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가 3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어텐션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마키나락스 제공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정확도가 80%를 넘지 못하는 '80%의 벽'에 갇혀있습니다. 벤치마크(성능지표)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 동작하고 성과를 내는 검증된 '피지컬 AI'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3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AI 행사 '어텐션 2026' 기조연설에서 "미국 한 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약 90%는 최근 3년간 손익계산서상 측정 가능한 생산성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표는 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 선도 AI 기업의 생성형 AI 모델의 지능 발전 속도가 7개월에 2배씩 빨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의 생산성을 의미 있게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맥도날드가 지난 2021년 미국 100여개 드라이브스루(DT) 매장에 AI를 도입했다가 3년 만에 중단한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AI가 고객의 주문을 잘못 인식해 햄버거·프렌치 프라이 등 메뉴를 수량을 20개가 아닌 200개로 입력하는 등의 오류가 잇따르자, 결국 2024년 AI 주문 서비스를 중단했다.

윤 대표는 "이는 AI가 현장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대표 사례"라며 "맥도날드의 경우 발빠르게 철수 결정을 내렸지만, 이런 AI 오류가 수 분에 한 대씩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이나 수천억원에 달하는 장비가 투입되는 반도체 생산 공정,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는 전투 현장에서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가 80%의 쉬운 문제는 잘 해결하지만, 20%의 복잡한문제에서는 실수를 하는 롱테일 문제, 일명 '80%의 벽'에 갇혀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AI에게 반도체 설계 데이터를 정리한 파일을 분석해서 추세선을 그려달라고 하면 정확하게 그려주지만, 생산 현장에서 특정 센서 값이 40 이상으로 증가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질문하면 숫자의 맥락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답변을 못한다"라며 "현장은 80%의 정확도로는 절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첨단 AI 기업들은 AI 모델의 벤치마크 성능에 집착하는데,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며 "현장의 데이터를 경험한 적이 없고 업무 방식도 모르기 때문에 롱테일 문제를 전혀 해결해주지 못한다"라고 했다.

도면 해석, 센서값 판독, 설비 이상 감지처럼 현장 전문가가 수십 년간 축적한 노하우는 온라인에 공개된 적이 없어 생성형 AI가 학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는 "AI가 아무리 높은 성적으로 변호사와 의대 시험에 합격하고, 수학 난제를 해결해도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간단한 주문도 제대로 못 받는 이유"라고 했다.

윤 대표는 기업이 AI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축적한 고유의 데이터와 업무 노하우, 현장 전문가의 판단 기준과 AI 학습 결과물을 기업 핵심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특정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그래픽처리장치(GPU)·클라우드 인프라에 종속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모델과 인프라를 자유롭게 교체·조합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키나락스의 AI 운영체제 '런웨이'가 데이터센터부터 공장 서버, 엣지 장비까지 분산된 환경을 하나로 묶어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개발·배포·운영하는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AI 주권'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마키나락스가 현장에서 만든 실제 성과로는 설계도서 변경 검토에서 연간 1000시간 이상 절감했고, 한미연합훈련(UFS) 최초로 군 전장망에 AI를 시범 도입한 기업이 됐다"고 했다.

마키나락스는 현장 배포를 담당하는 FDE 조직을 통해 지금까지 5개국 32개 도시의 80여개 고객 현장에 AI를 적용했다. 올해 마키나락스의 FDE가 현장에 투입한 시간은 7만 시간이며, 누적 6000건 이상의 AI 모델을 배포했다.

윤 대표는 "마키나락스는 80%의 벽을 넘어 현장에서 동작하는 AI를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며 "앞으로도 공장부터 전장까지 가장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성과를 내는 AI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완전 자율 제조공장의 초기 모습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어텐션 2026'은 마키나락스가 2024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산업 AI 행사다. 'AI, 현장에 착륙하다(AI Has Landed)'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제조·에너지·반도체·국방·공공 분야 관계자 약 700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HD현대, 한국앤컴퍼니, 삼성SDS 등 주요 기업 연사가 참석해 AI가 기술 검증(PoC) 단계를 지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성과를 내기 시작했는지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