난해 7월 번호이동건수는 95만6863건이었지만, 갤럭시 Z8이 출시된 올해 8월에는 68만34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사이 27만6517건(28.9%) 감소한 것입니다. 신형 단말기 판매는 38.5% 늘었지만 번호이동은 28.9% 줄었습니다.
지난해 번호이동 시장이 이례적으로 과열됐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단통법 폐지에 맞춰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여기에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인한 위약금 면제 조치까지 겹치면서 통신사를 옮기는 가입자가 급증했습니다. 올해는 이런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평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지원금 받고 번호이동 대신 자급제·기기변경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방식이 달라진 점도 주요 배경으로 꼽힙니다. 과거에는 신제품이 나오면 이동통신사가 지원금을 확대하고, 소비자가 번호이동을 통해 단말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삼성닷컴이나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자급제 단말기를 산 뒤 기존 통신사를 유지하거나 원하는 요금제를 별도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를 유지한 채 단말기만 교체하는 기기변경 수요도 번호이동 통계에는 잡히지 않습니다.
이동통신사도 자급제 이용자를 별도 고객층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텔레콤의 자급제 전용 디지털 통신 서비스 '에어(air)'입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에어를 출시한 이후 올해 1월 앱 회원이 1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회선 가입자의 90%가 20∼40대였고, 절반 이상은 유심(USIM) 대신 스마트폰에 내장된 디지털 가입자식별모듈인 eSIM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회원 수는 지속 증가해 지난 8월 2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 통신사 지원금 없이도 단말 교체 부담 낮춰
갤럭시 Z8 판매에서도 자급제가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 Z8 자급제 모델 사전구매 고객 2명 중 1명은 '뉴(New) 갤럭시 AI 구독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 사용한 단말기를 반납하면 최대 50%의 잔존가를 보장하고 삼성케어플러스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을 받지 않고도 스마트폰 교체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자급제 구매가 확산되면서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사 가입 사이의 연결고리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새 스마트폰을 사더라도 기존 통신사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급제폰을 구매한 뒤 알뜰폰이나 자급제 전용 요금제에 가입하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갤럭시 Z8의 흥행은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여전히 크지만, 이 수요가 반드시 통신사 이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신제품 출시→지원금 경쟁→번호이동' 구조가 '자급제 구매→통신사 유지'나 '기기변경→통신사 유지'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이 9월 신형 아이폰을 공개·출시할 예정이어서 하반기 스마트폰 교체 수요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만 아이폰이 흥행하더라도 판매 증가가 번호이동 시장의 확대로 직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자급제 중심으로 재편되는 소비 행태가 신제품 출시 때마다 반복됐던 이동통신사의 번호이동 경쟁까지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