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는 공장을 밝게 만들었지만, 조립 라인은 산업을 바꿨습니다. 인공지능(AI)의 가치는 하나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진정한 가치는 기업이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시스템 연결 방식을 전부 재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이수정 한국IBM 사장이 1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IBM AI 서밋 코리아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IBM 제공

이수정 한국IBM 사장은 1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IBM AI 서밋 코리아 2026'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AI가 기업 운영 전반을 혁신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AI 시대 기업 경쟁력은 '더 뛰어난 모델'이 아니라 'AI를 운영에 연결하는 역량'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상당수 기업이 AI 모델과 데이터 역량을 갖췄지만, AI를 핵심 프로세스에 통합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IBM이 최근 발표한 AI 개발 플랫폼 '밥(Bob)'을 소개했다. 밥은 코드 작성에 머무는 기존 AI 도구와 달리, 개발·테스트·배포·현대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생애주기(SDLC)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형 플랫폼이다. 작업 성격에 따라 앤트로픽 클로드, 미스트랄, IBM 그래니트 등 복수의 모델에 작업을 자동 배분한다.

이 사장은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순간,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고 어떤 권한으로 무엇을 실행할지를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AI는 단순한 개발 도구를 넘어 기업의 전반을 떠받치는 운영 체계 자체가 된다"고 말했다.

뒤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닐 순다레산 IBM 오토메이션&AI 총괄 사장은 "제품 개발 생애주기(PDLC) 또는 SDLC 전반에서 밥은 각 단계에 함께하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면서 "현재 IBM 내부에서는 16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각자의 업무에 밥을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해석해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가정하면, 과거에는 개발자가 변환 규칙을 직접 짜야 해 손이 많이 갔지만 밥은 개발자가 규칙을 일일이 짜는 대신 자연어 지시만으로 API를 구축한다. 나아가 불필요한 데이터를 걸러내고 패턴을 분류해 실행 계획을 스스로 세운 뒤, 실제 동작 코드는 물론 이를 검증하는 테스트 코드와 설명 문서까지 한 번에 만들어 낸다.

순다레산 사장은 "앞으로 5년 동안 10억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이 개발될 것"이라면서 "각각의 앱을 넘나들며 작동하는 에이전트는 앱보다 적어도 두 배 많은 20억개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닐 순다레산 IBM 오토메이션&AI 총괄 사장이 1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IBM AI 서밋 코리아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IBM 제공

이날 행사에서 권해성 SK텔레콤 AT·DT플랫폼 개발 담당 부사장은 SK텔레콤의 비즈니스 지원 시스템(BSS)을 AI 시대에 맞게 전면 개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BSS는 요금 과금·청구, 고객 관리, 상품·요금제 관리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권 부사장은 "기존 시스템 위에 AI를 얹는 것이 아니라, AI가 읽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기존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며 약 3년의 검토 끝에 BSS 전면 개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통신사의 BSS를 한 번 바꾸려면 5년 이상,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만, 결국 AI 시대에는 이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전면 개편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박재만 KB증권 AI·디지털 본부장은 임직원용 AI 서비스 '깨비' 구축 사례를 소개하며, "성공적인 AI의 출발점은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라고 했다. 그는 "최종 사용자에게 데이터를 가져다주는 주체는 이제 사람이 아니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라며 LLM이 데이터를 빠르게 찾고 정확히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깨비를 사내 업무 지원과 대고객 자산 관리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이를 기반으로 별도 AI 서비스를 만들어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