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본사./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소량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6세대 HBM4를 양산하고 있는 만큼 제품 세대를 기준으로는 한 세대 뒤까지 따라온 셈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CXMT가 HBM3E를 소량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이다. HBM3E는 HBM, HBM2, HBM2E, HBM3에 이은 5세대 제품이다. 이후 6세대 HBM4, 7세대 HBM4E로 이어진다.

알리바바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T헤드와 중국 AI 반도체 업체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 등은 자체 프로세서에 CXMT의 HBM3E를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검증이 진행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CXMT HBM3E를 탑재한 중국산 AI 반도체가 출시될 수 있다.

중국 팹리스의 주문은 CXMT가 HBM 양산 경험과 실제 고객사의 피드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인포메이션은 AI 확산으로 HBM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상황에서 중국 업체가 첨단 HBM 생산에 진입했다는 점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로 첨단 HBM 확보가 어려워진 것도 중국 내 자체 공급망 구축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은 2024년부터 중국에 대한 첨단 HBM 수출을 제한했다. CXMT도 선두 메모리 업체들이 사용하는 일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확보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

다만 제품 세대가 한 단계 차이로 좁혀졌다고 실제 기술 격차까지 같은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CXMT는 아직 HBM 수율과 신뢰성, 성능 측면에서 선두 업체에 뒤처진 것으로 알려졌다. 디인포메이션은 CXMT의 HBM 기술이 글로벌 선두 업체보다 3~5년 뒤처져 있다고 전했다.

T헤드와 캠브리콘도 CXMT HBM3E의 속도와 신뢰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제품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체 AI 프로세서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HBM3E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현재 6세대 HBM4 양산에 들어갔으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 7세대 HBM4E 샘플 공급도 시작한 상태다.

CXMT는 지난달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86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조달했다. 이를 기반으로 범용 D램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메모리로 제품군을 빠르게 넓히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모바일용 저전력 D램인 LPDDR6 양산에도 나섰다. HBM3E까지 공급을 확대할 경우 모바일과 AI 가속기용 메모리를 동시에 강화하게 된다.